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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늘어나는 한강 투신…"예견·예방 중요"

'자식에게 짐 되기 싫다' 60대 노인 한강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2011~2014년 1월 한강 투신자 수, 0명→6명→13명→19명
전문가 "날 따뜻해지면 투신자 수 늘어…예견·예방 중요"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홍우람 기자 | 2014-02-25 03:01 송고
서울 한강대교 '생명의 다리' 모습. © News1 한재호 기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스스로 강물에 걸어 들어 간 60대 노인이 지난 24일 새벽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노인은 한쪽 눈을 사고로 잃어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이모(64·여)씨로 최근 위종양과 우울증 등을 앓아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평소 세 아들과 지인에게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 "내가 빨리 죽어야 한다" 등의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겨울을 꽁꽁 얼렸던 추위가 살짝 풀리자 그동안 주춤했던 한강 투신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0시47분쯤에는 용산구 한강대교 북단에서 최모(33)씨가 투신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2시25분쯤에도 마포대교 남단에서 이모(48)씨가 강물 아래로 뛰어 내렸다. 이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10분만에 구조됐으나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설을 앞둔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드림'을 꿈꾸며 서울로 상경한 취업준비생 박모(24)씨가 가난과 진로 문제로 힘들어 하다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원효대교 밑 난간에서 강물로 걸어 들어가던 박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간발의 차로 구조될 수 있었다.

이처럼 겨우내 엄습하던 한기를 헤치고 온기가 퍼지면서 한강물에 스스로의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가 제공한 '2011~2013 3개년 한강 자살투신자 구조 사례 및 변사체 인양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월 한강 투신자 수는 11년 0명, 12년 6명, 13년 12명으로 매해 늘어나 올 1월 19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통계를 보면 매년 1~2월 겨울을 지나 3~5월 거쳐 날씨가 풀리면서 투신자들도 급격히 증가했다. 11~13년 매 2월 투신자 수는 각각 15명이었으나 봄을 맞이하는 3월에는 11년 23명, 12년 36명, 13년 26명으로 투신자 수가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나 4, 5월까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 한강에 투신한 성재기 남성연대 상임대표에 대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119소방대원과 한강경찰대 모습. © News1 박정호 기자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심리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한강 투신자수가 급격히 늘어난다"며 "이에 따라 계절별 투신자수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날이 추운 겨울에는 활동반경이 좁아지기 때문에 자살사건이 발생해도 실내에서 목을 매거나 독약을 먹는 등의 실내 자살률이 높다"며 "날이 추운 경우에는 투신 등의 기회적 자살·우발적 자살률이 낮다가 날이 풀릴수록 급격하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염 연구위원은 "한강 투신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실상 한강 다리 위에 경찰관 등의 인력을 24시간 배치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같은 경우 인력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한강 다리의 경우 공공시설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제 관할권은 경찰이 아닌 서울시에 있다"며 "시청 입장에서는 공무원을 한강 다리에 상주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강다리, 특히 '생명의 다리'라 이름 지어진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적혀 있는 문구 등에 대해 "이같은 문구 등이 자살을 예방하는 역할도 분명히 하겠지만 태종대를 '자살바위'라 부르게 된 것처럼 오히려 '이곳은 자살 명당'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구 등이 투신을 위해 한강 다리에 오른 이들에게 오히려 자살에 대한 결심을 다잡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 역시 "날씨가 따뜻해지면 심리상태가 나른해지고 긴장이 풀리면서 한강 투신자 수가 늘어난다"며 "본격적으로 봄이 오는 3~5월에 걸쳐 점차 투신자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5월에 자살투신자 수가 더 늘 것이라고 예견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 독거노인, 우울증 환자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지금부터 5월까지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자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방문, 전화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이들의 외롭고 고독한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리적인 해결책으로는 "한강 다리 밑에 투신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그물망을 설치하고 투신자에 대한 경찰과 소방당국의 순찰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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