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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가족·희생자 유족 증언…눈물바다 된 법정(종합)

[세월호참사] 광주지법 제28회 공판기일 진행

(광주=뉴스1) 김호 기자 | 2014-10-21 17:53 송고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피해자와 사망자의 유족, 실종자의 가족들이 21일 이준석(68)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재판의 법정에서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선장과 선원 등 15명에 대한 제28회 공판기일을 열어 피고인신문 및 피해자 진술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아직 실종상태인 단원고 교사의 부인, 구조된 단원고 학생의 부모, 숨진 학생의 부모,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일반인 승객 등 16명이 출석해 피해자로서, 증인 신분으로 진술을 했다.

남은 실종자 10명 가운데 한명인 단원교 교사의 부인 민모씨는 지난 6개월간 남편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앞으로도 계속되는 기다림에 힘겨울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민씨는 "행복한 사람들 사이로 걸어다니기가, 그들과 얼굴을 마주치기가 힘들다"며 "어떻게든 남편을 찾아 차가운 바다에서 얼마나 힘들었냐고, 너무 사랑했다고 마음 놓고 펑펑 울고 싶다"고 말했다. 진실규명을 당부하기도 했다.
생존자인 일반인 승객 전모씨는 진술을 하기 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 저만 살아나와 죄송하다. 학생들과 같이 나왔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전씨는 "사고 당시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없었어도 승객들끼리 도와서라도 다 살 수 있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왜 거짓말을 계속하나. 누가 선내 대기방송을 지시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단원고 생존 학생의 아버지는 생존 여학생이 자신에게 전달한 편지와 또 다른 생존 학생의 아버지가 쓴 편지를 가져와 대신 읽어내려가기도 했다.

여학생은 편지에서 "친구들의 모습이 생생한데 80년, 90년 후 죽어야 볼 수 있으니 살아갈 날들이 원망스럽다. 성인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결혼식 축가도 불러주고 술도 마시고 아줌마가 돼 해외여행도 가고 비슷한 시기에 함께 생을 마감하자고 했었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만약 친구들이 구조되지 않은 사실을 알았더라면 진도체육관으로 가는 배와 차량에 몸을 싣지 않고 사고현장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라며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기도 했다.

숨진 단원교 교사의 아버지는 "딸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예뻐했다. 쉬는시간이면 아이들을 보기 위해 교실에 찾아갈 정도였다"며 "5분이면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는데 원통하다. 딸을 잃은 우리 부모의 인생은 끝났다"고 뒤엉킨 삶을 전했다.

또 다른 사망 교사의 아버지는 "수많은 제자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간 선생님들의 영혼은 그곳에서도 편하지 않을 것이다 제자들을 많이 구하지 못해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숨진 단원고 여학생의 여동생은 "우리 가족은 이제 함께 영화도 보지 않고 밥먹으며 이야기도 할 수 없게 됐다"며 사고 이후 가정 분위를 설명했다. 또 부모님은 남은 자식인 자신을 걱정하지만 자신은 부모님이 걱정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평소 여객선 선장을 존경했다는 단원고 희생 학생의 부모, 남동생을 잃은 누나, 단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아들을 잃은 어머니, 해병대 캠프 참사에서 생존한 아들을 이번에는 잃었다는 아버지, 수십년간 고생만 한 어머니를 잃은 아들, 항암치료 중 단원고 학생인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아버지 등이 증언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 선장과 선원들에게 '양심선언'을 호소했다. 양심선언을 하면 감사히 생각하고 존경까지 하겠다며 절실한 진술을 했다. 또다른 이들은 사형 등 법정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파란바지의 구조자'로 잘 알려진 화물차 기사 김동수씨가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재판 초기 한차례 증언했던 김씨는 사고 이후 여전히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상황, 100여만원의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했던 현실, 목숨을 끊으려고 고민했던 사실 등을 털어놓으며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사고 당시 순간을 담은 동영상과 숨진 교사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 등 3편의 동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동영상 속 학생들은 두려움을 느껴 비명을 지르거나 눈물을 흘렸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행복한 모습이었다.

'2학년 8반'이라는 파일명의 한 동영상에는 학생들이 평소 공부하던 교실 사진, 텅 빈 교실의 책상에 놓인 꽃 사진, 형제나 부모,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진도 팽목항의 사진 등이 담겼다.

방청석은 눈물로 가득찼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생존자 가족은 피해자들이 진술하고 동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크게 소리내 울었다. 일부는 선장과 선원들을 원망하며 소리를 지르는 등 감정이 폭발하기도 했다. 쓰러졌다가 회복한 가족도 있었다.

검사, 재판장을 포함한 판사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증언을 듣고 동영상을 시청했다. 재판장은 '2학년 8반' 동영상 시청 전 "재판 준비를 위해 미리 봤는데 너무 슬퍼서 다시 인사드릴 자신이 없다"며 먼저 다음 재판 일정을 설명했다.

세월호 이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재판은 27일 계속된다. 이날은 마지막 선원 1명에 대한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 후 검찰의 구형이 이뤄지는 결심공판이 진행된다. 11월 14일이 선원들의 구속만기인 점에서 11월 초순이나 중순께 선고공판이 이뤄질 예정이다.


ki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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