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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Ⅱ 복수정답…4000여명 등급상승(종합)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 많이 선택…의대 등 입시 지형에 일대 변화 예상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11-24 15:19 송고 | 2014-11-24 16:50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이 '예상대로' 복수정답 처리되면서 대학입시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답이 2개가 되면서 오답자들은 점수가 오르는 혜택을 받는 반면, 기존 정답을 고른 수험생들은 전체 평균점수가 오르는 탓에 표준점수와 등급이 떨어지는 역풍을 맞게 됐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4일 올해 수능에서 오류 논란을 빚었던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에 대해 모두 복수정답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994년 수능제도가 도입된 이후 2개 이상의 문항에서 복수정답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중 대입에서 파괴력이 큰 쪽은 단연 생명과학이다.  

가채점 결과 생명과학Ⅱ 8번에서 기존 정답을 맞춘 수험생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영어 25번에서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을 고른 비율은 90% 이상이다.
평가원이 인정했듯 생명과학Ⅱ 8번의 선택지(ㄱ)은 표현상의 문제로 혼란을 주었지만 영어는 정답으로 제시된 '4번'이 유치한 수준이어서 대다수 수험생들은 기존 정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복수정답 결정으로 당초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을 기준으로 채점했을 때보다 전체 평균점수(원점수)가 뛰게 됐다. 이에따라 기존 정답자는 표준점수와 등급이 떨어지는 반면 논란이 된 복수정답을 맞춘 수험생들은 표준점수와 등급이 오르게 됐다.

수능 성적표에 담겨있는 3개 지표 중 등급은 수시 모집과 연계된다. 반면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정시의 기준이 되는 좌표다.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수시모집에 지원한 기존 정답자 중 일부는 복수정답 처리로 등급이 내려가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또 수학 만점자가 1등급 비율(4%)이나 돼 과학탐구 성적에서 상위권의 당락이 판가름나는 상황에서 복수정답 처리로 생명과학Ⅱ의 표준점수가 낮아지면 정시에서 변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 생명과학Ⅱ 영역의 복수정답 인정에 따라 등급, 점수 변동이 불가피해져 의대 등의 입시 지형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연고대 등 상위권 대학은 정시 과학탐구 반영비율이 30%로 높은 편"이라며 "정시 최종합격자가 소수점에서 당락이 좌우되는 점을 감안할때 생명과학Ⅱ 복수정답 인정이 합격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인 등급 상승 규모 및 점수 변화 폭은 입시업체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늘교육은 등급이 뛰는 수험생은 4240명, 점수 변화가 없어 등급이 내려가는 인원은 2004명으로 예측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은 상승 3600여명·하락 1700여명으로, 이투스청솔은 상승 4000여명·하락 3000여명으로 내다봤다. 진학사는 등급 상승 3400여명, 등급 하락 6100여명으로 추산했다.

입시업체들마다 등급 상승 인원 등에 차가 나는 것은 수험생들의 가채점에 따른 '4번'(기존 정답)과 '2번'(추가 정답)의 응답률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입시업체들이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한 '4번'과 '2번'의 응답률은 하늘교육 10.6%와 70.5%, 메가스터디 11%와 74%, 유웨이중앙 10%와 63%, 이투스청솔 12%와 66% 등이다. 아무튼 새 정답으로 추가된 '2번' 응답률이 기존 '4번'보다 최대 7배 가량 높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수시 논술전형이 끝난 상황에서 남은 기간 면접, 적성고사를 앞둔 학생들은 등급컷 변화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며 "정시에서는 표준점수가 낮아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탐구과목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상향 응시를 자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가원 측은 그러나 기존 정답자와 오답자의 비율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이제부터 정답이 확정돼 채점이 시작되기에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데이터는 따로 산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잇단 수능 출제 오류 논란으로 교육당국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수능 출제 총괄 책임자인 김성훈 평가원장은 이날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앞서 교육부와 평가원은 작년 세계지리 8번 문제 오류와 관련해 당시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으로 수능 관리 업무를 총지휘했던 박백범 현 기획조정실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김 모 전 평가원 수능본부장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가원은 이번에도 수능 문제를 잘못 낸 실무 출제위원들에 대한 징계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 본부장은 "논란이 있더라도 출제된 문항에 대한 책임을 출제위원에게 묻게 되면 어떤 분이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기존 정답 선택자들이 손해를 입은 것은 안타깝지만 이의신청과 심사도 출제 과정의 일부"라고 말해 수능 출제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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