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동성애·이혼 피임 등에 대한 이해와 포용 필요" 바티칸 보고서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10-14 17:28 송고 | 2014-10-19 15:01 최종수정
지난 6일 바티칸에서 열린 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200명의 가톨릭 주교들.© AFP=뉴스1
지난 6일 바티칸에서 열린 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200명의 가톨릭 주교들.© AFP=뉴스1

동성애와 동거, 이혼 등을 보다 관대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중간보고서가 1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전 세계 200명의 주교들이 지난 5일부터 바티칸에 모여 진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를 통해 만들어진 이번 보고서에는 가톨릭 교회의 기본 교리를 수정할 필요는 없지만 동성애와 이혼, 피임 등에 대한 기존의 무조건 반대 입장 대신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말해 12억 가톨릭 신도들 사이에 큰 논란이 예상된다.
12페이지로 된 '렐라티오(relatio, 라틴어로 보답)'라는 이름의 이번 보고서는 "동성애자들에게도 기독교 신앙공동체에 제공할 '은사(恩賜, 재능)'와 '자질'이 있다"며 "우리는 이들을 환영하고 우리의 공동체 공간을 더 보장해 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종종 교회로부터 집에 온 것 같은 환영을 받기를 원한다"며 "우리 공동체는 가족이나 결혼에 대한 가톨릭 교리와의 타협 없이 그들의 성적인 기호를 평가하고 수용할 있겠느냐"고 자문했다.

즉 이성간의 결합을 전제로 한 결혼만을 가정의 성립으로 보는 기존의 교리는 유지하면서도 동성애자들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보고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죄악 속에서의 삶(living in sin)'이라고 부르던 동거와 관련해 "일부 동성 커플들은 배우자 상호 간에 놀라운 지지와 희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직자들도 동성결혼과 동거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식해야 한다"며 급격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이 뿐 아니라 이혼한 사람이나 재혼한 사람들도 차별 없이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 시노드의 대표인 브루노 포르테 대주교는 "교회가 동성결혼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보고서의 본질은 성적인 취향과 관계없이 사람의 중심을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보고서가 그간 가톨릭에서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간주돼 온 동성애와 동거 등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교황은 지난해 "만일 동성애자인 한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가지고 하느님을 찾는다면 내가 누구라고 이를 판단하겠는가"라며 동성애에 온정을 베푸는 태도를 보였다.

가톨릭 교회는 그간 동성애적 성향은 죄악이 아니지만 동성애 자체는 죄라고 성도들을 가르쳐왔다.

동성애 단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크게 환영했다.

미국의 대표적 가톨릭 동성애인권단체인 '뉴웨이스미니스트리(NWM)'는 이번 보고서에 "과거 교회가 동성애를 언급할 때 보였던 우울함과 죽음, 종말론적인 공포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칭송했다.

영국의 가톨릭 동성애인권단체 '퀘스트(QUEST)'도 "동성결혼과 같은 행위도 더 넓은 사회를 만들고 공공선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는 고유의 선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보수파는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단체 '가족의 목소리(Voice of the Family)'의 존 스미튼 대표는 "시노드를 조종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 가톨릭 부모들을 배신했다"며 "교회 역사상 최악의 공식 보고서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일부 추기경들은 보고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는 19일 시노드의 공식 폐회에 앞서 발표된 초안으로 최종 보고서에서는 그 내용이 수정될 수 있다.


findlov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