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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다큐 제작 나선 14살 재미교포 2세

(서울=뉴스1) 박응진 | 2014-07-20 17:17 송고
김현군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 수요집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중씨 제공)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기억은 끔찍한 악몽일 텐데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아픔이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있을 것 같아요."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박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특별강연에서 앳된 얼굴의 한 소년이 할머니들에게 질문을 했다. 할머니들은 "그 기억 때문에 아직 시집도 못갔다"며 과거 일본의 만행과 귀국 이후 한국에서의 참혹했던 삶을 김현(14)군에게 들려줬다. 김군의 서툰 한국어 질문이 막힐 때면 아버지 김중(42)씨가 통역을 해줬고 그 사이 김군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았다.

김군은 어머니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 2세다. 김씨는 2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기러기 아빠'로 아들의 일본군 위안부 다큐멘터리 제작을 돕고 있다. 김군은 지난해 광복절 때 국내 한 방송사가 방영한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널리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김군은 "처음에는 '한국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있구나. 일본이 사과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그런데 다큐를 보고나서 나도 함께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침 9살 때부터 뮤직비디오와 애니메이션 등을 직접 만들어 봐서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 제작은 생소하지 않았다. 장래희망도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입국해 자료를 수집하면서부터는 일본군의 잔인함에 충격을 받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김군은 그때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방학기간 중 입국한터라 빠듯한 일정이 계속됐다. 일주일에 3~4번은 촬영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 강의와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현군과 김중씨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박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특별강연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김중씨 제공)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가 논란이 됐을 때는 대학교 앞 시위에 함께했다.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는 광주 나눔의집에 '출장'도 다녀왔다. 특히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수요집회에 참석하면서 국내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김군은 "처음에는 수요집회에 3~4명 정도만 올 줄 알았는데 50~70명 정도가 와 인상 깊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10대들도 수요집회 등에 참석한다면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단 한 번 만이라도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보면 마음이 변할 것"이라고 한국 청소년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김군은 8월 초 미국으로 돌아가 '킥스타터'에 사연을 올려 네티즌들의 모금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킥스타터는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다음 해에는 일본과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방문해 각국의 할머니들과 아직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할머니들의 사연을 들어볼 예정이다.

3년여 뒤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다. 김군은 "한국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끝나지 않았고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줘 함께 싸워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버지 김씨는 "아직은 어린아이라 다큐에 위안부와 관련한 완벽한 사실을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위안부 문제를 한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