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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군폭] 8. “사고 나면 끝장” 지휘관 짐도 덜어주자

부대서 사고나면 징계받을까 패닉…주홍글씨
병영문화혁신委 "참모총장까지 책임 묻는 것 상식 밖"…매뉴얼 곧 발표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14-08-27 17:15 송고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열린 제25대, 26대 3야전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전임 권혁순 3군사령관(왼쪽부터), 김요환 육군참모총장, 신임 김현집 3군사령관이 사열대로 걸어오고 있다. 2014.8.12/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열린 제25대, 26대 3야전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전임 권혁순 3군사령관(왼쪽부터), 김요환 육군참모총장, 신임 김현집 3군사령관이 사열대로 걸어오고 있다. 2014.8.12/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최근 육군에서 발생한 22사단 총기 난사사건,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으로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물러나고 이어서 28사단의 상급 부대인 6군단의 이모 군단장(중장)도 보직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국방부 감사결과 윤일병의 구타 사망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현미경 조사가 실시된 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까지 군은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거나 '쉬쉬'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참모총장은 교체됐고, 합동참모본부 차장(중장)은 3군사령관으로 이동하면서 공석인 상태다. 6군단장 또한 정기인사가 10월로 예정돼 있어 2개월짜리 시한부 군단장이 맡고 있다.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소장)은 인사참모1차장이 대행하고 있고 28사단장은 부사단장이 대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또 감사결과 윤일병 사망사건 보고누락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왜 그들은 가혹행위 쉬쉬하기에 급급했나

육·해·공군에서 사병들을 관리하거나 그 같은 보직을 거친 현역 장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 부처 공무원, 경찰 등과는 달리 평생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닐 수밖에 없는 '주홍글씨'가 그들을 두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전 부대 지휘관을 지낸 후 지금은 다른 보직을 맡고 있는 한 육군 중령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관리하는 부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징계사유가 생기게 되면 지휘관들은 패닉상태가 된다"며 "큰 사건·사고의 경우는 즉시 보고하지만 사병들 간의 구타 및 시비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일단 자신의 선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초 소대장(소위)이 판단했을 때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이것이 징계사유에 해당될지에 까지 문제가 확대됐을 때 보고하거나 아예 덮게 된다는 말이다.

상관인 중대장(대위)이 보고를 받고 일사천리로 윗선에 보고해 사건·사고를 신속하게 조사하고 신상필벌을 확실하게 조처했다면 억울하게 숨진 윤일병은 없었겠지만 지휘관 또한 인간인지라 또다시 이를 보고할 지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 지휘관을 경험해본 이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보고를 하게 되면 지연 보고, 또한 사안을 경미하게 보고했을 때는 윤일병 사건과 같이 누락보고로 인한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진급에 걸림돌이 될까 두려워 사건을 은폐·조작하는 일은 숱하게 일어났다.

지난 2011년 12월 육군 모 부대에서 김모일병이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못해 목을 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내부반에서 복무하며 당시 제반 사정을 알고 있던 동료 김모 일병은 부사관에 지원한 상태였고, 헌병의 사망사고 조사가 시작되기 전 지휘관인 전모 중대장은 자신을 조용히 불러 "육군 부사관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사망사건에 연루되면 기록에 남고 굉장히 큰 오점이다. 너도 나도 진급하는데 힘들지 않겠느냐"며 자신이 숨진 김 일병이 먹던 우울증약을 직접 관리하고 매일 상담했다고 헌병대에 진술하라는 요구를 받았었다.

이후 전역한 동료 김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고 결국 세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국군체육부대 소속 아이스하키 선수 김모 병장 등이 합숙소를 무단이탈해 교통사고를 냈지만 김 병장 등과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민간인 코치는 처벌을 염려한 나머지 한달간 부대에 보고하지 않고 숨겨오다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현역 영관급 장교는 "지휘관들이 사병관리를 허술하게 한다는 군대 밖의 주장은 최근 사태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누구보다 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지휘관들의 부담감"이라며 "사고가 터져 징계라도 받으면 인사기록에 남고 진급심사시 탈락하면 계급정년에 걸려 옷을 벗어야할 운명인데 매일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정부 공무원이나 경찰의 경우 경감까지는 징계조치를 받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이 있거나 보직해제 되는 경우는 있어도 파면되지 않는 이상 정년을 보장 받는다.

하지만 육군의 경우를 보면 대위는 만 43세, 소령 45세, 중령 53세, 대령 56세로 이 기간 내에 진급하지 못하면 일명 '옷 벗고 나가야'하는 경우다.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 '쉬쉬 문화' 바꿀 방책 내놔야

육군뿐만 아니라 공군과 해군의 장교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물론 관리하는 사병의 수에 있어서 절대적인 차이를 보이지만 진급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공군의 한 영관급 장교는 "단 3차례의 진급기회가 주어진다. 그중 첫 번째에 통과하면 상수, 두 번째라면 다행, 탈락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부대 사고로 징계라도 받은 전력이 있다면 희망을 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뒤의 기수가 치고 올라오는데 3차에서 별을 달기란 정말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 육군의 영관급 장교는 "공군과 해군은 병력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육군은 전방부대의 경우 소대장이 30명, 중대장이 100명, 대대장이 400명을 관리해야 하는 처지다. 언제 어느때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형편이고 또한 '내가 책임지지 않으면 부하들이 떠앉게 된다'는 마음의 부담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군 관계자들은 이번 병영문화혁신위에서 사건·사고에 대한 지휘관의 책임은 명확히 하되(신상필벌) 본인이 열심히 부대를 관리하고 지휘통솔에 능력을 발휘하는 지휘관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든지, 소대장 등 병사들과 1대 1로 맞대면하는 간부들에게는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을 간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업무능력이 뛰어나면 지금과 같은 시기 장기복무자로 우선 선발하는 등의 방안을 제도화하면 아무래도 사고가 적게 날 것 아니겠느냐"며 "군의 개혁을 바라는 밖에서도 특수한 군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도 공감 "매뉴얼 만들 것"

이 같은 군 내부 목소리에 대해 혁신위원들도 공감하고 앞으로 한달 내 그에 따른 대안으로 '군내 사고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전군에 배포할 예정이다.

장병들의 리더십·윤리증진 방안을 담당하는 3분과 위원장인 박찬구 서울대 교수는 통화에서 "그 같은 고충을 인식하고 있고 그 대안으로 후속 사고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곧 배포할 것"이라며 "지난 윤일병 사건 등을 비롯해 반인권 사건이 터졌을 때 해당 부대 지휘관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해야 좋은지에 대해 실무자들과 토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나온 방안 중의 핵심 사안에 대해 "매뉴얼 대로 사건을 처리한 경우 지휘관의 책임을 묻지 않고 문책하는 범위도 직접 당사자에게만 해당되도록 할 방침이다. 총괄책임을 그 상부에까지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위원들의 공통적 견해"라고 밝혔다.

이를 태면 "연대장은 수천명의 사병, 부하들이 있는데 그 수많은 사람, 개개인 사건 관계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시작하면 누가 있어 평생을 걸고 군에 있으며 나라를 지키겠느냐"며 "연대장이 그런 정도인데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 참모총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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