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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도 ‘인재’(人災)…범정부적 대비 없으면 대참사 온다

거미줄처럼 꼬인 도심 지하 통합관리시스템 전무
소관부처도 제각각…이윤 제일 건설관행도 한몫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4-08-18 21:09 송고 | 2014-08-18 21:13 최종수정
5일 오후 서울 석촌동 왕복 6차선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2014.8.5/뉴스1 2014.08.05/뉴스1 © News1 허경
5일 오후 서울 석촌동 왕복 6차선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2014.8.5/뉴스1 2014.08.05/뉴스1 © News1 허경


서울 석촌동에 연이어 발견되고 있는 싱크홀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싱크홀은 해묵은 문제다. 올해만해도 서울 뿐 아니라 인천, 경기 등 각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거슬러올라가 2년전에는 인천의 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20m의 싱크홀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같이 대도시에서 싱크홀이 점점 많이 발생되는 것 역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도심 지하가 오랜 난개발로 지하철, 상하수도관, 고층 빌딩의 지하층, 도시가스관, 각종 전선 케이블 등으로 거미줄처럼 꼬여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반침하는 지하수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데 곳곳에 무분별하게 수십 m씩 파고 들어오는 건설공사로 대량의 지하수가 빠져나가고 수맥이 교란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는 하루에 600~700톤 가량의 지하수가 뿜어져나온다는 주장도 있다.

노후된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는 것도 지하수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2010년부터 지난 5년간 서울 도로상에 발생한 동공 14개 중 원인이 밝혀진 9건 가운데 6건이 상하수도·배수관 누수로 파악됐다.
이같이 무분별한 지하공사와 상하수도의 노후화로 지하수가 요동을 치면서 생기는 빈공간이 무너져 내려 도로면까지 가라앉는 구조다.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도 싱크홀을 부추기는 근본 요인 중 하나다. 일단 시공사들이 출혈경쟁하며 최저가로 공사를 수주하다보니,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특히 고층건물을 지을 때 지하층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고 지상층을 올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별다른 규제도 없다보니 지질·수맥조사, 보강공사는 허술해지고 주변 지반에 대한 영향은 관심을 둘 틈도 없다는 설명이다.

건축물 뿐 아니라 상하수도 공사에서도 비가 와도 유실되지 않는 흙을 써야 하는데 공사가 손쉽고 빠른 모래를 주로 사용하면서 폭우에 취약해진다.

또 환경파괴에 따른 기후변화도 한몫 거든다. 폭우가 자주 내리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지층이 연약해지는 지역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지하수가 이동하면서 하천을 매립해 조성된 송파·영등포·마포 지역의 지반인 모래가 쓸려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 땅속이 어떤 상태인지 총체적으로 알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파들어가기만 한다는 것이다.

도심 지하의 복잡한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도, 콘트롤타워도 전무한 상태다. 지반에 대한 통합된 지도나 매뉴얼도 없이 지하를 개발하다보니 과거 하천 유역에 들어서 지반이 연약한 지역까지 무분별하게 공사가 진행돼 싱크홀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 정부기관도 제각각이다. 싱크홀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국토교통부는 18일부터 이달말까지 특별점검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안전점검에 착수했지만 세부적 소관은 국토부 뿐 아니라 각 지자체, 환경부, 안행부 등으로 분산돼있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한정된 예산을 가진 지자체에는 이런 통합적 지하인프라를 구축할 능력이 없다. 범정부적인 콘트롤타워가 전수조사해 땅속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며 "만약 이런 대비가 없을 경우 지금까지 발견된 싱크홀 이상의 대참사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nev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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