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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이석기 사건…항소심 어떻게 진행됐나

'사실 증인' 대신 '전문가 증인'…이례적으로 법리공방 기일 지정도

(서울=뉴스1) 김수완 | 2014-07-28 19:15 송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리는 28일 오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통진당 당원들과 보수 단체 회원들이 재판 참관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공판이 3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8일 열린 결심 공판을 끝으로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 절차는 다음달 11일 진행될 선고 공판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 사건은 현직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고 1심에서 징역 1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1심 재판과 항소심 재판 모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1심 재판은 RO 참석자와 제보자 이모씨 등 주로 RO 조직의 실체를 입증하기 위한 일반 증인들과 서류 조사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심리 위주로 진행됐다.

반면 항소심 재판은 'RO' 참석자는 증인으로 7명밖에 출석하지 않은 반면 한홍구(55) 성공회대 교수 등 쟁쟁한 학자들이 이른바 '전문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비밀조직'의 조직방법 등을 본격적으로 진술했다.
◇1심 재판 증인 111명…주로 '사실관계' 심리 집중

총 45차례에 걸쳐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정에 나온 증인은 모두 111명이다.

이 중 경기도 곤지암수련원,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 회합 참석자로 법정에 출석한 증인은 모두 7명이다.

이들은 제보자 이씨가 녹음한 'RO 녹음파일'과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RO 녹취록'이 실제 회합과는 다르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진술했다.

또 "정세에 대한 강연 등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반전평화운동을 하자는 결의를 다지는 것이었다"며 '국가 전복을 위한 모임'이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제보자 이씨와 이 사건을 수사한 국가정보원 직원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녹음파일·녹취록은 녹음·편집된 것도 아니고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이 의원 자택에서 나온 메모를 놓고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문서감정관이 이 의원 필체와의 동일성을 증언하기도 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흔적총기연구실장이 출석해 통진당 측 문건대로 제조할 경우 실제 폭발물 제조가 가능하다고 증언하는 등 대부분의 증언이 '사실관계 규명'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를 놓고 검찰 측은 항소심 결심 재판에서 "이 의원 측의 재판지연전술이었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 측은 "1심에서 이 의원 측이 검찰 제출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하지 않아 50여차례에 걸쳐 증거조사가 실시됐다"며 "이는 형사사법 절차를 악용해 죄를 감추겠다는 시도이기 때문에 불리한 양형요소로 참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소심 재판에는 전문가 증인들 '내란음모', '비밀조직 성격' 등 진술

반면 항소심 재판에서 '사실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 증인은 RO 참석자와 제보자 이씨 등 고작 10명 안팎이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로 집중했던 것은 RO를 과연 지하혁명조직으로 볼 수 있는지, 이 의원 등의 사상을 과연 '반민주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었다.

대개 형사 재판에서 이런 전문가 의견은 매우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견서로 대체되곤 한다.

하지만 RO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안재구(81) 전 경북대 수학과 교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등 다양한 교수들과 현장활동가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이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안 전교수는 법정에서  "그 조직으로 폭동을 하려 했다면 이 의원은 완전히 정신나간 사람"이라며 RO의 '지하혁명조직성'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증언을 했다.

또 한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짚으며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상의 역사를 설명하고 이른바 '반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박 상임이사는 "이 의원 발언에 동의하지 않지만 동의하지 않거나 혐오하는 소수의 사상조차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역설했다.

◇법정에서 양측 '내란음모' 법리 공방도

한편 1심에서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었던 내란음모 등 이 의원 등에게 적용된 혐의의 법리에 대해서도 항소심 법정에서는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내란음모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 등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판결 대부분을 RO 모임 자체의 입증에 할애해 내란음모 법리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유신헌법 시절의 내란음모 사건을 제외하면 아직 제대로 된 내란음모 법리가 법정에서 다뤄진 적 없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1심 재판 시작 전부터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재판기일 일부를 할애해 양측에게 내란음모 법리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공방을 벌일 시간을 내줬다.

지난 14일 진행된 항소심 11회 공판에서 검찰은 "내란죄는 폭동에 의해 불법으로 국가 기간시설 등을 파괴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라며 "범죄 성격상 조직화된 다수가 필요하지만 굳이 다수인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다. 주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변호인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내란음모' 범죄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내란죄와 내란음모·선동죄는 성립요건이 대단히 모호하고 '체제수호' 같은 정치적인 이유로 처벌을 남용할 우려가 있는 범죄"라며 "실제 역사의 사례를 살펴봐도 이 같은 정치적 남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격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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