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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스타 없는 '맹탕국감'…괴물쥐·치약 등장 '소품국감'

"국정감사에 '한방'이 없다"…분리국감 무산, 세월호法 파행정국 후유증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4-10-10 22:43 송고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왼쪽),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승 식약처장에게 치약을 들어보이며 유해성분(파라벤)에 관해 질의를 하고 있다. © News1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왼쪽),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승 식약처장에게 치약을 들어보이며 유해성분(파라벤)에 관해 질의를 하고 있다. © News1 

"국정감사에 '한 방'이 없다", "맹탕국감"

지난 7일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국감은 보통 여야가 굵직한 국정 현안을 두고 맞붙는 장이다.

특히 야당에서 집요한 추적을 통해 매서운 '한방'을 날리고 각종 언론에서 주요 뉴스로 다루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올해 국감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증세 논란 등 큰 현안들에 대한 여야 간 공방보다는 '소소한' 생활밀착형 이슈들이 뜨고 있다.

우선 국감 첫날부터 온갖 소품들이 등장했다.
지난 7일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린이용 치약에 파라벤이 기준치보다 높게 들어가 있다"고 지적하다 급기야 과일향 치약을 삼켰다.

같은 국감에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질세라(?) 파라벤 치약을 지적하면서 시판되는 치약 6개를 부채꼴로 펴들었다.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감장에는 '괴물쥐'로 불리는 뉴트리아가 등장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뉴트리아를 일종의 증인으로 소환한 것이다. 당일 환노위 국감은 여야의 국감 증인 채택 공방으로 파행하던 중이었다. 

이에 뉴트리아는 수시간을 김 의원실 관계자들이 던져주는 포도를 먹으며 기다렸으나, 국감이 완전 파행해 종일 대기하다 돌아갔다.

환경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파행된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국정감사장에 김용남 의원이 가져온 뉴트리아가 놓여있다.  © News1 
환경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파행된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국정감사장에 김용남 의원이 가져온 뉴트리아가 놓여있다.  © News1 

7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이끼 한 무더기와 산양삼을 직접 들고 나와 이동필 장관에게 "어느 것이 진짜인지 맞춰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흔한 길거리 간식인 닭꼬치도 이번 국감에서 톡톡히 뜬 주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 김승남 새정치연합 의원은 "발암물질이 든 닭꼬치가 적발된 중국 공장이 상호를 바꿔 또 닭꼬치를 (국내에) 유통시켰다"고 말했다.

당일 온라인 포털사이트 등에는 '발암물질 닭꼬치'가 주요 검색어로 오르내렸고, 이튿날인 8일 검찰은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압수수색하고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의원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국감장에서 터뜨리는 '특종'은 올해 국감에서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매해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문제점들이 '업데이트'만 되는 수준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정국 파행이 길어지며 여야 의원들이 국감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게 '맹탕 국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크다.

당초 여야는 올해 국감을 2회로 나눠 실시키로 합의했으나 세월호 특별법 교착국면 장기화로 분리국감이 무산됐다.

국감이 열릴지, 열리면 언제 열릴지 기약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폭발력이 큰 이슈를 집요하게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국회 보좌진들은 입을 모아 토로한다.

특히 국감은 '야당판'이라고 불리기 때문에 전년도 국감까지는 정국을 뒤흔드는 대형 폭로로 '국감 스타'로 떠오르는 야당 의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둘러싸고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탈당 논란까지 불거질 정도로 심한 당 내홍을 겪으면서 의원들이 국감 준비에 매진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작년에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의혹을 파헤친 진성준,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타공인 '국감스타'였다.

올해의 경우 여야가 그나마 치열하게 맞붙은 이슈는 기업인 증인채택이다. 그러나 증인채택 공방은 정작 국감에 쓸 시간을 잡아먹는 일인 데다, 그나마도 지난해 보다 시들해 보인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야당 의원 비하 쪽지', '국감 중 비키니 사진 검색' 등에 대해서 "국감에 긴장감이 없으니 의원들의 집중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는 말들도 나온다.

한 보좌진은 11일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분리국감을 한다고 해서 급하게 자료요청과 분석을 하다보니 전년도에 질의하거나 보도자료를 낸 주제를 업데이트한 수준이었고, 나중에는 국감 일정 확정이 기약없이 늦어져 아예 지친 게 사실"이라며 "국감에 칼날이 무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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