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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의 공습'…국산 온라인게임 '멸종 위기'

中업체들, 올해 韓게임사에 6000억 투자...중견게임사도 '눈독'
국내서 홀대받는 게임업체들, 생존 위해 중국자본 투자받아 中진출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2014-04-15 22:39 송고 | 2014-04-16 00:20 최종수정
중국 텐센트가 지난달 26일 CJ게임즈에 5억달러(약5300억원)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방준혁 CJ E&M 상임고문(사진)이 1대 주주로 올라섰고 텐센트는 지분 28%를 확보해 3대주주가 됐다. 방준혁 CJ E&M 고문© News1 지봉철 기자


국내에서 게임이 마약취급을 당하며 홀대받고 있는 사이, 중국 거대자본들이 국내 게임업체를 닥치는대로 인수하고 나서 국산 온라인게임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최근 국내 3~4개 게임업체를 은밀히 접촉해 투자의사를 타진했다. 이 가운데 1~2개 업체는 지분투자를 위한 최종 협상만 남겨두고 있어, 이르면 상반기내에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모바일게임사 2~3곳과 와이디온라인과 엠게임 등 중견게임사도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얼마전 중국 텐센트는 CJ E&M의 자회사 CJ게임즈에 약 5300억원을 투자, 이 회사의 지분 28% 취득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CJ E&M이 게임사업부 넷마블을 물적분할하고 넷마블이 CJ게임즈와 통합할 예정이어서, 텐센트는 CJ그룹이 운영하다 분할한 전체 게임사업군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가 출자한 캡스톤파트너스를 통해 지분투자를 받은 한국업체들의 수는 30여개에 육박한다. 지난해에도 NSE엔터테인먼트(40억원), 리로디드스튜디오(54억9500만원), 레드덕(15억원), 탑픽(20억2000만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게임관련 주요규제© News1 류수정
중국업체들이 한국게임사에 직접 투자하려는 것은 게임판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앞으로 자체 게임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업체들의 한국게임사 투자 움직임은 생존을 위해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게임사들의 입맛과 맞아떨어지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셧다운제를 비롯 각종 게임규제가 등장하면서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이 가능하다면 인수·합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텐센트와 우리나라 엔씨소프트의 매출을 비교해보면 한국과 중국의 게임산업의 명암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998년에 설립된 텐센트는 2008년 매출이 약 1조원 규모였는데 국내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크로스파이어'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이 10조4000억원으로 10배나 뛰었다. 시가총액이 1258억달러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에 이어 인터넷기업 가운데 전세계 4위다. 온라인게임 규모만 두고보면 전세계 1위다.

텐센트는 이같은 성장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지분 14%를 취득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 게임센터 모델을 벤치마킹한뒤 오픈한 위챗 게임센터로 텐센트는 중국 대륙의 모바일게임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러면서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은 위챗을 통해 중국 현지로 진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중국 게임시장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 2012년에 시장규모가 136억7800만달러(약 14조5191억원)에 달했다.
중국 게임사장 규모© News1 류수정


반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75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셧다운제가 시행된 2011년 6497억원보다 16% 성장하는데 그쳤다. 2011년까지 연평균 29.3%에 달하던 국내 게임산업 성장률은 2012년 이후 성장률이 8.3%대로 추락했고, 한때 3만535개에 달했던 게임업체의 수는 2010년 이후 매년 3700개씩 감소해 현재 1만5000여개로 줄었다.

김성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은 "많은 회사들이 규제리스크를 비롯한 각종 악재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보니 중국업체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매물도 많이 나와 있고, 중국업체들의 '입질'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 기업에 인수되면서 기술과 인력까지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런 흐름들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은 고사하게 되는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007년 이후 세계시장에서의 한국과 중국 PC온라인게임 비중© News1 류수정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개별업체 차원에서 콘텐츠 기술 유출 및 기업 인수합병 문제 등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계속된 정부의 게임 규제로 어렵게 회사를 운영하거나 저예산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우선 국내 게임산업이 공동화되지 않게 셧다운제를 비롯해 게임업계의 규제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건강한 게임 문화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jan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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