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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개월 "잊을 때 아닌 더 큰 과제해야 할 때"

특검 실시·불신 해소·유족 존중·성찰·관심 등 주문
어떻게든 극복해야 하는데 '환풍구 참사'로 안전불감증 다시 아프게 다가와

(서울=뉴스1) 사건팀 기자 | 2014-10-17 18:18 송고 | 2014-10-19 11:07 최종수정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6개월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매달린 희생자 추모, 실종자 귀환 등을 기원하는 노란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6개월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매달린 희생자 추모, 실종자 귀환 등을 기원하는 노란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6개월이 지났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 10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고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지금 사회 각계 인사 11명의 제언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되짚어 봤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이제 반년이 흘렀으니 이제 어떻게 해서라도 극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을 수 있으나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환풍구 참사'는 우리 사회에서 '안전 불감증'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 "잊어야 할 때 아니라 더 큰 과제해야 할 때"('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변호사)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세월호를 잊고 새출발하자는 건 세훨호 참사를 하나의 사고로 보는 시각이다. 세월호는 사고가 아닌 사건이며 이 사건을 계기로 대개혁을 해야 한다.

잊어야 할 때가 아니라 이것을 계기로 더 큰 과제를 해야 할 때다. 그래야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과 전 국민을 위로할 수 있다.

경제성장과 돈 위주의 발상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일상의 삶을 중요하게 여겨 행복지수를 높여줘야 한다. 경제를 살리면서 동시에 국가의 목표를 새로 세우고 국민이 행복해하고 생명을 존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후 언젠가부터 진상규명보다는 진영논리와 편가르기로 빠져버렸다. 우리사회의 이분법적 사고 태도를 개혁하는 과정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이념논리에 따른 대립과 갈등 속에서 문제 해결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화와 소통보다는 투쟁과 독주로 나아간 정치권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조건 말 잘 듣고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은 옳지 않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계발해주고 타고난 적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꼬리 자르기 안 돼, 책임질 사람 책임져야"(대한불교조계종 전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

단순히 기업의 탐욕과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세월호 참사를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당시 해경이나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

    

책임자가 책임 안 지고 국민들은 납득을 못하니 국가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걸 놔두고 현장에 있었던 일부 몇 사람의 죄를 묻는 건 꼬리자르기일 뿐이다. 어물쩍 넘어가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수사·기소권은 담지 못했지만 여야가 어렵게 통과시킨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일단 해보고 제대로 안 되면 그 과정에서 다시 판단할 수 있다. 해보지도 않고 짐작만으로 우려하는 건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월호 인양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격실 붕괴 가능성도 있고 이미 시신이 유실됐을 수도 있다.

세금을 들여 잠수사들을 동원해 수색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더 이상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러가지 판단했을 때 이젠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단원고등학교는 폐쇄하는 게 바람직하다. 304명이 죽었는데 그 자리에 추모관과 안전체험관을 만들어서 추모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원고 학생들도 정신적 충격이 심할텐데 단원고라는 명칭보다는 몇 명씩 흩어져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게 학생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지난 15일 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15일 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국민적 트라우마 만든 건 정부…특검해야"(심영섭 영화평론가)

특별법이 만들어지는데 6개월이 걸렸다. 특검을 해야한다. 세월호 사건의 실체가 파헤쳐지는 걸 여당이 원하지 않는데 모순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만든 건 정부다.

    

구조작업이나 다이빙벨 투입 등 얼마나 많은 문제가 산적해있나. 정부가 특검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세월호 이후 검열이라거나 감시체제 같은 것도 늘어나고 있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거나 다름 없다. 이런 것도 중지가 있어야 한다.

    

◇ "87년 체제의 붕괴, 국가 나아갈 방향 성찰의 계기"(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사회 전체적으로 개혁의 기동력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 절망감 같은 것도 느낀다.

학생들이 너무 안 움직이고 대학은 기업의 포로, 자본의 포로가 돼버렸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고령화되니까 선거를 통해서도 분노가 표출이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구조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됐는지, 정부가 뭘 했는지 따져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정치권이든 사회든 진상조사를 해서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야 하는데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고 있다. 국가 체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 온 거다.

'87년 체제'(1987년의 민주화 이후 체제)가 붕괴된 건데 앞으로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가지고 갈지, 세월호 참사가 성찰의 계기를 던져주고 있다.

    

◇ "정치인 합의 아닌 유족 뜻대로 하는 게 중요"(변영주 영화감독)

실종자들을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우리가 빨리 잊고 싶어하려고 하거나 빨리 정리하고 싶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사과할 데가 없다. 우리가 뭘 해내야 하는 문제다. 빨리 돌아가기를 바라다보면 끔찍한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를 찬성하는 것과 반대하는 것을 떠나서 어떻게 국민으로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시작도 안 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어졌다. 유족에게 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다. 유족을 개념화하고 정의하는 것을 해서는 안 된다.

실종자 수색을 더 할 것인지, 인양할 것인지 문제도 그렇다. 정치하는 분들끼리 정치로 합의해야 할 부분과 상관 없이 유족의 뜻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끔찍한 죽음 앞에서 '합리적'이라는 말을 쓰는 게 이상하다. 어떻게 합리적일 수 있는가?

