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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보다 싼 것이 내 주민번호…'헐값' 개인정보에 범죄 기승

건당 1원도 안되는 헐값…스팸·스미싱 등 악용 사례 극성
기업화된 정보 가공업자까지 등장…사법당국 엄정 대응 나서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2014-09-05 15:38 송고 | 2014-09-05 16:17 최종수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3월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에서 집회를 열고 KB국민카드 개인정보유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4.3.17/뉴스1 © News1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3월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에서 집회를 열고 KB국민카드 개인정보유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4.3.17/뉴스1 © News1

요즘 시대에는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가 유출될까 전전긍긍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을 듯하다.


개인정보범죄가 점점 더 지능화·전문화돼 가면서 단순한 특정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는 한 건당 1원도 안되는 헐값에 팔리고 있다. 중국 사이트 등을 통해 인터넷 검색만으로 특정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맘만 먹으면 개인정보 정도는 주머니 속에서 쉽게 꺼내듯 빼낼 수 있는, 이른바 '개인정보범죄 전성시대'다.


정부는 검·경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통신3사 등으로 구성된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을 꾸려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범죄가 워낙 광범위하게 뻗쳐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번호 포함 개인정보, 건당 1원 미만…스팸·스미싱 등 범죄 기승


개인정보범죄 합수단은 지난달 22일 대리운전 고객정보 3500만건을 불법 유통하며 스팸문자를 발송해 온 대리운전업체 3곳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 동작구와 인천 서구, 부천시 원미구 등에서 대리운전업체를 운영하는 박모(35)·이모(42)·홍모(40)씨는 3500만건의 고객정보를 개인정보판매상 또는 대리운전업체를 통해 100만~200만원을 주고 불법취득한 뒤 3800만개에 달하는 스팸문자를 무단 발송했다. 중복된 고객정보를 제외하고 실제 유출된 고객 수로만 따지면 600만명 분에 달한다.


이들이 600만명의 3500만건 고객정보를 구입하는데 든 돈은 고작 3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 7월 초중등생과 학부모들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880여만건을 사들여 텔레마케팅 홍보 업무에 활용한 혐의 등으로 합수단에 적발돼 구속기소된 인터넷 교육업체 김모(39) 대표는 검찰조사에서 이들 정보를 사는데 300만원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사칭 정보로 스미싱문자를 보내는데 가담한 혐의로 구속됐던 고교 중퇴생 A(17)군의 컴퓨터에는 무려 3066만여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었다. 생존한 우리 국민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들은 이렇게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스팸문자를 보내거나 스미싱범죄를 벌이는데 사용했다. 단순 스팸문자 발송을 넘어 최근에는 악성프로그램 설치 등을 통한 금융사기범죄까지 범죄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건당 1원에도 못미칠 정도로 개인정보가 헐값인데다 워낙 광범위하게 유통되다보니 유통과정을 추적해 단속하는 활동으로는 범죄를 막기 어려운 지경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워낙 많이 유통되고 있어 이제 시중에서 개인정보 한 건당 가격을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불법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검찰 합동수사단이 지난 4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진태 검찰총장과 정부부처, 정보 관련기업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갖고 있다. © News1
개인정보 불법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검찰 합동수사단이 지난 4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진태 검찰총장과 정부부처, 정보 관련기업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갖고 있다. © News1

◇범죄 수법도 진화…기업화한 개인정보 가공업자까지 등장


범죄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이 담긴 이른바 '막DB'를 특정 주제별로 재가공해 파는 2차 가공업자도 등장했다.


검찰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일부 개인정보 판매 브로커들은 개인정보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정보 등을 따로 분류해 재가공한 뒤 건당 수천~수만원씩 받고 되팔고 있다.

불특정 개인정보가 건당 1원도 채 안되는 가격에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몇만배나 가격이 뛰는 셈이다.


사금융 업자들에게 급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개인정보를 묶어 팔거나 스팸문자 타겟에 맞춘 특정 직업군·고객 리스트를 따로 제공하는 등 방식이다.


예를 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스팸문자를 보내고 이에 대해 회신이 오는 사람들의 정보만 따로 정리해 이를 사금융 업자들에게 파는 식이다.

대리운전 업자들의 경우 대리운전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있다가 이를 판매하거나 업자들끼리 공유해 다시 스팸을 보내는 식으로 악용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대량 스팸문자를 뿌려 개인회생사건 신청인을 모집하고 이 정보를 변호사·법무사 사무실에 판매한 브로커 김모(42)씨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개인회생 신청 의사를 묻는 스팸문자를 뿌린 뒤 답변이 온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해 개인회생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 법무사 등에게 건당 수십만원을 받고 판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개인정보를 산 변호사, 법무사 등은 개인회생 업무를 맡아 수임비를 챙겼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가공하기 위해 스팸문자를 발송한 뒤 회신이 오는 연락만 전담으로 처리하는 직원까지 두는 등 기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합수단 꾸려 강력 대응…피해자들도 집단 소송


정부는 나날이 지능화하는 개인정보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대검찰청 산하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꾸리고 단장에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을 임명했다.


합수단에는 첨단범죄수사 전문가와 특별수사 전문가, 해킹분야 전문가 등을 포함한 검사 7명, IT전문 검찰수사관 35명 등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통신3사(SKT, KT, LG U+), 포털3사(NAVER, Daum, NATE) 등에서 총 70여명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개인정보범죄의 경우 중국에서 활동하는 해커들이 다수 연루돼 있는 점을 감안해 대검 국제협력단을 통해 중국과 사법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3월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1200만명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공익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 News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3월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1200만명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공익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 News1

사법당국의 대응과 별도로 일반 시민들도 개인정보 유출에 집단소송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법당국이 개인정보 판매자 등 범행을 저지른 이들을 단속하는 반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정보관리를 제대로 못한 기업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이인규)는 지난 2012년 KT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피해자 2만871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KT는 피해자 1인당 1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체 배상액은 29억원이다.


국민·롯데·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1985명은 지난 1일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기도 했다.




ch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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