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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조희연 서울교육감 자사고 지정취소 담화

(서울=뉴스1) | 2014-10-31 15:38 송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News1 2014.10.31/뉴스1 © News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News1 2014.10.31/뉴스1 © News1
<자사고 지정 취소 발표에 즈음하여>

'선발 경쟁' 대신 '교육 경쟁'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수평적 다양성 체계로 전환하고, ‘분리의 교육’에서 ‘통합의 교육’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신중한 과정을 거쳐 6개교의 지정 취소와 2개교의 지정 취소 유예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늘로서 자사고 평가 및 재지정 과정이 일단락되었습니다. 최종적인 결과, 자사고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된 8개교 중 6개교에 대한 지정 취소를 확정했고, 2개교에 대해서는 확고한 개선 노력 의지를 확인 후 지정 취소를 2년 유예했습니다.

교육청은 일련의 법적 절차대로 평가와 지정 취소 조치를 하면 됩니다만, 이와 별개로 최대한 교육적 배려의 자세로 모든 자사고의 개선 여지를 모색해 왔습니다. 모든 학교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노력이 헛되지 않는다면, 어딘가에 반드시 접점이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청의 균형잡힌 접점 찾기 노력과 소통에 응해주신 모든 자사고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종합평가 기준점수 미달 학교 중 최상위 2개교의 개선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저희는 최종 확정을 앞두고 한번 더 대상 학교들에게 자발적인 개선 의지를 물었습니다. 계획안을 주신 7개 학교의 계획서를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2개 학교가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지정 취소 유예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첫째, 이들 학교가 종합평가 기준점수 미달 학교 중 가장 높은 순위의 학교들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개선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선발제도 개선을 포함하여 이번 평가 결과 미흡한 점들을 확실하게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학교가 진정으로 일반고와 함께 서울 교육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게 맞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물론 추첨제만이 만능은 아니지만, 면접 대신 100% 추점제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은 ‘자사고 정상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오늘 오전에 열린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여 결정해주셨습니다.

□ 선발효과 없는 새로운 ‘정상적 자사고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희는 일반고와 동일한 선발방식인 완전추첨제는 자사고가 정상화되는데 있어 중요한 조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입시와 관련한 자사고의 우월적 지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입니다. 이들 학교는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이라고 하는 두 가지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기에, 일반고 전환에 준하는 정도의 혁신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특히 이들 학교들이 면접 없이 선발하겠다는 것은 이후 자사고들이 선발권 개선을 통해 정상화되는데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사고 전반의 선발권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추첨제로 선발하겠다는 것은 상당한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라 봅니다. 이 점에서 자사고 정상화에 뜻을 같이 해주신 신일고와 숭문고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청과의 첨예한 의견 차이가 존재했지만 끝까지 접점을 찾기 위한 소중한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한 교장선생님께서는 언론에서도 밝힌 것처럼 “자사고가 우수 학생들을 독점하지 않고 일반고와 자사고가 공존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했습니다.(KBS 인터뷰: “교육청 선발 방법에 협조해 일반고와 상생하겠다”) 또, “성적과 무관하게 건학이념에 맞는 학생들을 받아 좋은 학생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본래의 자사고입니다. 두 학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에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들 자사고는 ‘일반고화된 자사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실험은 자사고 문제, 더 나아가 비정상적인 고교체제의 해결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들 학교는 초등학교 중에서 사립대학교 부설초등학교를 연상하면 될 것입니다. 이들 학교는 학비가 비싼 학교로서 경제적 장벽이 있긴 하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만 문이 열려있는 학교는 아닙니다. 최소한 모두가 지원할 수 있고 추첨에 의해서 선발합니다. 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사고 제도’를 포함한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개선에 정부, 국회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공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사고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입니다. 교육감이 평가와 일부 학교 지정 취소롤 통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도 개선 내지 해소의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것을 되돌리는 방법은 시행령을 다시 개정하거나 차제에 고교 유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선진적인 고교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국회에서도 국민적 토론과 의견 수렴을 통한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이 하루 속히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과 같은 자사고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과 교육 행정 낭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또한 더 나아가 구시대 틀에 갇혀 있는 우리 교육 체제의 선진화를 위해서 자사고 및 고교 체제 개선 논의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입니다.

