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北 억류 미국인 사건 일단락…과거 사례 살펴보니

北, 미국과의 대화 카드로 전술적으로 이용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거물급 인사 방북 사례...한국계 미국인 다수 포함돼 눈길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4-11-10 11:12 송고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미국인 케네스 배(좌),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가운데), 매튜 토드 밀러(우) (CNN 캡쳐) /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미국인 케네스 배(좌),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가운데), 매튜 토드 밀러(우) (CNN 캡쳐) /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북한이 지난 9일 억류 미국인들을 모두 석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미국과의 물밑협상을 통해 진행한 뒤 방북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편지를 전달받은 뒤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억류 미국인들을 대미외교, 혹은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가장 잘 알려진 과거 사례로는 지난 1996년의 에번 헌지커씨 사건이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헌지커씨는 1996년 8월 압록강을 헤엄쳐 건너다 북한 당국에 간첩혐의로 체포돼 억류됐었다.

미국 정부는 곧바로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개시해 3개월여 만에 당시 하원의원이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시사를 평양에 파견해 헌지커씨를 석방시켰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이후 비슷한 억류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북한과의 대화 창구로 거론되거나 실제 활동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1998년 5월에는 대북 인도지원 및 문화교류사업을 진행하던 미국 국적의 이광덕 목사가 3개월여 간 간첩 혐의로 억류됐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당시 김진경 중국 옌볜과학기술대학 총장(현 평양과학기술대 총장)도 40여일 간 간첩 혐의를 받고 억류된 바 있다.

이들의 경우는 모두 벌금 등의 조치를 받고 풀려났으나 선교 목적 등의 밀입국이 아닌 이미 대북 교류사업을 하던 미국 국적자에 대한 간첩 혐의 적용이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전략적 대미 압박책으로 분석됐었다.

1999년 6월엔 한국계 미국인 카렌 한씨가 '공화국 법질서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한달여만에 추방조치를 받은 바 있다.

또 같은해 10월엔 역시 한국계 미국인 서순덕씨가 억류됐다가 22일만에 추방형식으로 풀려났다.

당시 북한이 이들의 억류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던 배경에는 김대중 정부 출범 후 훈풍이 불던 남북관계와 당시 베를린 북-미 회담 추진 등 북-미 간 대화국면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거물급 인사의 방북을 통한 북-미 대화를 추진한 사례는 2009년의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억류사건이다.

당시 이들은 북-중 접경지에서 취재활동을 하다가 밀입국 혐의로 붙잡혀 억류됐었다.

북한은 이들을 5개월여간 억류했으며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파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면담하는 등 외교활동을 통해 이들을 석방시켰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미(북미) 사이의 현안 문제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있게 논의됐으며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보도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2010년에도 미국은 인권운동가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의 억류 사건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파견한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박의춘 당시 외무상 등을 만났으며 북한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서도 "조미 쌍무관계 문제와 6자회담 재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 문제 등 호상(상호) 관심사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2010년 11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북한은 5개월이 지난 2011년 4월에야 전 씨 억류 사실을 공식 발표했고 곧바로 같은해 5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평양을 방문해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한 뒤에야 전씨를 석방시켰다.

북한이 이번에 석방한 케네스 배씨의 경우 그간 북한에 억류됐던 인사들 중 가장 긴 2년여의 기간 동안 억류된 사례로 기록된다. 북한이 그만큼 배씨 석방 카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한때 배씨의 석방을 위한 킹 특사의 방북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으나 의견이 맞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었다.

올해 4월 억류됐다 배씨에 앞서 지난달 21일 석방됐던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씨는 석방 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급 인사의 방북을 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 조치에 대해서는 10일 오전까지 공식 매체를 통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주목된다.

다만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북한 당국이 억류 미국인들의 행동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를 받았으며, 억류된 2명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성실히 복역에 임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미국 언론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seojiba@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