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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시 사각지대'로 숨은 나이키, 연 광고비 601억→'제로?'

나이키스포츠, 매년 본사에 수백억 광고비 내와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4-09-23 17:06 송고 | 2014-09-24 07:26 최종수정
나이키 광고 캡처 © News1 2014.07.16/뉴스1 © News1

나이키가 '제2의 한국법인'(나이키코리아)으로 광고·마케팅 업무를 넘기는 방식을 통해 사실상 공시 '사각지대'에 가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경쟁사인 아디다스가 연간 광고선전비(이하 광고비)로 320억원을 쓰는 동안 나이키는 연 광고비로 1원도 쓰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나이키 연 광고비는 4년 전만 해도 601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동종 업계나 증권업계는 나이키의 국내 사업방식에 의문을 품어왔다.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사업방식은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피해나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한회사로 마케팅사업 넘겨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결산법인인 나이키스포츠는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 6월~2014년 5월) 감사보고서에 광고비를 기재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4년 전인 2010년 회계연도(2010년 6월~2011년 5월) 광고비가 601억원이었다.

나이키스포츠는 1986년 스포츠용 신발, 의류 등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나이키의 한국 마케팅도 이 회사가 담당했다.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초기에 제품 공급에서 유통, 마케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극능률협회 조사에서 고객만족도와 브랜드파워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나이키스포츠가 오롯이 국내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것은 아니다. 광고비 대부분은 나이키 본사 광고에 썼다. 이 회사는 2010년 회계연도에 Nike Inc., Nike European Operations Netherlands B.V.가 진행한 전세계 광고개발 판촉·마케팅 지원사업과 관련 순매출액 기준으로 배부받은 분담금을 냈다. 광고비 등이 포함된 금액은 444억원에 달한다. 2009년, 2008년 회계연도도 마찬가지로 수백억원 규모 분담금을 내왔다.

아디다스도 마찬가지다. 아디다스 한국지사인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해 본사가 요구한 국제 마케팅비 309억원을 비롯해 320억원을 광고비로 썼다.

나이키스포츠 광고비가 줄어든 이유는 2012년부터 나이키스포츠의 특수관계자인 나이키코리아에 마케팅 및 판촉 활동을 맡겨서다. 이 시점부터 수백억원 규모 나이키스포츠의 광고비가 줄더니 지난해 '제로'가 된 것이다. 

나이키코리아는 2010년 설립돼 업력이 5년도 되지 않는 신생회사다. 이 회사는 스포츠용품 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해 세워졌다.

문제는 나이키코리아가 유한회사란 점이다. 유한회사는 현재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돼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밝힌 유한회사의 외부감사를 의무화 계획은 과잉규제 논란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나이키코리아의 경우 나이키스포츠처럼 광고비 지출 규모뿐만 아니라 실적이나 사업방향을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없다. 즉 나이키 사업방식은 더 오리무중이 된 것이다.

◇"나이키 사업규모 과장됐다"
나이키는 나이키스포츠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불투명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비판을 업계에서 받아왔다. 사업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업계에서는 아디다스 등 2위권 업체들이 워낙 약진해 나이키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나이키는 실제 고객 판매분뿐만 아니라 대리점에 넘긴 제품까지 매출로 잡고있어 국내 시장 위치나 제품 가격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도 나이키를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A증권사는 이달 나이키를 중심으로 스포츠산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제한적인 정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되레 국내가 아닌 본사 정보를 얻기 쉬웠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매출의 약 10%를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연 기준으로 각각 3조원, 2조원이다.

A증권사 연구원은 "나이키코리아와 나이키스포츠가 국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며 "나이키스포츠 감사보고서만으로 보고서를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디다스는 국내에서 단일 회사로 공시를 해 사업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불투명한 사업은 소비자들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쓰는 비용은 생산하는 제품 가격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광고비는 대표적인 비용 중 하나다. 판매가격이 그대로라면 비용이 줄수록 회사가 남기는 이윤도 늘어난다. 가격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스포츠는 광고비가 몇년 새 급격하게 줄었지만 판매하고 있는 신발가격은 올랐다. 에어맥스 시리즈 가운데 '에어맥스 2014'는 현재 나이키 온라인몰에서 21만9000원에 살 수 있다. '에어맥스 2009'는 2011년에 19만9000원에 판매됐다.

여기에 나이키스포츠가 규모와 실적이 급격하게 줄어 국내 나이키 사업을 대표할 수 없는 회사가 됐다.

나이키스포츠는 2011년 회계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005억원, 939억원에 달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대 성장을 보여온 결과다. 하지만 지난해 회계연도 영업수익은 65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37억원으로 나란히 2011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세무회계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스포츠는 2011년 말 나이키와 상표계약이 끝나고 마케팅과 판촉업무를 나이키코리아에 넘겨 매출이 급감한 것 같다"며 "그동안 나이키스포츠는 영업실적을 감사보고서에 직접 매출로 기재했는데 나이키코리아로부터 번 수수료 수익만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1은 나이키 측에 질의서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답변을 차일피일 미뤘다. 나이키 관계자는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미국 본사를 통해 밝힐 수 있다"고 회피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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