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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자 자살로 사실상 막내린 日 만능세포 'STAP' 논란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4-08-05 18:42 송고 | 2014-08-06 11:44 최종수정
사사이 요시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부소장.© AFP=뉴스1
사사이 요시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부소장.© AFP=뉴스1

새로운 만능세포로 주목받았던 'STAP'세포 논문의 공동저자인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52)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부소장이 5일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STAP세포 연구는 논문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 이어 배아줄기세포(ES)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공동저자마저 자살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본 효고(兵庫)현 경찰 대변인은 "사사이 부소장이 연구소 건물 안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오전 11시3분께 숨을 거뒀다"며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자살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사이 부소장은 이날 센터 연구동 5층 계단 난간에 밧줄을 걸어 목을 매달았다. 순찰 중이던 한 경비원이 오전 9시께 계단에 신발을 벗은 채 매달려 있던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학연구소 대변인은  "사사이 부소장이 그간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였다"며 "경찰 조사 결과 유서가 발견됐으며 이중에는 논문의 주 집필자인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연구주임에게 남기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오보카타 주임이 이끈 연구팀은 지난 1월 영국 과학지 네이처를 통해 쥐의 림프구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그거나 세포막에 물리적인 압력을 가하는 등의 스트레스성 자극을 통해 근육, 신경, 장 등 어떠한 세포로도 변화시킬 수 있는 만능세포인 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자극촉발 다능성)세포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STAP세포는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는 배아줄기세포(ES), 발암 가능성이 높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등과 달리 간단한 조작을 통해 만능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제3의 만능세포'로 불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미국 하버드대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을 이끈 30세의 오보카타 주임은 일본 내에서 "여성은 이공계에서 안 된다"는 편견을 깬 인물로 추앙받으며 단숨에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오보카타 하루코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연구주임.© AFP=뉴스1
오보카타 하루코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연구주임.© AFP=뉴스1


그러나 검증에 나선 일부 과학자들은 "논문대로 실험을 했지만 STAP세포를 만들 수 없었다"며 STAP세포에 ES세포가 섞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논문에 사용된 사진에 부자연스러운 선이 들어가 있는 점, 연구에 쓰인 이미지가 오보카타 주임의 와세다(早稲田)대 박사논문과 비슷하다는 점, 논문 내용 중 다른 논문에서 무단 인용된 부분이 있는 점 등 각종 의혹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오보카타 주임은 이에 지난 3월 직접 세포 제작방법을 공개했으며 사사이 부소장은 "ES세포를 언급하는 것은 과학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의 억지이며 STAP현상은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문의 공동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山梨)대 교수마저 "논문의 사진을 보면 STAP세포가 뭐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근간이 되는 중요 부분이 잘못됐다"며 논문의 철회를 주장한데 이어 네이처가 최근 논문 게재를 취소하면서 STAP세포 연구진은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보카타 주임의 멘토 역할을 했던 사사이 부소장마저 자살하며 STAP세포의 진위여부 논란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화학연구소는 사사이 부소장이 STAP세포 실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의 사망이 연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생 의료분야에서 세계적인 공적을 세운 장래가 기대되는 연구자의 사망 소식에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효고현 출신인 사사이 부소장은 지난 1986년 교토(京都)대 의학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수학한 후 1998년 교토대 재생의과학연구소 교수로 부임했다. 2003년 이화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13년부터 부소장을 역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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