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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 사람 목숨으로 돈벌이? 도 넘은 '찌라시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05-16 10:10 송고 | 2014-10-24 18:54 최종수정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보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는 12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이 회장의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의료진에게 설명을 들어보니 저체온 치료법은 24시간 동안 정상체온보다 조금 낮췄다가 다시 24시간에 걸쳐 정상체온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라며 "48시간 이후에 체온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의식이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2014.5.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금감원 선배한테 연락왔는데 증권계 종사하는 선배가 문자만 딱 보여주는 데 '이건희 회장 8:06 분 별세' 이렇게 적혀 있었답니다."
"(받은글)산업부(대기업취재담당) 수술 다음날 심정지가 한번 더 왔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함."
"방송 일부가 사망 확인한 듯합니다. 소스는 계열 매체 재계 출입기자입니다. 나름 신뢰도 있습니다. 삼성에서 급히 알고 엠바고 건 듯합니다."
"오후 3시에 삼성이 안좋은 내용으로 브리핑한다고 소문이 돌았음. 5시 브리핑한다는 얘기 돌았지만 블로그 글 게재였음."
"[단독 보도]이건희 회장 사망 확인. 이건희 회장이 16일 오전 별세했다."

16일 삼성그룹 기자실은 하루종일 떠돌고 있는 '찌라시'에 시달렸다. 마치 사실인양 문자메시지로 마구 퍼지는 '찌라시'들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심지어 사실(팩트)도 불확실한 '찌라시'를 받고 그걸 그대로 기사로 쓴 매체도 있었다. 그것도 '단독'을 붙여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지 6일이 지나면서 온갖 추측성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나같이 금융감독원이나 증권가를 출처로 꼽거나 '기자한테 들었다'며 신빙성을 포장했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 사망에 대해 엠바고를 걸었다'는 얼토당토않은 루머도 나돌았다. 기자들의 생리를 제대로 모르는 이가 퍼트린 루머다. 엠바고는 기자단이 만장일치로 동의해 기사 보도시간을 정하는 행위다. 경찰조사가 진행되는사건이나 사회적 파장이 큰 정책 등에 대해 엠바고를 걸고 기업체 뉴스는 기자들의 편의에 따라 엠바고가 걸린다.
'삼성이 엠바고를 걸었다'고 해서 기자들이 무조건 해당 사안을 보도하지 않는 일은 없다. 더욱이 이건희 회장 사망 소식에 대해 기자들이 엠바고 동의를 할 리 만무하다. 지금도 기자들은 이 회장의 용태를 가장 먼저 보도하기 위해 시쳇말로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엠바고를 걸었다는 루머가 돌던 그 시간에 삼성그룹 출입기자들은 인근 식당에서 삼삼오오 점심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삼성으로부터 엠바고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엠바고 동의를 위해 기자단 회의를 가진 적도 없었다. 삼성 출입기자들도 모르는 '엠바고 내용'이 사실인양 포장돼 버젓이 나돌았던 것이다.

점심직후에는 오후 3시와 5시에 브리핑이 예고돼 있다는 루머도 떠돌았다. 브리핑을 한다는 오후 5시에 삼성그룹 홍보실에 들렀더니, 직원들은 모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이건희 회장 사망' 기사를 기자들에게 해명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루머대로라면, 그 시간 홍보실은 브리핑 준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홍보실 직원은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이며, 온종일 허위사실에 시달리고 있다는 푸념을 늘어놨다.

급기야 루머가 오보로까지 확대되자, 삼성은 블로그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 블로그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위독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점차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의료진은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고 완벽한 회복을 위해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온종일 루머에 시달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누가 왜 이런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걸까. 루머를 퍼뜨려서 얻으려는 이득이 뭘까.

일명 '찌라시'라고 일컬어지는 정보지는 출처파악이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원 출처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 몇차례 돌다보면, 없던 사실까지 덧씌워지게 된다.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관련 루머를 통해 주가를 움직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엠바고를 걸었다는 루머는 주식 시장의 매매가 뜸한 점심 시간에 돌았다. 주가를 움직이기 쉬운 시간대였다.

이건희 회장 사망은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변화를 점칠 수있고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출렁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하거나 선물옵션을 매매한 뒤 이 회장 사망설을 퍼트려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들도 있겠다.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주가 조작을 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많았다. 지난 2012년엔 북한 경수로에 폭발 사고가 나 고농도 방사능이 유입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부산의 한 PC방에서 관련 내용을 207명에게 유포한 뒤 선물옵션 매매를 통해 2930만원을 벌어들였다.

허위루머의 병폐는 주가 조작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출처없이 회자되는 정보지에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최소한 사람 목숨을 갖고 허위로 만든 루머는 그만 봤으면 싶다. 그런 오보도 더이상 회자되지 않았으면 싶다.




xpe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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