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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사내유보금 과세…해외투자만 촉진시키면?

경제계 “정권 바뀌면 인센티브 사라지고 과세만 남을 것” 우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07-25 08:30 송고 | 2014-10-24 18:52 최종수정
"정부가 지원하는 인센티브는 때가 되면 일몰규정으로 사라집니다. 결국 과세만 남아 기업 발목을 잡을 겁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2기 경제팀이 내놓은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은 크게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기업의 투자 활성화 방안이다. 경제계는 일단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규제 완화를 바라고 투자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약속도 했다.
논란이 되는 사내유보금(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이다.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지만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했다. 기업에겐 과세만 남을 판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풀도록 해서 가계소득을 높이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많이 활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반대의 경우 세금을 매기겠다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세웠다.

일견 균형잡힌 정책처럼 보인다. 기업에 쌓인 돈을 가계로 돌리자는 말도 백번 옳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 인센티브는 슬그머니 사라지기 마련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일몰규정'을 만들기 십상이다. 그러나 세금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금은 신설하긴 쉬워도 없애긴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인센티브는 사라지고 세금만 남는 법이다.

경제계는 자칫 투자를 위한 과세 압박이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로 나가면 시장도 크고 규제도 적고 비용도 덜 든다. 여기에 과세 압박까지 더해지면 한국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기로..

기획재정부는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의 당기이익 미활용분(사내유보금) 일부에 법인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상 및 과세율, 방법 등에 대해선 추후 확정짓기로 했다. 

대략의 과세 틀은 마련했다. 중소기업은 제외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일부가 대상이다. 중견기업을 어디까지 볼지는 물음표다. 기업의 당기이익에 일정비율(알파·α)을 곱한 뒤 해당 금액에서 투자액과 임금증가액, 배당액 등 3가지 공제항목을 뺀 나머지 금액(과표)에 세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매길 전망이다. 과세 기준인 알파와 세율은 추후 확정짓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실제 과세 시기는 2~3년 뒤로 잡았다. 그 사이에 알아서 투자하고 배당을 늘리라는 얘기다. 반대의 경우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 중 일부를 투자, 임금, 배당에 많이 활용하면 기준 이상 초과분에 대해선 세액공제 혜택을 줄 전망이다. 얼마나 어떻게 세액공제 혜택을 줄지 기준은 정하지 않았다. 

◇모호한 기준…앞으론 더 모호할텐데

모호한 기준을 내놓은 탓에 기업들의 반응도 모호하다. 인센티브를 준다는 부분에 대해선 환영한다면서 과세 방침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과 시황에 따라 투자규모를 달리해야 하는 IT업종은 다르다는 것이다. 조선 철강 화학 항공 해운 등 기업마다 유보금 및 투자 재원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시장 상황 및 신용 등급을 위해 일정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도 있고 빚을 내서 항공기와 배를 사야 하는 업종도 있다. 

빚을 내는 업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고 미래 투자를 위해 현금을 보유한 기업에겐 세금을 매긴다면 형평성 논란도 일 수밖에 없다. 이런 다양한 업종을 아우를 최적의 '알파'(과세 기준)를 어떻게 정할지도 의문이다. 

전경련은 "기업 이익에 대한 과세는 기업마다 처한 현실이 다른 점을 감안해 기업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도 논평에서 "'향후 발생이익을 일정기간내 투자·인건비 미사용시 과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업사정을 고려한 접근해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인센티브 사라지고 과세만 남을 것

경제계는 무엇보다 시간이 지난 뒤 사내유보금에 대한 정부 입장이 바뀔 것을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과세 및 인센티브 정책은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 세액공제 같은 인센티브는 일몰이 돼 없어지는 반면 과세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법인세를 내고 난 이익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이중과세에 대한 논란이 남는다"며 "정부가 어디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지 여전히 모호해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이미 국내 투자 대신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에 투자하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각종 규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은 토지 무상임대 및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며 한국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도 크다. 자칫하면 사내유보금을 활용해 미국이나 중국의 땅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웃지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과세 등으로 강제로 투자를 유도할 게 아니라 투자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며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 활동에 제약을 줄이면 기업들은 알아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꼬집었다.


xpe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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