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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자 참수 '오바마 진퇴양난'…다시 이라크 수렁속으로?

IS, 미국인 추가 참수 협박 대미항전 의지
추가 군사 개입없으면 이라크軍 패배 가능성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4-08-20 16:25 송고 | 2014-08-20 19:42 최종수정
이라크와 시리아 내 수니파 반군 IS © AFP=News1
이라크와 시리아 내 수니파 반군 IS © AFP=News1
미국의 공습 지원에도 이라크군이 급진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IS가 미국인을 참수하는 등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어 지상군 투입을 포함해 미국의 이라크 내 군사적 개입이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두차례 전쟁을 치르는 등 이라크 문제에 지난 24년 동안 개입해왔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IS는 2년 전 시리아에서 유괴된 미국 사진기자 제임스 폴리(40)를 참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죄수복을 입은 폴리가 무릎을 꿇은 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옆에는 복면을 쓴 IS 대원이 서 있다.

이 대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습 명령에 대한 보복으로 참수를 한다며 폴리의 목을 벤다. 보스턴 소재 글로벌포스트와 AFP통신 등에서 일해온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폴리는 2012년 11월 시리아에서 납치됐다.

IS 대원은 폴리와 함께 잡혀 있는 또 다른 미국인 스티븐 소틀로프 역시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이 미국 시민의 목숨은 오바마, 당신의 다음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소틀로프는 2013년에 유괴된 기자이다. 
이날 케이틀린 하이든 국가안보장위원회(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인 제임스 폴리를 살해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확인했다"며 "NSC는 동영상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영상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무고한 미국 언론인에 대한 잔인한 살인에 소름이 끼친다"고 전했다.

현재 IS에는 수십명의 프리랜서 기자들이 잡혀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IS, 美에 대한 항전 의지 밝혀 

IS는 지난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에 협력했던 수십명을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참수와 이를 담은 동영상 공개는 IS의 뿌리에 해당하는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약 10년 전 당시 아부 무사브 알 자카위의 명령에 따라 벌였던 범죄를 떠올리게 한다.

자카위는 2004년 미국 시민 니콜라스 버그를 직접 참수했으며 이로 인해 이라크의 알카에다 세력(AQI)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면에 부상했다.

2003년 미국 주도의 침공 이후 나타났던 이라크 내 극단주의 세력의 봉기는 피로 얼룩지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당시에 버그 이외에 한국인 고(故) 김선일씨를 비롯해 미국인 잭 헨슬리와 유진 암스트롱,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 등이 숨졌다.

자카위는 미국의 공습에 의해 2006년 이라크 북부에서 숨졌고 AQI는 이라크에서 미국이 지상군을 증강하고 수니파 내부에서의 여론이 변화함에 따라 지하조직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IS는 이념과 작전에서 AQI를 이어받았다. 이로 인해 서방의 정보 당국들은 당초에 IS에 대해 지역과 종파 내 투쟁에 초점을 맞춘 세력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시리아와 이라크를 아우르는 이슬람국가(caliphate)를 건설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로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자들은 AQI보다 IS를 더욱 우려스러운 세력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보 당국은 미국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IS가 서방에 초점을 두고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 더욱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IS는 폴리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미국인들을 목표로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미국을 박살내자"는 제목이 달린 동영상에서 IS는 '십자군' 미국을 상대로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들은 전일에는 미국 정부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대원들을 공격하면 자신들은 미국인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과거와 유사하게 흐르면서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의 공습과 군자문단 파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IS와의 전투에 미 지상군은 개입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전황에 따라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일 이라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이라크 정부라면서 "미국이 이것을 할 수는 없다"고 공습 등 제한적인 군사개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군이 IS를 격퇴하고 이들에게 빼앗긴 실지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미국의 추가 군사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문제에서 제한적인 군사개입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지상군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AFP=News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문제에서 제한적인 군사개입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지상군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AFP=News1 
◇"美지원없다면 이라크軍, IS에 패배"

이라크군이 IS의 진격을 물리치고 영토 대부분을 되찾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국제 지원을 필요로 하며, 이중에는 미군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이라크 관리들들 인용해 USA투데이는 이날 보도했다. 지난 2006년 알카에다에 맞선 미국을 지원했던 부족장 세이크 자심 모하메드는 "이라크는 미국 지원없이는 전쟁에서 질 것이다"고 말했다. 저명한 시아파 정치인인 모하메드 나지는 "우리가 IS세력을 나라 밖으로 몰아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관리들은 이라크군이 대규모 반격을 할 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인들과 섞여 있는 대다수 지역에서 일부는 IS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이라크 내 절박한 상황은 지상군을 이라크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든 숙제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한론 연구원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은 2003년에서 2006년까지 이라크에서 유인 및 무인 항공기를 운용했다. 하지만 '수니파 일깨우기'(Sunni Awakening) 전략과 병력 증강이 이뤄져 상황이 역전되기까지는 이라크에서 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군의 주둔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수니파 일깨우기'는 불화를 겪는 반대 부족들에게 현금과 무기 등을 제공해서 대리전을 치르게 하는 전략이다. 2007년에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지만 현재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중 한 명인 론 폴 전 하원의원은 최근 '이라크에서 미국이 이룬 것이 무엇인가(What Have We Accomplished in Iraq?)'라는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 지상군을 다시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습의 이유로 제시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이에 따른 공습은 이라크를 다시 침공하기 위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다국적군을 편성해 1991년 1월 이라크를 상대로 걸프전쟁을 치렀고 2003년에는 2차 전쟁을 벌였다. 2차 전쟁에서는 미국은 약 2조달러를 쓴 것으로 추산되며 1991년 이후로 수백만톤의 미국 폭탄이 이라크 땅에 떨어졌다.

더구나 이번 미국인 기자 참수는 적극 개입을 꺼려온 오바마 대통령에게 더 큰 결단을 강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IS의 협박에 위축되는 초강대국 미국의 모습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자존심이 상하는 장면이다. 이제까지 관례상 미국정부는 미국민을 살해한 주체를 반드시 찾아내 응징해왔다. 9·11테러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것처럼 특수부대를 통한 '제한적' 개입도 한 방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 활동조차 확전의 개연성은 존재한다. 물러설 수없는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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