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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파 화장실가려 음주운전”…교통사고 낸 경찰관의 변명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2014-09-02 12:49 송고

“술집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로 갔는데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더는 참기 힘들어 집 앞 공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기 위해 부득이 술을 마신 채 차를 몰았습니다. 이 점 헤아려 주세요.”

음주운전을 하던 중 신호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낸 40대 남성의 변명이다. 그가 일으킨 사고로 제 신호를 받고 달리던 택시가 수리비 360만 원이 들 정도로 파손됐다. 택시에 타고 있던 승객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기까지 했다.

더구나 사고를 낸 이 남성은 경찰관이다. 또한 국민을 상대로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게 그의 업무다.

전북지방경찰청 소속 경사 A(47)씨는 지난해 2월20일 새벽 1시30분께 혈중알콜농도 0.073%로 승용차를 몰고 전북 익산시 남중로 북부시장 사거리 앞 도로를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택시를 들이받았다.

그는 이로 인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15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또 형사처벌과 별도로 성실의무,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경사에서 경장으로 한 계급 강등됐다.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도 청구했지만 그마저도 기각되자 법원에 “강등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운전을 하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했으며 ▲21년 간 경찰에 몸 담으면서 표창을 19회 수상한 공적이 있는 점 등을 헤아려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해 10월1일자로 근속 승진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2계급이 강등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논리도 폈다.

그러나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은택)은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관련 규칙에 따른 적법한 징계란 것이다.

A씨는 ‘음주운전으로 인적·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로 그 처리기준이 해임·강등에 해당한다. 통상 공무원을 징계하는 데 있어 표창 공적이 감경 사유가 되긴 하지만, 음주운전은 감경제외사유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특히 국민을 상대로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A씨는 평소 소속 과장 및 지휘관으로부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지시를 계속 받았으며, 2009년 8월 ‘단 한 잔의 술을 마시더라도 절대 운전을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위반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다짐서까지 쓴 바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장염으로 화장실이 급해서 운전을 하게 됐다는 주장 또한 “음주운전을 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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