□교육부의 대승적 자세와 고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합니다

이번 자사고 평가와 지정 취소 결정 과정에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간에 큰 의견차이가 있었음을 잘 아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민주주의가 다양한 의견이 종합되는 용광로같은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서울교육청은 그 동안 많은 고민 속에서 최대한 접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현재 자사고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자사고의 현행유지’에 가깝지만, 지난해에만 해도 정부는 지난 정권의 고교다양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자사고의 규모 축소와 완전 추첨제로의 전형방법 개편’이라는 방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가 그와 같은 방침을 재확인한다면 자사고 문제와 관련하여 대승적인 절충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 2개 학교에 대해서 지정 취소 2년 유예 결정을 내린 것도 그러한 저희의 노력의 일환입니다. 오늘 자사고 최종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교육부에서도 저희의 결정에 상응하는 성의있는 노력을 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 끝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시작입니다

자사고 제도에 대한 교육감의 정책적 신념과 실제로 가능한 행정 행위는 별개입니다. 교육감은 오직 법규대로 5년에 한번 평가하고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오늘 그 책무를 다한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제도적 한계 속에서 법에 정해진 대로 자사고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재지정 자격이 매우 부족한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기왕이면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 및 교육 개선 노력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이제라도 멋진 일반고로 다시 우뚝 서서 과거의 명문 사학으로서의 전통과 명예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또 교육감으로서 그러한 선도적인 노력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얼마든지 역동적인 일반고로서 과거의 명성 못지 않은 고등학교의 모범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수평적 다양성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고등학교의 서열화, 그리고 입시명문이 되기 위한 무한 경쟁이 우리의 고교교육을 크게 왜곡시켜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를 포함한 ‘고교다양화’ 정책은 진정한 고교다양화가 아니고 왜곡된 ‘수직적 다양화’였으며, 좋은 교육을 향한 ‘수평적 다양화’가 서울교육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대안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자사고 지정 취소와 일부 학교의 추첨제로의 전환 결정이 이러한 대안적 방향으로 우리 고교체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현재의 고교서열화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못하지만, 최소한 일반고와 자사고가 선발경쟁이 아니라 교육경쟁을 하는 상태를 소망합니다. 우수한 학생의 ‘선발효과’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일반고와 동일한 학생들을 받아서,  특성화된 학교 목표에 따라, 좋은 학생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진정한 ‘교육경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으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는 고뇌의 과정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로서는 참으로 힘든 고뇌의 과정이었습니다. 공연한 마찰과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무난한 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 ‘편한 길’이 저를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안이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우리 아이들을 미래를 힘들게 하고, 더 나아가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리게 될지 생각하면 결코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교육경쟁시스템이 ‘아동 학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류대학에 가기 위한 무모한 입시경쟁이 무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것이라고 하는 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면, 바로 우리 교육이 그러합니다.

□새로운 교육의 시대, ‘분리의 교육(따로 교육)’이 아닌, ‘통합의 교육(함께 교육)’이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분리의 교육’으로 가느냐 ‘통합의 교육’으로 가는가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잘사는 집 아이들과 못사는 집 아이들,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분리된 학교에서 <따로 교육>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한 학교에서 <함께 교육>을 받을 것인가하는 갈림길에 있습니다. 지금의 추세를 용인한다면, 현재와 같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의 서열화를 넘어, 그 중간 중간에 더많이 서열화된 학교가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신분’에 따라 다른 교육을 받고, 그 교육에 따라 다시 ‘신분’이 유지되는 사회로 계속 갈 것인가, 멈추게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합니다.

오늘의 결정이 우리의 고교 체제 개선과 발전을 위한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제 고교 제도 개선과 체제 혁신을 위한 정부, 국회를 포함하여 전 국민의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기를 기대하며, 저는 다시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행복을 챙기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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