    

◇ "유족이 정치·돈 때문에? 모든 가치 하나로 해석되는 사회 재점검해야"(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이번 사태를 돌아보면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알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부모자식간의 정, 상실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적·경제적 목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가치가 금전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거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금전이 유일한 가치로 이해되다 보니 그렇다.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 정부가 참사를 계기로 해야 할 일은 전체 국민, 먼 미래의 국민에게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거다.

대규모 재난,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 잘못됐고 누가 잘못했는지 철저히 밝혀져야 하고 상시적 관리·감독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당장에 불리하다 생각하니 눈앞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배상을 많이 받았다는 등 본질을 호도하는 내용이 도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정권이 적극 대응해야 하는데 오히려 방관하거나 이용하고 있다.

지난 15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를 기다리는 몇몇 가족만 머물러 곳곳이 텅텅 비어있다./뉴스1 © News1 김한식 기자
지난 15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를 기다리는 몇몇 가족만 머물러 곳곳이 텅텅 비어있다./뉴스1 © News1 김한식 기자

◇ "아이들은 어른을 못 믿고…'불신' 해소할 방법 필요"(익명을 요청한 고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담임교사를 3년간 하면서 이번처럼 아이들이 동요하는 건 처음 봤다. 많이 잊어버렸다는데 아직 세월호 배지를 걸고 등교하는 아이가 있다.

사회 전체를 덮고 있던 '불신'(不信)이 이번에 터진 것 같다. 사회는 유족을 못 믿고 유족은 정부를 못 믿고. 아이들은 어른들을 못 믿고 있다.

친구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니 아이들은 다시 "원래 어른들은 못 믿는다"는 쪽으로 돌아간 것 같다.

    

갈등도 불신에서 온 것 같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면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불신의 해소 문제다.

구조 시스템이 믿을 수 있게 돌아간다면 이 상황이 왔겠나.

나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불신을 해소할 방법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사회에 주문하고 싶다.

    

◇ "가족들은 투사가 아니다, 나라가 할 일이다"(고석 씨랜드 재난안전가족협의회장)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 이토록 오래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떤 참사든 일어나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건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다. 논점이 자꾸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치여 비껴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든 참사 유가족들이 불가피하게 그래 왔지만 가족들은 투사가 아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힘없는 가족들이 나서기 전에 당사자인 정부에서 정확한 원인과 경위에 대한 규명을 해야 한다.

    

가족들이 힘들게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지친다고들 하는데 정부가 안 하니까 가족이 앞장설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지금까지 다른 참사 유가족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 포기한 일이 많다.

아무리 가족들이 필사적으로 나서도 객관적 자료와 일을 추진하는 권한이 부족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만큼은 꼭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정부와 대통령이 했던 약속을 꼭 지켜 주길 바란다.

    

◇ "우면산 교훈으로 세월호 참사 막았을 수도…"(우면산 산사태 피해자 유가족 임방춘씨)

세월호 참사는 그간 국가와 공무원, 기업들의 안일함이 쌓여서 발생한 사고로 우면산 산사태와 유사한 점을 보인다.

서울시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참가했던 학회, 공무원들이 자신들은 다치지 않고 보상은 적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닌 오랜기간 적폐된 현상이다.

    

여러차례 밝혔듯이 우면산 산사태를 통한 원인규명 및 제도, 법 개정 등이 됐으면 어쩌면 세월호 참사는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인규명과 그에 따른 제도, 법 개정 등을 하지 못하면 또 다른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 모두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자세도 문제다. 언론은 큰 이슈가 됐을 때만 타오르고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치열함이 없다. 언론은 큰 인명피해가 난 사고에 대해 자세를 달리해야 한다.

다만 우면산 산사태와 달리 대통령부터 여·야, 검찰, 경찰 등 국가적인 차원으로 사안을 대하려는 자세와 접근은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

지난 1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주민들이 배를 기다리며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1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주민들이 배를 기다리며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아직까지…'가 아닌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야"(극작가 겸 연출가 최창근씨)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분수령과 같은 사건이다.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배가 가라앉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면서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게 됐다.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치유를 받아야 할 정도이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아직까지…'가 아니라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야할 일이다.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는 일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삼공사 낭독회가 시작됐다. 낭독회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기 때문에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만큼 국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바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작은 마을에서도 경조사 있으면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축하하고 위로해줬다. 모든 국민들이 그런 마음으로 관심을 모아줬으면 좋겠다.

    

◇ "우리는 지치지 않았다. 희망으로 나아갈 것"(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

6개월이 지났지만 시간이 지났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진상규명이 진척된 부분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우리에겐 아직도 매일이 4월16일이다.

    

서울 종로구 서촌갤러리에 예슬이 작품으로 전시회를 꾸며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이제는 안산 경기도미술관으로 옮겨 다른 아이들이 남긴 것들과 함께 전시회를 연다.

18일에는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시민과 유가족들이 참여하는 1박2일 캠프를 연다.

얼마 전 분향소를 찾았더니 국화가 프린트된 걸개 그림이 많이 낡았더라. 모여서 그림도 다시 그리고 페트병으로 하늘을 나는 세월호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할 예정이다.

작업은 심주욱 작가가 하늘에 있는 아이들을 표현한 밑그림을 그리면 시민과 가족들이 색을 채워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분향소 둘레가 240m나 돼서 많은 사람이 필요한 작업이다.

    

시민들이 모여서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부모님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치고 보기 싫은 분들은 그렇겠지만 우리는 지치지 않았다. 계속 희망을 가지고 나아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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