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진보교육감 13명…정부와 '파열음' 예고

교육정책 좌클릭할 듯…자사고 폐지 등 사사건건 충돌 가능성
역사 교과서·시국선언 교사 징계·예산 배분 문제도 마찰 예상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06-05 06:06 송고 | 2014-06-05 08:08 최종수정
© News1

6·4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을 진보 교육감이 차지하면서 전국 현장교육의 방향이 좌회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교육의 심장부인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이 모두 진보로 교체되면서 진보교육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각종 정책들이 학교 현장에서 부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선 교육감의 맏형으로 상징성이 있는 서울교육감에 개혁 이미지를 가진 조희연 후보가 당선되면서 향후 다른 진보 교육감들과의 연대를 통해 교육 정책을 좌측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이 경우 교육부나 지방자치단체와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교육 예산을 놓고 일부 진보 교육감 과 중앙 정부 및 보수 시·도지사들 간의 마찰도 우려된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집계 결과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광주,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세종 등 13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보수진영은 영남권(대구·경북·울산)과 대전 등 4곳에서만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다.
특히 진보 교육감은 후보 단일화를 이뤘던 13곳 중 11곳에서 승리를 거두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상 일선 교육감은 예산 편성과 공무원 인사부터 학교 교육과정 지도·감독까지 크고 작은 권한을 양손에 쥐고 있다.

세부적인 교육정책 방향성을 정할 때도 주도권을 행사하는 등 지역 교육 정책 결정과 관련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공립 학교 교사들에 대한 인사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또 중앙정부가 초·중등 교육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더라도 일선 교육청을 통해 정책이 집행되기에 교육감이 중앙정부의 방침에 언제든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이 경우 교육부는 영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서 '식물 교육부'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

2010년 치러진 첫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서도 서울 등 6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는데, 이들은 공동전선을 형성해 학생인권조례, 교원평가 이행 여부 등을 놓고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민선 2기 교육감 체제에서도 중앙정부와 진보 교육감은 사사건건 맞설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귀족학교 논란이 일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의 존폐 문제다.

전국 49개 자사고중 절반인 25개가 모여있는 서울의 조희연 교육감 당선인은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를 할 때 목적에 맞지 않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시키고 건실한 학교는 사립형 혁신학교로 돌리겠다"고 공약했다

조 당선인의 공약이 실제 집행되면 25개 서울 자사고는 5년간의 지정 기간이 끝나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다.

하지만 관련 법령에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과 한차례 협의하게 돼 있어 자사고에 긍정적인 현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대거 참여해온 혁신학교는 진보 교육감이 늘어나면서 현재 서울 27곳에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올해 초 한국사 연구와 일선 학교에서의 한국사 교육을 지원하는 테스크포스팀을 신설하면서 편수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야권과 진보교육단체들은 국정교과서 체계로 부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반발해왔다.

조희연 당선인은 "국정교과서 부활을 반대하고 시교육청 차원에서 부속 교재를 별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대안적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겠다는 뜻이다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대안 역사 교과서를 발간하겠다는 것은 교육부의 편수기능을 무시한 것으로 향후 정책집행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문용린 등 보수교육감 취임 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학교인권조례도 다시 원위치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교육부 지침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시국선언을 한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도 양측간 갈등 요인 중 하나다.

교육부는 참여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징계 방침을 정했지만 진보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교육청 등 일부 시·도교육청이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이유로 교사들의 신원 확인을 거부하면서 징계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새 교육감 체제가 들어선 이후 본격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 진보 교육감들이 이를 거부할 소지가 적지 않다.

아울러 진보단일후보가 궤를 같이 하는 전교조 역시 정책입안 과정이나 학교현장에서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교조가 주도하는 역사교육, 노동인권 교육,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박근혜 정부에 반기를 드는 교육이 교실에서 합법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

당장 전교조는 5일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는 물론 현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과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 등에도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예산 배분·집행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도 다분하다.

진보 교육감들은 무상 급식 확대, 무상 교육 확대 등 교육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파열음을 낼 수도 있다.

경기와 인천, 부산 등 보수 성향 시·도지사가 당선된 지역에선 진보 교육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각 시·도가 교육청에 전입하는 예산은 연간 8조원에 이른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번 선거는 교육계 차원의 정권 교체로 향후 정부와 진보 교육감이 사사건건 부딪힐 것"이라며 "갈등이 정치이슈화되면서 여야가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ndrew@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