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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돌연사퇴 '미스터리'…대권 향한 승부수인가

김무성 견제說 등 '설왕설래'…대권가도 경쟁 해석 중론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4-10-23 16:22 송고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저 자신도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직 사퇴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저 자신도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직 사퇴"라고 말하며 최고위원 사퇴를 표명했다. 오른쪽부터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김태호 최고위원. 2014.10.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갑작스럽게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자 당내에선 이날 하루종일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사퇴 시기나 그가 밝힌 명분 등이 승부수라고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일종의 '합종연횡'을 이뤄 표몰이를 해 서열 3위 최고위원에 당선된 그가 석달 만에 직을 내던지기에는 사퇴 사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이 직접 밝힌 사퇴 이유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마치고 개헌을 해야할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성이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개헌 논의를 위해서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선(先)조건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시대변화를 담아낼 새로운 옷이 필요하고 그것은 개헌"이라며 "그러나 한국 경제가 너무나 위중해 (경제) 불씨를 살리지 않으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정기국회만은 여야가 총력을 다해 경제살리기에 올인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쿨하게 경제활성화 법들을 통과시켜야 국민도 국가 미래와 직결된 개헌 논의에 대해 신뢰와 적극적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께서 기회만 있으면 국회에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애절하게 촉구했다"며 "그러나 국회는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귀를 즐겁게 했을 법한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평소 개헌론자인 김 최고위원이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도 '경제 블랙홀론'을 내세우며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박 대통령을 편든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또 "정기국회에 경제활성화 법안을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한다"며 "저 자신도 국회가 도대체 뭘하는 곳인지, 뭘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발언을 들은 김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 등 회의 참석자들은 김 최고위원이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선언적' 의미에서 사퇴를 거론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이 이날자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김 대표 등 지도부는 매우 당혹스러워하며 김 최고위원을 만류했다고 전해진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한다. 정치권에 대한 강한 촉구이자 나부터 반성하겠다는 뜻"이라며 "사퇴 번복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한계도 느끼고 지금 구조에서 뭘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정말 우리가 밥만 축내는 것 아니냐"며 "국민에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직을) 던진다. 여야가 경제에 총 올인해달라는 강한 메시지도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시대에 걸맞은 제도 변화가 필요한데, 당장 현안인 경제활성화를 쿨하게 국회가 통과시키는 것을 전제로 개헌이 가능하다"며 "그런 뜻에서 더 각성하고 저부터 반성한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개헌은 해야하고, 개헌 논의의 전제 조건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당 지도부로서 대오각성하고 더욱 분발하겠다는 의미였어야 했지만 이를 명분으로 다소 쌩뚱맞은 시점에 굳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마치며 손을 들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마치며 손을 들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저 자신도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직 사퇴"라고 말하며 최고위원 사의를 표명했다. 2014.10.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당장 당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개헌 논란을 촉발시켰다가 청와대에 사과하며 발을 뺀 김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고 판단하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여권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 대표는 개헌 등 각종 돌출 논란을 수습한다면, 김 최고위원은 오히려 돌출 논란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려고 하는 게 아니겠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후 급격히 껄끄러워진 것으로 전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당·청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려고 할 때면 김 대표가 제동을 걸며 김 최고위원의 입지를 좁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5·24 대북제제 조치 철회, 개헌 논의 등을 촉구했는데 김 대표가 수차례 제지한 일이 있다.

김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김 대표의 목소리가 두드러져 다른 지도부의 존재감이 묻힌다는 지적들도 꾸준히 제기됐던 터다.

김 대표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 그룹으로 당내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꾸리자 김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혁신위가 대권주자 놀이터냐"고 들이받은 적도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김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자기도 대권주자인데 '김무성 체제' 하에서 김 최고위원이 많이 묻힌 게 사실"이라며 "김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하는데 본인은 순위권에도 못들고 존재감이 떨어지니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과 가까운 한 관계자 역시 "최고위원에 당선된 후 최고위원으로서 역할이 없다고 토로하며 사퇴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의 사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하자 김 대표 역시 불쾌한 기색이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 사퇴 후 기자들과 만나 "이해가 안간다. (사퇴를) 말릴 것"이라며 "설득을 해서 (사퇴를) 철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으로부터 사퇴에 대해 사전 언지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김 대표 측은 "김 최고위원은 절대 대표에게 불만을 표하며 그만둔 게 아니다. 개헌에 초점을 맞추고 사퇴한 게 아니냐"면서 "대권을 향한 권력경쟁이라고도 볼 수 없다. 김 최고위원 본인의 돌발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과 친박(박근혜)계 간 교감설을 제기한다. 김 최고위원이 현재 뚜렷한 대권주자를 두고 있지 못한 친박(박근혜)계를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 발돋움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가 사퇴의 변에서 "국회가 개헌 논의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 등이라고 박 대통령을 옹호한 점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친박계 측은 이날 김 최고위원의 사퇴 소식에 "전혀 몰랐다", "갑자기 왜", "우리랑 무관한 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새누리당은 김 최고위원의 사퇴로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다.

김 최고위원은 외교통일위원회 재외공관 국정감사 차 해외에 머물다 사흘 전 귀국했는데, 국감에 동행했던 의원들에 따르면 일절 당무나 최고위원직 사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의원은 "김태호 미스터리"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의 진의야 어찌됐든 권력투쟁의 서막이 오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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