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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반올림 돌발회견에 당혹하는 삼성..다시 장외로 나서나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08-20 09:58 송고 | 2014-10-24 18:51 최종수정
황상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대표(왼쪽),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근로자 백혈병 발병 사건 관련 5차협상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7.30/뉴스1 © News1 정회성
황상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대표(왼쪽),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근로자 백혈병 발병 사건 관련 5차협상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7.30/뉴스1 © News1 정회성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던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협상이 다시 삐걱대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반올림은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삼성전자를 향해 사과와 보상 그리고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삼성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었고 구체적인 안건별로 사과하라는 주장과 삼성이 보상해야 하는 피해 노동자는 8명이 아니라 164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날 반올림의 돌발 기자회견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양측 협상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협상이 이어지는 도중에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방을 맹비난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은데다, 지난 13일 진행된 6차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협상에서 8명의 유가족 가운데 5명의 유가족들은 보상을 먼저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전무는 협상이 끝난 당시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협상 대상자 8가족 가운데 5가족이 보상을 우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우선 협상대상자를 기준으로 보상 논의를 먼저 진행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해당 기준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우리의 제안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3가족은 산재신청자 전원과 함께 보상받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그런데 6차 협상을 한지 닷새만에 반올림은 그동안의 협상을 무색하게 만드는 새로운 주장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LCD공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이 164명에 달한다며, 삼성전자는 이 제보자 164명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또 재발방지대책의 일환으로 반올림이 추천한 이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 설치도 주문했다.

반올림의 돌발 회견에 삼성전자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또 반올림 주장의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협상 참여자 8 유가족에 대해서만 보상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8 유가족과 먼저 논의를 시작해 기준과 원칙을 세운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분들에 대한 보상도 논의하겠다고 여러차례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또 164명에 대한 보상요구에 대해서도 "산재 신청을 했거나 제보자라고 해서 무조건 보상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8 유가족을 기준으로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올림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보상에 대해 우선 논의하겠다고 밝힌 5 유가족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반올림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상을 먼저 받겠다는 5가족은 삼성에서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삼성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며 "거기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협상에 참여하는 8 유가족 가운데 5 유가족이 보상을 받게 되면 반올림의 삼성전자와의 싸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싸움 연장을 위해서라도 보상대상을 8 유가족에서 164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반올림이 주도하는 안전보건위원회를 삼성전자 내에 두자고 하는 주장은 아예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협상은 벌써 2개월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여섯차례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5 유가족이 '보상을 우선 논의하겠다'는 그나마의 결정도 반올림의 돌출 회견으로 물거품이 될 판이다. 양측의 협상이 더 진행된다고 해도 건질 게 없어 보인다. 합의했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번처럼 기자회견을 열어 뒤집어버릴 수 있을 것이란 불신만 남겼다. 따라서 반올림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7년간 끌어왔던 사건이다. 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까지 나서서 사과와 함께 해결의지를 천명했고, 실제로 삼성전자가 협상에 적극 나섰다. 그 이전까지 삼성전자가 보였던 태도와 비교하면 진일보한 모습이다. 그 사이 유가족들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루빨리 보상을 받도록 삼성전자는 물론 반올림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반올림은 당초 제3자 중재위원회 방안을 내놨다가 삼성전자와 자신들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지금의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반올림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 판을 키울 욕심만 앞선다면 다시 제3의 객관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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