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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군폭] 2.아무도 관심 없는 관심병사

편부모 가정, 기초수급자는 무조건 B급 분류...총체적 부실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4-08-19 20:31 송고
 © News1 2014.07.28/뉴스1 © News1
 © News1 2014.07.28/뉴스1 © News1

군 당국이 계속되는 관심병사 연루 사건·사고로 비상이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자 국방부는 지난 13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현역복무부적합 처리 절차를 단축시키고, 집단 따돌림 식별을 위한 상호인식검사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으나 그간 나온 대책들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비판만 받았다.

관심병사의 정식 명칭은 보호관심병이다.

2005년 연천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군 생활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사들을 '특별 관리'하겠다며 도입된 제도다.

병사들은 징병검사와 신병교육대(전입 2∼3주 후), 이병 및 일병(반기 1회), 상병 및 병장(연1회) 시 인성검사를 받게 되는데 이때 관심병사 여부가 식별된다.

그러나 결손 가정 출신이나 신체 결함이 있는 병사, 경제적 빈곤자를 무조건 관심병사로 분류하는 등 부실한 군 당국의 관심병사 분류 기준과 관리 실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관심사병은 인성 검사 평가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한다. 자살 계획·시도자와 사고유발 고위험자는 A급, 결손가정(한부모가정)이나 경제적 빈곤자(기초수급자)는 B급인 식이다.

성 관련 규정 위반자, 성격장애자, 구타·가혹행위 우려자도 B급이다. C급은 기본관리대상으로 입대 100일 미만자와 허약 체질, 동성애자 등이 해당된다.

이같은 마구잡이식 분류 체계를 둘러싸고  해당 병사들에 대한 인격모독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한부모 및 미혼모 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이 가정환경만을 이유로 관심병사로 분류하는 군 당국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부모의 결별과 재혼으로 조부모 손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군대에 입대했다면 그 역시 ‘관심병사’로 분류됐을 것"이라며 "군 생활 적응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 형태나 경제적 수준, 성적 취향으로 구분해 낙인찍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편의적으로 분류된 관심병사들만 6월말 기준으로 육군에만 8만 800명에 이른다. 전체 현역 병사의 23%에 이르는 수치로 고위험군이라는 A,B급만 2만 8100명이 현재 각 부대에서 복무 중이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 6월까지 자살한 병사의 57%는 A급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실제 위험군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할 군대 내 병영생활전문관은 단 250명 뿐이다. 이는 육해공 전 부대를 합친 결과다.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관심병사 관리 및 병영상담관제도 운영실태'에 따르면 60만여명 장병을 담당하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육군 177명, 해군 39명, 공군 24명, 국방부 직할부대 10명 등이다. 상담관 1인당 상담하는 장병수는 2400명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부대는 지휘관의 역할에 기대고 있으나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군 문화에 오랜 시간 길들여진 지휘관들의 낮은 인권의식 탓에 관심병사는 오히려 부대 내에서 '문제 병사'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국방부는 지휘관이 관심병사만이 아닌 전체병사에 대한 주기적인 면담을 하도록 주문하고, 관심병사에 대한 정보는 간부급들만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회와 고립된 각 부대에서 규정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복무 부적응 병사를 보듬겠다며 도입한 관심병사제나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총체적 부실로 관심병사들은 부대에서 사실상 방치상태에 놓여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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