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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으로 돈벌이?…벤츠E300 사이드미러값 '제네시스 6배'

[콧대높은 수입차 수리비 ①] 국산차 부품보다 최대 10.5배 비싸
정부 대체부품제 내년 도입 계획…수입차 "적정가격"이라며 반발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2014-09-16 22:24 송고 | 2014-10-28 14:19 최종수정
2014.09.17/뉴스1 © News1
2014.09.17/뉴스1 © News1
제약회사 임원 신모씨(54)는 메르세데스-벤츠 E350를 타다가 올초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로 바꿨다. 국산차로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수입차의 수리비용이 터무니없이 높아서다. 그는 골목길 접촉사고로 벤처 앞범퍼를 교체한 적이 있는데, 당시 수리비용으로 150만원을 내야 했다. 무상서비스 기간이 끝나면서 수리비용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높아졌다. 서비스센터를 한번씩 찾을 때마다 수십만원씩 내야했던 것이다. 결국 국산차로 바꾼 신모씨는 제네시스의 앞범퍼 가격이 벤츠 앞범퍼의 6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앞으로 수리비 걱정은 덜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수입차 판매량은 가파르게 상승해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의 12.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늘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유럽자동차의 국내 수입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국산차와 소비자가격이 엇비슷해진데다, 수입차들이 소비자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중저가 차량을 대거 쏟아낸 덕분이다. 
그러나 수입차를 구매했던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국산차로 바꾸는 경우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차값이 비해 부품비를 비롯한 수리비가 터무니없이 비싼 탓이다. 예상보다 저렴한 차값이 덜컥 구입했다가 국산차보다 몇배 비싼 수리비에 혀를 내두르고 마는 것이다.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김모씨는 "차가 어디 부딪힐까 겁날 지경"이라며 "수입차는 오래 탈수록 돈먹는 하마라더니 그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 까닭은 수입차 업체들이 '순정부품'만 고집하고 있어서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276만원으로 국산차 94만원보다 2.9배 높았다. 특히 수입차의 부품비용은 국산차의 4.7배로 나타나 공임비(2배), 도장비(2.3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부품값으로 지급된 보험료도 건당 평균 200만7000원으로 국산차(43만1000원)의 4.7배였다. 수입차 수리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품값이었던 것이다.

이에 공정위까지 나서서 수입차의 높은 부품가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수입차 부품가격과 공임비용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1은 국산 중대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차 및 일본차의 부품값을 비교해봤다. 현대차 '제네시스 프레스티지'(6380만원)와 BMW '520d'(633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E300 엘레강스'(6740만원), 아우디 'A6 2.0 TDI'(6450만원), 렉서스 'ES300h'(6160만원) 등의 부품값을 일일이 비교해보니, 심한 경우는 10배 이상 가격차이가 났다.

접촉사고나 운전 부주의 등으로 가장 많이 교체되는 사이드미러의 경우 벤츠 E300은 68만3000원으로 비교 차량 중 가장 비싸다. 이는 10만5820원하는 제네시스 사이드미러보다 6.5배 높다. BMW 520d(60만1200원) 사이드미러는 제네시스보다 5.7배, 아우디 A6 2.0 TDI(44만9000원)는 4.2배 가량 비싸다. 렉서스 ES300h는 29만8400원으로 제네시스와 2.8배 가량 차이가 났다.

수리비용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헤드램프는 수입차 부품값이 국산차보다 평균 3.4배 가량 높았다. 헤드램프값이 가장 비싼 차량은 벤츠 E300(286만3000원)으로, 제네시스(54만100원)보다 약 5배 가량 높다. 렉서스 ES300h(204만4600원)가 제네시스보다 3.8배, 아우디 A6 2.0 TDI(160만4400원) 3배, BMW 520d(105만6400원) 2배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타이어를 덮고 있는 부분인 '펜더'의 경우 벤츠 E300(138만6000원)이 제네시스(13만2000원)보다 약 10.5배 가량 비싸다. 아우디 A6 2.0 TDI(89만7800원)도 제네시스보다 6.8배 비쌌다. 앞범퍼 가격이 가장 비싼 차량은 BMW 520d(73만9300원)다. 제네시스(12만1000원)보다 6.1배 가량 비싼 가격이다. 가장 저렴한 렉서스 ES300h(33만2900원)도 제네시스보다 2.8배 가량 비싸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부품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동차 대체부품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가 이른바 대체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정부가 지정한 민간기관의 인증을 통과하면 수입차를 포함한 자동차 대체부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대체부품제도 시행을 계획 중이다.

한 전문가는 "대체부품제도가 도입되면 수입차 수리비가 지금보다 약 30~40% 가량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는 매년 수백억원의 부품매출이 줄어들 수 있어 큰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입차 업체들은 '안전'을 이유로 대체부품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부품이 국산차보다 정교하고 예민해서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값싼 정비소가 공업사에서 수리를 받고는 이상이 생겨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다시 수리를 받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순정부품의 경우 가격 책정을 본사와 협의한 적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품가격을 책정할 때는 현지 차량 가격, 관세, 물가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한 독일차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현지 시장 수준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는 것으로 비싸다고 볼 수 없다"며 "최근 부품가격 공개를 당당히 할 수 있었던 것도 본사에서 비싸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je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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