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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여성학자 정희진의 서재…'정희진 처럼 읽기'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4-10-21 14:45 송고
(교양인).© News1
(교양인).© News1


책 읽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란 마치 걷고 있는 사람에게 걷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별 문제 없이 걷고 있는데 굳이 더 잘 걷는 법을 알아야 할까.

문제없이 사는 것과 좀 더 즐기면서 사는 것의 차이란 이런 것이다. 국어 수업을 듣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문제없고, 영화 평론을 읽지 않아도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되'와 '돼'의 차이를 배우고 영화 '명량'과 소설 '칼의 노래' 이순신을 비교하는 글을 읽는 건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서다.

'정희진 처럼 읽기'(교양인)는 '페미니즘의 도전'(교양인)으로 알려진 여성학자 정희진의 독서 일기다. 저자는 2012년부터 2014년 봄까지 쓴 서평 가운데 79편을 선정해 수정한 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정희진에게 있어 독서는 '위로'이자 '힐링'이다. 그는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상할 때 혹은 고통으로 인한 죽음 직전에도 책을 읽으면 위로받는다"고 말한다. 독서로 "기분이 전환되고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말하기 치료와 비슷한 '읽기 치료'"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정희진은 어떤 책을 읽을까. 그는 주제보다 관점 중심으로 책을 선택한다. 한마디로 '자극적인 책'을 택한다. '자극적인 책'이란 "여운이 남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괴롭고, 슬프고, 마침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오거나 인생관이 바뀌는 책", 즉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다.

자극적인 책을 찾기에 베스트셀러는 읽지도 사지도 않는다. "잘 팔리는 책에 돈을 보태고 싶지 않은 '쪼잔한 정의감'이 가장 큰 이유"이고 "공통분모가 없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수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베스트셀러는 "내용이 절충적이거나 피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주류의 관점 밖에서 쓰인",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주로 읽는 편"이다. "책의 내용은 진리도 진실도 사실도 아니"라고 믿기에 오히려 "아는 방법을 질문하는 책", "모난 돌"같은 책이 그에게 실질적 이익을 준단다.

본격적인 서평에 들어가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다르게 읽기"다. '양들의 침묵'을 읽고 범죄와 지식의 관계를 논할 수도 있지만 범죄자의 지적 매력, 식인의 의미, 동성애 코드 등 마치 열권 이상의 책을 읽은 듯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다. 정희진은 무조건 많이 읽기보다 한 권이라도 생각하면서 독서하는,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가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고통’, ‘주변과 중심’, ‘권력’, ‘앎’, ‘삶과 죽음’ 등 다섯 가지 주제의 글이 실렸다.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부터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까지 그동안 그에게 지적 자극을 준 책의 서평이다. 

정희진은 제목을 두고 "나의 독서 방법을 일반화하려는 의도는 당연히 없다. 많은 방식 중의 하나라는 의미에서 정희진처럼 읽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독서법이 있고 그것만으로 별문제 없겠지만 혹시 부족하다면 '정희진 처럼'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교양인. 1만5000원.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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