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우리동네 특공대'는 없다?…시간만 때우는 예비군 여전

향방작계훈련도 변화 필요 "실전 대비한 훈련돼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4-11-01 08:00 송고
/뉴스1 © News1
/뉴스1 © News1

국방부가 성과지향적 예비군훈련체계 도입을 위해 최근 훈련방법을 개선 중인 가운데 향방작계(향토방위작전계획)훈련에서는 여전히 '시간만 때우다 오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훈련방법 도입을 통해 예비군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동원훈련과 향방기본훈련 등 지정된 부대에서 받는 예비군 훈련에는 과목별 측정식 합격제와 시가전 시뮬레이션 등 예비군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돼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훈련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시에 관할지역을 방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향방작계훈련은 지난 1968년 예비군 창설 때부터 '허술한' 훈련방법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방작계훈련은 1~4년차 동원미지정 예비군과 5~6년차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전·후반기 각각 6시간씩 진행된다.

    

실제로 지난달 27~28일 서울의 한 지역에서 실시된 향방작계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 사이에서는 "훈련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훈련이 별로 없어서 당장 편하기는 하지만 목적에 맞는 훈련이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7일 서울의 한 교회에 모인 예비군은 150여명이었다. 오후 1시부터 인원점검과 영상시청이 각각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인원점검 직후 M-16 소총부터 방탄헬멧, 피아식별띠, 탄띠 등 장비가 지급된 뒤에는 예비군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줬다.

    

이후 3시~4시30분, 4시30분~6시까지 목진지, 주둔지 답사를 2개 소대가 번갈아가면서 진행했다. 목 진지는 침투하는 적을 포착·섬멸하기 위해 적이 이용할 수 있는 길목 등 요점에 병력을 배치하는 장소, 주둔지는 우리군이 주9둔해 방어해야할 건물 등 장소를 말한다.

    

문제는 향뱡작계훈련의 주목적인 목진지 도보답사와 주둔지 방어훈련이 실제로는 '산책'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10~20분간 대략 1㎞ 거리를 이동한 뒤에는 추가 훈련 없이 총기를 주변에 내려놓은채 헬멧을 벗고 벤치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다.

    

후반기 향방작계훈련을 받은 6년차 예비군 오모(28)씨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20~30분 동안 멀뚱멀뚱 서있는데 사람이 지나가면 민망할 정도"라며 "목진지, 주둔지 배치 이후에 대한 교육이 없어 동네를 지키기 위한 실전에서는 도움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먼 거리의 목진지·주둔지는 아예 도보답사를 안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실시된 서울지역 한 예비군 동대장은 "○○한의원도 목진지라 원래 답사를 해야하는데 거리가 멀어 생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적인 훈련에서 동적인 훈련으로 바꾸라는 지침에 따라 도보답사를 하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어 호나 장애물을 설치하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6년차 예비군 박모(28)씨는 "동네의 수많은 목진지·주둔지 중 2군데만 답사를 하는데 적이 이쪽으로만 침투하라는 법이 있느냐"며 "목진지·주둔지에서 휴식을 취할거면 휴대전화로 위치를 통보해주는 방법으로 훈련을 대체해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훈련내용을 보강해 예비군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 향방작계훈련에서 운용되는 것처럼 목진지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군을 운용하는 등 현장에서 어떻게 싸울지 실전에 대비하는 훈련이 이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봉희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향방작계훈련은 자신이 사는 동네의 지형지물을 숙달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데 시간적·경제적으로 제한된 상황이라면 적어도 목진지·주둔지에서 사경도를 그린 뒤 이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경도는 진지나 호 안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그린 그림으로 산과 강, 특수지형 등 주변 지형지물과 경계, 거리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양 교수는 주변 파악조차 않는 현재 향방작계훈련에 대한 대안으로 사경도를 제시한 것이다. 

    

현 예비군 훈련 제도로는 훈련내용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명대 군사학과장 최병욱 교수는 "제한된 시간에 인원파악부터 훈련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훈련장소가 협소하고 시설도 열악하다"며 "훈련내용을 조금씩 바꾼다고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산재된 예비군 훈련장을 통·폐합해 예비군훈련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이뤄야 한다"며 "미국이나 이스라엘 처럼 스크린교장에서 분대전투를 하거나 향방작계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향방작계훈련은 대부분 동대장 재량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훈련이 1시간 가량 늦게 시작되거나 일찍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훈련기강과 작전보안 유지를 위해 훈련현장통제 및 평가단을 편성·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위원은 "최근 예비군 지휘관들에 대한 정년이 연장됐는데 도보답사 등을 해야하는 향방작계훈련에 적합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각 동대장들이 훈련목적을 달성했는지 예비군 대대·중대장들의 적극적인 확인과 평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pej86@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