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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동성애 포용 '무산'…교황의 혁신은 이제부터

시노드 문제의 3단락 삭제된 최종보고서 채택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10-19 15:12 송고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 첫 번째)이 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주교 시노드에서 주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 첫 번째)이 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주교 시노드에서 주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뉴스1

로마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보고서에 동성애와 이혼 등을 포용하는 내용을 담는 일이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교회의 변화를 이끌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오랜 전통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혁신은 이제 시작이고 교단내 진보·보스의 대결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교 시노드는 18일(현지시간) 2주일 간의 회의를 마무리하며 최종 보고서 채택을 위한 표결을 실시했다.
이날 표결의 핵심은 주교 시노드 중간 보고서에 담겼던 동성애와 이혼, 재혼, 동거 등을 포용하는 내용이 담긴 중간 보고서를 최종 보고서로 채택하느냐 여부였다.

CBS뉴스에 따르면 표결에는 180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찬성은 118표, 반대는 62표였다. 동성애 등을 포용하는 내용은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동의에 단 2표가 모자라 동의를 얻지 못했다.

결국 최종 보고서에서는 중간보고서중 문제가 된 3단락이 삭제됐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보수성향의 주교들에 의해 "다시 균형 잡힌 최종 보고서"가 채택됐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이번 주교 시노드의 결정으로 인해 가톨릭을 변화시키려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앞서 주교 시노드 개회일인 지난 6일 회의에 참석해 "가톨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동성애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직접 당부한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취임 이후 빈민과 소외된 계층을 돌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 교황들과 달리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가톨릭교회가 금기시 해왔던 동성애와 동거, 이혼, 미혼모 등에 대해서도 "내가 누구라고 이를 판단하겠는가"라며 온정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동성애와 동거 대한 인식의 완화, 이혼이나 재혼한 사람에 대한 영성체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교 시노드 중간 보고서도 교황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에 대한 일종의 '신임투표'와 같은 주교 시노드에서 이 같은 중간 보고서를 요청했다는 것은 자신의 주관을 관철시키겠다는 정면돌파를 의미한다.

그러나 가톨릭의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박빙의 표차로 이번 중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음으로써 교황의 입지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주교 시노드는 이날 오전 신도들을 향해 "부부 간의 사랑은 고유하고 서로 떼어놓을 수 없으며 많은 역경을 참아내는 것이다. 이는 가장 아름다운 기적 중 하나이자 가장 평범한 것이기도 하다"라며 기존의 가정 수호에 대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 법원인 사도좌법원 대심원장이기도 한 미국의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은 "교황이라 하더라도 동성애의 부도덕함이나 결혼의 불가해성, 또는 기타 다른 교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자유롭게 바꿀 수는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반면 동성애 등에 대한 관용적인 입장을 보고서에 넣는 것이 간발의 차이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이미 진보진영이 다양한 개혁안을 실현시킬 발판을 마련했다는 전망 또한 나오고 있다.

아돌포 니콜라스 예수회 총장은 내년 10월에 열릴 주교 시노드를 언급하며 "1년 후에는 '혁명'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도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의 논의에 만족감을 나타내는 한편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교황은 주교 시노드의 결정 후 직접 기자들을 만나 "유연성을 가지지 못한 채 기록된 문자에만 집착하는 반대 세력은 하느님이 우리를 놀라게 하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서도 "만일 회의가 활발한 토론 없이 모두가 잘못된 묵인 속에서 하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걱정되고 슬펐을 것"이라고 말했다.

톰 로시카 교황청 대변인에 따르면 교황은 "현재는 물론 내년까지 논의될 필요가 있는 이번 문제에 대한 토론 과정과 그 성숙한 정도 또한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표결로 삭제가 결정된 부분을 포함한 중간 보고서 전문의 공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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