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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죽음 이후…軍은 지금 변화의 몸부림 진행 중

과거 묻혀있던 사건 속속들이 재조사, 관련자 처벌
360만원 공금유용한 준장 중징계…"과거엔 상상할 수 없는 일"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14-09-17 15:41 송고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의 가해자인 이모 병장 등 구속 피고인 5명이 16일 오전 경기도 용인 육군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4.9.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의 가해자인 이모 병장 등 구속 피고인 5명이 16일 오전 경기도 용인 육군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4.9.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계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해 숨진 윤 일병 사망사건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군내 '혁신움직임'은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우선 국방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를 혁신하겠다며 150여명으로 구성된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를 지난달 6일 출범시키고 부대-부모-병사간 24시간 소통 보장을 위한 생활관 내 계급별 공용전화기 설치, 1년단위 동기제 생활관 등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육군은 윤 일병 사건 직후 전부대에 긴급 전수조사를 실시해 선임병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3912건 적발한데 이어 지난달부터 설문조사를 추가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당초 육군을 대상으로 했던 병영문화 혁신을 공군과, 해군, 해병대 등까지 전군으로 확대해 실시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이 같은 조치의 결과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병영 내 가혹행위가 전면 재조사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군 당국은 17일 강원도 화천 육군 27사단에서 근무 중 자살한 여군 심모 중위 사건과 관련, 재조사 결과 당시 대대장이었던 이모 소령의 가혹행위가 상습적으로 반복돼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 소령을 기소했다.
심 중위가 이 소령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지난 2010년 3월 20일 부대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년 6개월 만이다.

군 당국은 이 같은 수사결과를 유족들에 통보하고 곧 심 중위에 대한 순직 여부 재심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소령은 군 검찰의 조사에서 성추행 등 성군기 위반 부분은 전면 부인하고 기소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군은 이 소령이 다른 여군장교를 성희롱한 혐의로 지난 6월 11일 보직 해임된 데 이어 지난달 8일 3개월 정직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각군 부대에서는 병영 악습 적발을 위해 소원수리 및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회 지도층 자녀는 물론 별을 단 군 고위관계자도 처벌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강원도 철원 6사단에서 군 복무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상병·23)이 후임병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지난달 13일 형사 입건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국방부 예하 부대의 공군 준장이 장병 복지를 위해 지급되는 부대 복지기금(공금)360만원을 개인 의류와 가구 구입비용 등으로 사사로이 유용하다 적발돼 지난 4일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군 관계자는 "준장이면 원스타(별 1개)인데 과거에는 판공비처럼 쓰면서 후배 지휘관들에게 금일봉을 하사하거나 개인용도로 얼마든 쓸 수 있던 관행이 있었다"며 "그런데 360만 원 정도를 쓴 것으로 중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이제 군이 정말로 개혁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 고위층의 자녀, 군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가혹행위 및 병영악습이 발견되면 가차 없이 처벌한다는 것이 현재 군 당국의 자세다.

그동안 일반사망으로 처리됐던 군내 자살사건이 윤 일병 사망 후 훈령 개정을 통해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군대에서 사망한 총 117명 가운데 7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이 전체 사망 원인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족들은 "만약 윤 일병이 가혹행위와 구타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을 매었거나 방아쇠를 당겨 죽었다면 그 역시 자살로 분류돼 일반 사망으로 처리됐을 것"이라며 "부모님에게는 잔인한 말씀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차라리 윤 일병이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국방부는 이후 자해(자살) 행위가 직무 수행 및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 폭언, 가혹행위 또는 업무 과중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인정되면 순직처리하기로 관련 훈령 개정에 나섰고 질병에 대한 공무연관성 기준도 완화해 순직 인정폭을 크게 확대했다.

군은 기존 각 군에서 운영하던 재심사기구를 국방부에 설치하고 여기에는 인권전문가와 변호사, 법의학 전문가 등 민간위원을 과반수로 구성하도록 했으며 유족들이 직접 전공사상 재심사를 요청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공군 성남비행단 단장의 부관실에서 근무하다가 지속적인 상관의 지적과 얼차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지훈 일병 사망사건'와 관련해 당초 일반사망으로 처리했던 공군이 이를 '순직'처리하기로 변경한 것도 윤 일병의 죽음과 무관치 않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윤 일병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동안 묻혀왔거나 덮어질 수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그로 인해 재조사되거나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 명예를 되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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