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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경기에 금융시장 '요동'…"경제활성화 법부터 빨리"

금리, 주가, 물가 같이 내리고 환율 올라..수요부진 속에 체감경기도 휘청
"기댈 곳 경기대책밖에 없다..경제활성화 법안 빨리 통과시켜 실천력 줘야"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2014-10-01 17:44 송고 | 2014-10-01 18:21 최종수정
© News1 오대일 기자
© News1 오대일 기자


공격적 경기부양을 골자로 하는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의 약발이 듣기도 전에 대내외 악재에 난타당하면서 경제와 시장이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다.
소비심리는 멈췄고 생산에도 이상기류가 감돈다. 엔화는 110엔을 터치했고 원/달러환율은 1060원을 넘어갔다. 소비자물가는 23개월째 1%대를 머물고 있고 농산물과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마저 1%대로 추락,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회복기조가 꺾였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금리, 주가, 물가가 같이 내리고 환율이 오르는 모양새가 딱 경기침체기때와 닮았다.  

이에 따라 경제활성화 법안이라도 조속히 통과시켜 경제주체에 믿음을 빨리 줘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경기부진속 금리, 주가, 물가 내리고 환율은 올라..경제 이상기류

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8.55p(1.41%) 내린 1991.54p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2000선을 하회한 것은 53거래일 만으로 장중 1989선까지 폭락했다. 지난 7월 말 장중 2090선을 웃돌면서 '3년 박스권(1950~2060p)'을 탈출했다고 환호하던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최경환 경제팀의 공격적 경기부양책이 나오면서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섰음을 고려할때 지수상으로 초이노믹스 효과는 사실상 없어졌다.
환율 약세까지 심화되면서 시장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급등했다. 이날 장중 엔달러 환율은 6년1개월 만에 달러당 110엔을 찍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5원 폭등한 1062.7원에 마감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정책효과에 힘입어 내수 부진이 해소되고 있지만 회복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높은 대외 리스크가 국내 수출회복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자칫 체감경기를 재차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경기가 미약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전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1.1% 오르면서 3개월 연속 둔화됐다. 지난 2월(1.0%) 이후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23개월째 2%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마저 고개를 든다.

특히 공산품, 서비스가격이 주류를 이루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낮아진 것이 조짐이 좋지 않다. 내수가 회복되고 있지만 물가를 끌어올릴 정도로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김성태 KDI 박사는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은 상황이라 (당국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는 없지만 저물가가 지속되다 기세가 꺾이면 디플레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8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8% 감소, 지난 2008년 12월(-10.5%) 이후 5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10.6% 줄었다. 하계휴가 집중과 자동차업계 파업으로 조업일수가 일시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횡보세라는 평가가 많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를 배제하더라도 여타 업종에서의 생산 반등이 미약한 편"이라며 "반도체·부품 생산이 소폭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생산 기여가 저조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같은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7% 늘었지만 이른 추석 효과가 선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달과 같은 107,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소폭 오른 74를 기록하는 데 그쳐 체감경기 개선은 미흡한 상황이다.

김환 NH농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세는 이어가겠지만 설비투자 등 내수지표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회복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건설 수주, 코스피지수, 소비심리 등의 개선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실적도 휴대폰 판매 부진에 경고음이 커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544억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는 전년 동기 실적(10조1636억원) 보다 50% 이상 낮은 것이다. 최저 추정치는 3조929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중국의 저가 제조업체 부상과 애플의 대화면 스마트폰시장 진출에 부딪혀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경기부진 우려속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가세하며 채권금리도 급락중이다. 이날 5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대비 0.072%포인트 내린 2.426%로 마감했다. 한달새 약 0.5%포인트 빠졌다. 

◇ "기댈 곳 경기대책 밖에 없다..경제활성화 법 빨리 통과시켜 추진력 줘야"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의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전달 생산지표에서 나타난 것처럼 회복세의 힘은 취약하다"며 "내년 예산이 집행되기까지 4분기 정책 공백이 예상되는 데 이를 한은 통화정책으로 메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지지 않도록 우선 국회에 제출된 경제활성화 법부터 통과시켜 추진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급하다는 진단이 많다. 경제주체가 믿는 구석을 빨리 만들어줘야 대내외 악재에 심리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복합적인 악재가 부각되고 있지만 증시가 최근 흔들린 큰 원인은 정부 정책 모멘텀 약화와 실적 우려"라면서 "최근 3개월간 유입된 유럽계 단기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1일 이후 8300억원 상당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법 통과가 지연되며 청와대도 목이타는 모양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1일 오후 월례 경제정책 브리핑에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별로 좋지 않은 가운데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30개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시켜 경제 살리기의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는 전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그동안 여야 합의로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도 처리가 미뤄져온 법률안 등 91개 안건을 일괄 처리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조기 필요성을 주장해온 이른바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상임위 논의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안 수석은 "정부 차원의 경제 활성화 노력이 결실을 맺고 민생을 안정시키려면 이들 법안이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며 "(여야 간에) 쟁점이 없는 법안 위주로 하루 빨리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주문했다.


ez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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