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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좀 보내줘" 태권도 시합 만연한 승부조작 적발

지난해 대표 선발전, 상대 선수 아버지 승부조작 청탁
협회 임원·심판위원장 등 조직적 가담
심판들 학연으로 얽혀…승부조직 지시 거부 어려워 토로도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4-09-15 11:17 송고 | 2014-09-15 11:33 최종수정

지난해 한 태권도 관장을 자살로 내몰며 '편파판정' 논란을 낳았던 서울시 태권도 대표 선발전은 상대 학부모의 청탁을 받은 서울시태권도협회 임원 등이 꾸민 승부조작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년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선수 선발전 당시 상대편 학부모의 청탁을 받고 승부조작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서울시태권도협회 전무 김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자신의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승부조작을 부탁한 학부모 최모(48)씨와 김씨의 지시를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심판위원장 노모(53)씨 등 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지방 소재 대학의 태권도학과 교수인 최씨는 2013년 5월 초순 "아들이 대학교를 가야하는데 입상실적이 없어 걱정"이라며 자신의 학교 후배인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모(45)씨에게 같은달 13일 열린 대표 선발전 3차대회 입상을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송씨는 이를 자신의 고교 동문이자 서울시태권도협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무 김씨에게 다시 부탁했고 김씨는 심판진을 통한 승부조작을 지시했다.


해당 시합 주심으로 배정된 상임심판 최모(47)씨는 당일 오전 10시쯤 국기원 현관 앞에서 심판부위원장 최모(49)씨로부터 구두 지시를 받고 같은날 오후 1시쯤 열린 시합에서 상대 선수 A군(당시 2학년)에게 경고 8개를 남발해 반칙패를 당하도록 했다.


해당 경기에서 주심 최씨는 승부조작을 지시 받은 해당 학생이 뒤지고 있자 종료 50여초를 남겨두고 A군에게 연속으로 경고를 6개나 주기도 했다.

 

최씨는 경찰에서 "당시 5번째와 7번째 경고는 주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고 진술하며 승부조작을 시인했다.


경찰조사 결과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심판위원장이 심판배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해 특정 시합에 특정 심판을 배정할 수 있도록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판들은 전자호구제가 도입된 후 직접적인 점수 개입이 어려워지자 특정 선수에게 경고를 주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권도 시합에서 경고 2개가 누적되면 상대방이 1점을 획득한다.

특히 주로 중·고교는 물론 대학 선후배 등 학연으로 연결돼 있는 심판들은 윗선에서 내려오는 승부조작 지시를 사실상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한 심판은 "일당 6만~8만원 정도를 받는 심판이 눈 밖에 나면 심판으로 불러주지도 않고 어느 순간에 잘려 버려 소신 있는 판정을 할 수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이후 A군의 아버지가 억울함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태권도협회는 그해 6월4일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주심의 경기운영 미숙은 인정되나 고의성은 없었다'며 당시 주심 최씨만 서울시상임심판에서 제명했다. 노씨 등은 보직사표 처리로 종결했다.


경찰은 승부조작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품수수 여부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또 경찰은 그간 외부감사 없이 자체감사로만 행정처리를 해오던 서울시태권도협회를 지난 3월 압수수색해 회장 임모씨가 임원 40명에게 활동비를 허위지급한 비리를 포착하고 임씨 등 11명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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