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유독가스·화산재에 시속 700㎞로 날아든 돌덩이…'연옥'같은 온타케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09-29 15:36 송고 | 2014-09-29 15:38 최종수정
27일 오전 11시 53분께 일본 혼슈 중부 나가노(長野)와 기후(岐阜) 두 현 경계에 걸쳐 있는 온타케산(御嶽山·3067m)이 폭발해 3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45명이 실종됐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폭발로 화산재와 연기가 800m 상공까지 치솟았다. 일본 자위대와 소방대원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4.9.28 로이터/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27일 오전 11시 53분께 일본 혼슈 중부 나가노(長野)와 기후(岐阜) 두 현 경계에 걸쳐 있는 온타케산(御嶽山·3067m)이 폭발해 3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45명이 실종됐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폭발로 화산재와 연기가 800m 상공까지 치솟았다. 일본 자위대와 소방대원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4.9.28 로이터/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지난 27일 시작된 분화로 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일본 온타케산(御嶽山·3067m)의 분화구 일대는 흡사 지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유독가스를 포함한 연기가 수증기와 함께 솟아 나오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모습이 연출됐다.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 수증기에 커다란 돌덩이들이 초속 200m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다녔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720㎞에 달한다.

한 등산객은 산케이신문을 통해 "트럭만한 크기의 바위가 날아갔다"고 현장 모습을 전했다.

화산분화예지연락회 회장인 후지이 도시쓰구(藤井敏嗣) 도쿄대 명예교수는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수증기가 폭발하면 콘크리트 발생이 동반되며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10㎝의 돌멩이라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등산 중 이 같이 연기가 다가와도 열기로부터 몸을 돌린 채 귀를 막고 바닥에 엎드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보호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보호법조차도 화산재가 50㎝나 쌓이는 바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분화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고온의 화산재와 가스를 흡입한 탓에 기도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가네코 다카유키(金子隆之) 도쿄대지진연구소 조교는 "분화구 주변 1㎞ 이내에는 농밀한 화산재와 열기로 인해 호흡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이 장시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운이 좋은 등산객들은 인근의 산장 인근으로 몸을 피했다. 이들은 몸에 화산재를 뒤집어 쓴채 불편하게 하루 밤을 지냈지만 대다수가 큰 부상 없이 28일 하산할 수 있었다.

산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인근의 큰 바위 등 구조물 뒤에 몸을 숨긴 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산 정상 인근에서 구조된 한 남성은 갑자기 위에서 쏟아져 내린 돌덩어리들을 피하기 위해 높이 2m 가량의 바위 뒤로 몸을 피했다고 밝혔다. 그는 "돌에 맞은 왼팔이 골절되면서 피가 흐르자 '이제 마지막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함께 있던 친구가 '어쨋든 살자'고 외치고 어깨를 빌려준 인근의 다른 등산객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 덕에 힘을 얻어 살아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등산객들 일부는 돌과 화산재, 가스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들 일부는 아직 화산재에 묻힌 채 수습되지 않고 있다.

등산객인 한 여성은 "일부 사람들의 시신이 무릎높이 까지 올라온 화산재에 묻혀 있다"며 "내 앞에서 등산을 하던 2명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몇몇 사람들은 마구 쏟아진 바위에 맞아 쓰러졌다"며 "한 부상자는 '아프다'고 신음했지만 약 30분이 지나자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한 산장 관리인은 "몇몇 사람들은 계속해서 내린 화산재에 산 채로 파묻혔다.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무선을 통해 구조대원들에게 피해자들의 위치를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유가족들의 가슴 아픈 소식들도 이어지고 있다.

한 남성은 분화 이후 연락이 두절된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자 이를 움켜쥐고는 눈물을 쏟았다.

다른 중년 여성은 "아들이 전화를 해서는 화산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며 "'끝났어. 죽어가고 있어'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고 말했다.

28일까지 31명이던 심폐 정지 상태의 등산객은 29일 재개된 수색작업 결과 36명으로 늘어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가노현 경찰 대변인은 이날 "심폐 기능이 멈춘 사람 5명을 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자위대와 경찰, 소방대원 등 540여명의 구조대원들은 29일 오전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미타케(御嶽) 신사 인근에서 심폐정지 상태로 쓰러져 있는 등산객 8명을 헬기를 통해 마츠바라(松原) 스포츠공원으로 이송했다. 또 산 정상 인근 등산로에서 나머지 19명과 새로 발견한 5명에 대한 이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수습된 4구는 아사이 유스케(浅井佑介·23), 미우라 유(三浦勇·45), 하야시 타쿠지(林卓司·54), 요코타 카즈마(横田和正·61)의 시신으로 확인됐다. 부상자는 63명으로 집계됐다.

© News1
© News1



findlov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