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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시행 첫날…강남 “호가만”·강북 “문의만 간간히"

[르포]여름 휴가철 겹쳐…효과 얻기 위해선 한 달 정도 기다려야
"선거 이후 후속 대책 이어지지 않으면 효과 기대하기 힘들어"

(세종=뉴스1) 진희정, 최동순 | 2014-08-01 17:21 송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시행 첫날을 맞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본점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이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시중 은행을 찾은 대출 관련 고객들은 주택거래를 위한 상품보다는 대환(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4.8.1/뉴스1

"이번주에 대출관련 상담은 1건이 전부였습니다. 원래 은행 대출 문의는 월요일이 더 많은 편이데 휴가철이어서 한산할 것으로 보입니다."(개포동 A은행 지점 창구직원)
주택담보대출 시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키로 한 1일 첫날, 은행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각 은행 영업점 창구는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완화된 기준에 대한 문의는 간간이 있었지만 갑자기 대출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은 아직 없었다.

장위동 영업점의 한 창구 직원은 "보통 대책이 나오고 제도가 바뀌면 일선 창구에서 변화를 체감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정도"라며 "게다가 아직 본사에서 대출규제에 대한 세부지침이 전달되지 않아 지점에서도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일대 제1금융권 3곳 중 이날 가계대출 문의를 받았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번주 추가 대출과 관련해 1건에서 5건까지 전화 문의를 받기는 했지만 직접 방문한 경우도 없었다.
인근 은행 관계자는 "강남권의 경우 자산가들이 많기때문에 LTV완화 때문에 대출을 늘리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LTV 발표 이후 오는 문의전화들은 대부분 이 지역 직장인들이지 주민들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남, 호가만 올랐을 뿐 실거래량 회복은 아직 '미미'

압구정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워낙 호가가 오른 상태여서 매매가격이 덩달아 상승한 것이지 실거래량은 회복되진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규제완화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는 8월 휴가철이 지나봐야 반영될 것이라 예상했다.

한양아파트 단지 인근 H공인 소장은 "LTV 완화 등 부동산 부양책 발표가 이미 2달전에 난 상황이라 기대감은 충분히 반영이 돼 있다"면서 "대출규제 완화로 늘어난 유동자금이 실제로 이곳에까지 투입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공인 이예니 실장은 "한양아파트의 경우 지난 2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한차례 크게 가격이 상승했다"면서 "비수기가 끝나면 다시 상승세에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TV완화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재개발 규제 등 다른 부동산 부양책이 함께 진행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 W공인 김명숙 대표는 "대출규제 완화가 단지의 재개발 이슈와 맞물리면서 오름세를 타고 있다"면서도 "강남권 부동산은 최경환 부총리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최근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 직장인들 대출 받아 집 사겠다 문의 간간히

강북지역 공인중개업소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집을 사거나 팔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폭염주의보에 여름 휴가 시즌이 겹치면서 전화 문의만 간간히 있을 뿐이다.

대규모 아파트 촌으로 탈바꿈한 장위뉴타운은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놨던 매물이 회수되고 있었다. L공인 조영석 대표는 "정책 시행으로 분위기가 조금 완화된 것은 맞지만 오히려 매수인보다 매도인들의 기대감이 더 큰 편"이라며 "소형 급매물은 이미 소진됐지만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은 내놨던 물건을 회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와 시내로의 진출입이 쉬워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공덕동과 아현동 등 마포구 일대는 규제완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월부터 3800여 가구의 대규모 입주가 시작하는 아동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는 전세계약과 함께 매매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S공인 우동엽 공인중개사는 "규제 완화 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면서 "본격적인 매매수요는 추석이후에 몰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현재 아현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의 전용면적 59㎡ 기준 전세가는 3억5000만원, 매매가는 5억2000만~5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H공인 오승현 실장은 "최근 전세로 살다가 이번 기회에 대출을 늘려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자 문의가 종종 있다"면서 "이미 은행권에 자신의 대출여력을 대충 확인한 후 물건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아현동으로 이사 계획을 갖고 있는 직장인 A씨는 2억5000만원 전세금에 이번 LTV완화로 3억5000만원 정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어 조만간 아파트를 계약하기로 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한비율(DTI) 규제완화 시행일인 1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서 강남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8월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과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같아진다. 아울러 지역과 금융권역별로 50~85% 차이가 나던 LTV는 70%로 확대되고, 50~65%까지 차이가 있던 DTI는 60%로 확대된다. 2014.8.1/뉴스1

◇전문가, 무리한 대출은 없어…후속 규제에 대한 조치 이어져야

이번 LTV와 DTI 완화조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에 맞춰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후속조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기에 금융권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실수요자들은 극히 드물 것이라는 의견이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금융규제 완화 그 자체만으로 주택시장에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긍정적이다"면서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적기 때문에 무리한 대출은 지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에서 매매로의 전환이 일부 일어나겠지만 재건축이 많은 일부 지역에 한정될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원리금 상환 부담에 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하우스푸어들이 1금융권으로 끌어들여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부채 부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의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의 후속 규제에 대한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법들은 집값 상승에 따른 불안 해소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고 도입됐지만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에서는 정상화를 가로막는 규제로 자리 잡았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센터장은 "투자수요가 재건축이나 상가 등 수익성 상품으로 많이 이동한 만큼 거래량이 일부 늘어날 순 있어도 가격이 크게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정부가 공언한 다른 규제 완화책들이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기대심리는 고조됐지만 실질 거래 효과는 아직이다"면서 "임대소득과세안이 포함될 세법 개정안과 국회에 계류돼 있는 재건축 후속 조치 등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궐선거 이후 여당 지원이 미지근하거나 후속 조치가 지연되면 실질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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