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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백의종군…"옥중경영도 없다"

법무부 특경가법 유권해석 거치지 않고 전격 사임키로 결정
최 회장 "더이상 SK그룹이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03-04 08:22 송고 | 2014-03-04 09:07 최종수정
최태원 SK 회장은 SK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와 집행임원 자리를 모두 내려놓는다고 4일 발표했다. (뉴스1 DB) 2014.2.27/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백의종군'한다. 4일 최태원 회장은 SK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 및 집행임원 자리를 모두 내려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치소에 머물면서 보고를 받고 '옥중경영'을 했던 관행도 더이상 없다. 죄값을 치르겠다는 의지표명으로 읽힌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회사발전 우선과 도의적인 측면에서 책임을 지고 모든 관계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SK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2016년에 끝나는 SK C&C, 2015년에 마무리되는 SK하이닉스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SK E&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이사직에서 사임한다.

SK는 최 회장이 사퇴한 이후 사내이사를 추가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태원 회장과 김창근 회장, 구자영 부회장 등 3인의 사내이사와 6인의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운영해 왔다. 앞으로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6인 체제로 이사회가 가동된다. SK는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했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하게 된다. SK하이닉스(종전 사내4, 사외5) SKC&C(사내3, 사외4) 등도 모두 사외이사 비중을 각각 늘린다.
최태원 회장은 더이상 '옥중 경영'에도 나서지 않는다. 최 회장은 그동안 구치소에 머물면서 임원들의 보고와 서신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는 등 이른바 옥중경영을 해왔다.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떨어지는 교도소로 옮겨 수감생활을 해야 하고 집행임원에서 이름을 내려놓는 만큼 옥중경영을 이어가기 힘들다.

SK관계자는 "최 회장은 'SK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산하위원회, 각사 CEO들의 리더십과 8만여 전 구성원들이 수펙스 추구와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해 고객과 국민들이 사랑하는 SK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해 왔다"고 전했다.

사실 최태원 회장의 SK계열사 등기이사 사임은 유보했어도 무방했다는 게 중론이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14조는 '유죄판결을 받은 자를 대표자나 임원으로 하는 기업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허업의 허가 인가 면허 등록 지정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가 달려있다.

법무부에서 특경가법에 따라 최태원 회장이 대표이사와 임원 자리를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 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같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등기이사에서 사퇴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SK는 "최 회장이 이사직을 사임하더라도 회사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최 회장은 SK그룹이 더이상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의 안정과 성장이 최우선이란 최 회장의 뜻이 전적으로 반영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최태원 회장에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과중한 처벌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약 450억원의 횡령 혐의를 받았다. 회사 자산을 개인 명의의 투자 계좌에 옮겼다가 제자리로 돌려놓은 사건이 발단이다. 결과적이긴 하지만 손실이 없어 회사에 끼친 피해도 없다.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은 이미 1년 1개월을 구치소에서 복역했다. 1년 1개월의 복역 생활은 이미 재벌 총수 중 최장기간 복역한 기록이다. 수조원의 분식 사건을 일으킨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경우 구치소 수감 생활은 4개월여에 그쳤다. 또다른 재벌 총수들이 병환 등을 이유로 병보석을 받아 병원에서 생활하는 것과 달리 최 회장은 복역생활을 충실히 이행했다.
이에 재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에 대한 처벌은 다른 재벌 총수들과 굳이 비교하자면 과한 측면이 있다"며 "죄값은 당연히 치르는 게 맞지만 형평성엔 다소 어긋난다는 의견이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SK 안팎에선 중장기 투자 부진에 따른 성장 동력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집단 경영 체제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엔 강점이 있지만 신성장 동력을 위해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SK 관계자는 "회장,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에 따른 경영공백은 매우 클 수 밖에없는 만큼 SK 전 구성원이 비상한 위기 의식을 갖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xpe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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