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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꼬여가는 '자율형 사립고 해법'…줄소송 예고

서울교육청 "8곳 일반고 전환"…자사고·교육부, 행정소송·권한쟁의심판 이어질듯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09-02 13:08 송고 | 2014-09-02 13:14 최종수정
이근표 교육정책국장(왼쪽)과 이상수 대변인(가운데) 등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1일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와 관련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근표 교육정책국장(왼쪽)과 이상수 대변인(가운데) 등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1일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와 관련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자율형사립고 해법을 둘러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자사고 14곳 가운데 8곳을 일반고로 전환시키기로 방침을 정하자, 교육부는 이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내년부터 일선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 때 장관의 사전동의를 거치도록 관련 법을 손보겠다는 강경 카드를 빼들었다.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들도 논란에 가세한 가운데 자사고 폐지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교육청과 자사고, 교육부와 서울교육청 사이에 물고 물리는 소송전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와 관련해 "대상 학교 14곳 가운데 8곳이 재지정 기준 점수(70점)에 미치지 못했다"고 1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몽골 출장 중인 조희연 교육감이 3일 귀국하는대로 취소대상 학교 등에 대한 결재를 받은 뒤 4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평가 대상 학교는 2010년부터 서울에서 자사고를 운영해온 경희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양부고, 하나고 등 14곳이다.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 등이 퇴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2일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근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자사고 지정취소 문제에 대한 사전 협의차 이날 오전 교육부를 방문 중"이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6개 평가영역, 13개 항목, 30개 평가지표를 확정해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14개 자사고에 대한 운영성과 종합평가를 진행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문용린 전 교육감이 6월까지 진행한 자사고 1차 평가와 본인 취임 후 실시한 2차 평가 결과에 모두 논란이 제기되자 평가 지표를 전면 재검토해 지난달말까지 3차 종합 평가작업을 마무리지었다. 다만 평가결과의 적용시기는 2016학년도로 1년 연기했다.

자사고 문제에 대해 서울교육청과 교육부는 ▲종합평가의 적법성 ▲평가기간 ▲재지정 취소 권한 주체 등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 가지 쟁점 모두 올해 기준 미달 평가를 받은 8개 자사고의 지정취소 여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어서 양측 사이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교육부는 자사고 재평가 및 지정취소 자체가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6월 문 전 교육감이 이미 자사고 평가를 실시했음에도 이를 번복하고 새 지표를 추가해 재평가한 것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시교육청은 재평가가 아닌 종합평가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6월에 실시된 자사고 평가 결과는 문 전 교육감이 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 번째 쟁점인 재지정 취소 권한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자사고 지정 협의에 관한 훈령에는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의) 부동의로 협의 의견이 송부된 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없다"고 돼 있어 해석이 분분하다.

서울교육청은 시행령의 취지를 볼 때 지정과 지정취소 모두 교육감의 권한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자사고 제도의 채택은 국가의 사무이고 교육감이 지정취소 협의를 할 수 있는 것일 뿐 지정취소는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다.

다만 내년 평가 대상인 11개 자사고는 교육부가 사실상 지정 취소 권한을 갖게 돼 자사고 자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1일 자사고, 특성화중, 특목고 등에 대해 교육감이 합리적 근거 없이 지정취소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장관과의 '협의'를 '동의'로 바꾸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부의 강경모드로 선회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자사고 문제 등 교육 현안에 대해 추진 방향을 조속히 확정해 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시교육청의 분석이다.

그래도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의지는 확고하다.

이근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1일 "설사 교육부가 지정취소 협의신청을 반려하더라도 교육감이 지정취소를 할수 있다는 것이 법률자문 결과"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일 "교육부의 반려 방침이 나온 이후 몽골에 체류중인 조 교육감과 연락을 취한 결과 '그대로 간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취소를 강행하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실적인 '자사고 시나리오'는 시교육청의 지정취소학교 발표→교육부의 즉각 반려→시교육청의 취소 강행→자사고·교육부의 법적대응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문제를 둘러싼 소송전은 크게 2가지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자사고는 서울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가처분신청 및 행정소송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취소는 2016학년도부터 적용되는 만큼 2015학년도까지는 자사고 신입생들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6학년도부터 자사고 간판을 내린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3배나 비싼 등록금을 주고 입학할 신입생은 많지 않다.

또한 전기고로 분류되는 자사고가 내년에 2016학년도 모집요강을 시교육청에 제출해도 시교육청은 허가를 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지정취소된 탓에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로 이미 전환됐다는 판단에서다. 

또 서울교육청과 교육부는 지정취소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종합평가 발표가 일부 부실 자사고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일종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두어곳 정도가 최근 일반고 전환을 시도했는데 학부모들의 강력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면서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자진해서 자사고 간판을 내리는 학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7월 자발적으로 자사고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는 내년부터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는 '당근'을 발표했다.

올해 평가대상 14개교와 내년 평가대상 11개교 등 총 25개교가 대상이고 신청기간은 당초보다 2주 가량 늘어난 이달말까지다.

4일 평가결과 발표에서 지정취소 대상으로 선정된 자사고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거 일반고로 갈아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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