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공장 돌릴수록 손해" 정유업계, 가동률 낮추기 '안간힘'

정유 빅3, 정제마진 악화로 2Q 적자…"기름이 물보다 싸"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4-08-19 18:21 송고
 
 
국내 정유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원유 정제시설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정제마진 악화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란 수입 해온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 때 남는 이윤을 말한다. 단순정제 마진은 마이너스로 돌아선지 오래고, 정유사들의 고도화비율을 반영한 복합 정제 마진도 바닥이다.

20일 에너지정보제공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국내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의 복합정제마진은 변동비를 감안하면 배럴당 0.7달러까지 하락했다. 2013년 9월 이후 다시 저점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1~2주간 글로벌 정제마진이 반등하고 있지만, 유독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만 약세를 지속하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원유정제시설  가동률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정유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엔 수요가 줄면 공장 가동 중단이 가능하지만, 원유정제시설은 가동을 중단할 경우 원유가 안에서 굳어버려 수천억의 손실이 난다"며 "적자나는 게 눈에 보여도 가동 중단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동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 가동률은 올 상반기 80.1%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면 1996년 81.0%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공급과잉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정유사들을 줄줄이 도산시키고 있는 미국발 셰일가스 붐은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목전까지 위협해오고 있다. 미국은 중동산보다 저렴한 자국 원유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 정제가동률을 93%까지 높였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했다. 수입국이던 중국이 경유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유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중국이 경유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경유가 남아돌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경유 수출도 줄면서 국내 경유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경유 정제마진은 올 1분기 배럴당 18달러였으나 이달초 13달러까지 떨어졌다. 경유 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20.2달러였지만 이후 감소세를 지속했다.

재고 소진을 위해 급한대로 경유를 중개시장에 덤핑으로 넘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경유 매출이 전체의 31%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남아도는 경유를 중개시장에 덤핑으로 넘기는 것은 일시적인 해프닝에 그칠 수 있지만, 중국이 경유를 시작으로 다른 석유제품 수출을  본격화한다면 공급과잉을 막을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금을 빼면 기름값이 생수값보다 싸다"며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나니 생산량을 조절해 적자폭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500ml짜리 생수 1병의 편의점 가격은 750~800원 수준인데 기름은 세금을 빼면 1리터당 1000원 선이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정유사들의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글로벌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9월에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제 마진 하락으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올 2분기에 적자를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고 GS칼텍스는 영업손실 710억원, 에쓰오일은 영업손실 54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seei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