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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불평하는데 에너지를 쏟지 말라"

'열정樂서' 강연서 젊은이에게 성공과 비전 전달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3-11-14 07:34 송고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13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열정樂서에서 강연하고 있다. (프레인 제공) © News1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사령탑 김성근 감독(71)이 지난 13일 대구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열정樂서'강연에서 2500여명의 청춘들에게 새로운 성공과 비전을 전달했다.
김성근 감독은 늘 입버릇 처럼 얘기해왔던 '이 공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라'는 '일구이무(一球二無)' 정신을 주제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

◇오프닝
오늘까지 50년 인생을 살아가면서 벼랑 끝에도 서고 힘든 일도 많았다. 그것들을 견디고 지금까지 야구감독 김성근으로 살아 온 인생을 '1구2무'의 정신에 빗대어 설명하겠다.

'1구 2무'는 "공 하나에 승부를 걸 뿐, 두 번째 공은 없다. 항상 이 공이 마지막인 것처럼 신중을 기하라,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 "비 상식적으로 느끼고, 반응하고, 행동하라"

나는 평소 느끼고, 움직이는 행동이 빠른 스타일이다. 모든 일을 할 때 결과를 생각해서 움직여 본 적은 없다. 해 놓고 보니 그게 나만의 길이 되고 인생이 되더라.

내가 야구감독이라 더욱 그럴 수 있겠지만, 어떤 일에 부딪쳤을 때 주춤하지 말고 그 순간 빨리 덤비는 게 인생살이고, 얼만큼 빨리 행동하느냐가 승패의 시작이라고 본다.

오늘날까지 감독 생활을 하면서 13팀을 돌아다니고 12번 잘리기도 했지만, 후회하는 마음은 없다. 리더 위치에 선 사람은 그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여러분도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리더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행동할 때 만족할 만한 결과, 인생을 살 수 있다.

'비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자가 되라'

상식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비 상식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대게 승자가 된다.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 육감적으로 느낌이 왔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행동해라. 상황을 비교, 판단하느라 주춤하지 말고 처음에 가진 생각에 따라 확실히 행동하면 그 후에 나만의 길이 따라온다.

'남다른 리더의 발상을 가져라'

리더의 위치에서 볼 때 조직이라는 것은 리더의 발상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다.

리더의 발상이란, 쥐가 고양이한테 몰려서 마지막 코너에 다다르면 오로지 살 생각으로 고양이한테 덤빈다. 덤빌 때 그 심정은 상식적이지 않은 살겠다는 일념 하나뿐이다. 이것이 발상이고, 여기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소위 말해 시발점이 된다.

이 시발점 뒤에는 과연 이대로 행동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또 행동하려면 반드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발상 → 행동 → 행동의 지속 → 열정이 있어야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살아 가는 사람이 많다. 자신에게 편리하게 행동하고 쉬울 때만 덤비고 어려운 것은 피해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야구감독의 입장에서 자기 스스로를 몰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여러분도 길이 없는 곳에서 안 된다 하지 말고, 어느 위치에 서있더라도 지금 현재 이길 수 있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그 순간 순간을 이겨가는 승자이지 않나 싶다.

'나의 감독 생활 중 럭키했던 순간은 약한 팀을 만난 것이다'

강한 팀을 만났다면 나태해졌을지 모른다. 약한 팀 맡았을 때는 내가 이 팀을 어떻게든 이기게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에게 한국에서의 야구감독 생활은 부족하고 어려운 것이 너무나 많았다. 오로지 '김성근' 나 자신만 믿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남들이 볼 때 내가 유별나 보이겠지만 남에게 부탁하고 의지하려 하거나, 또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고 슬퍼한 적은 없다. 왜냐면 그 순간이 나에게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자신의 한계를 넓혀가는 인생을 살아라"

야구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합에 이기는 것이다. 그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 다음은 선수 육성이다. 한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개발 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보통 인간들은 자기가 가진 잠재능력의 30%도 발휘 하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자기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그 속에 살아가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이란 어느 궤도에 오르면 만족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한계도 설정된다.

하지만, 나는 사람도 그렇고, 조직도 한계는 없다고 본다. 자기가 설정하지 않으면 본인의 한계를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다.

야구선수뿐 아니라 운동선수들은 자기 컨디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기 컨디션,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고자 노력하는데, 거기에만 맞춰두면 그 이상 못 올라간다. 점점 더 자기 컨디션을 넓혀가야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올라갔을 때 더 올라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강한 자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의지와 나만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

만족, 타협, 책임전환, 변명. 나는 이런 것들은 싫어한다.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책임전환, 변명을 하지 않는다. 책임을 전가하게 되면 그 순간은 편안하지만 뒤돌아보면 성장하기 힘들다.

없는 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리더이고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나는 야구밖에 몰랐다'

평소 주위에서 '김성근 감독은 야구밖에 모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야구 하나밖에 모르고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세상살이를 잘 하는 사람들은 팔방미인이 많지만, 인생은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 고집, 몰입도 필요하다. 그래야 큰 나무가 될 수 있다. 잔가지가 많은 팔방미인과 같은 나무는 어렵고 큰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자기 뜻과 사명감이 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수단으로서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사명감이 없다.

나는 일하면서 감독으로 계약하는 순간, '김성근'이란 개인은 없어져 버린다. 또, 인간적이고 상식적이기 보다는 비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리더 김성근이 상식적으로 살아가면 조직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에 플러스가 되고, 개인에게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야구감독 김성근은 전자로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어느 위치에 서든 간에 사람들은 약할 때보다 강해졌을 때 더 비난 받기 쉽다. 나 또한 그랬다.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고, 그 때 비난을 받더라도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신경 썼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지금의 위치에 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비 상식선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야 승자가 될 수 있다'

감독직에 있으면서 불평을 해본 적은 없다. 선수도 부족하고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그 상황을 비난하고 불평을 늘어놓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다.

리더로서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 부상, 위험을 생각하면 강한 선수를 만들 수 없다. 안된다, 못한다하면 좋은 선수를 만들 수 없다. 내가 가는 팀마다 다 꼴지를 했지만, 그 곳에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고 그것이 바로 열정이지 않나 싶다.

존경 보다는 신뢰 받는 리더가 되야 한다.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프로야구로 말하자면 우승을 해야 한다. 결과를 내야 밑에 선수들도 따라오기 마련이고, 그리하면 그 다음 아무리 어려운 과정이 있더라도 아무 말 없이 따라오게 된다. 그러니 나도 필사적으로 하게 된다.

'좋은 선수가 없다면 좋은 팀을 만들면 된다'

보통 시합이 있으면 나는 비 상식적인 스케줄과 훈련강도, 플레이를 한다.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개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선에서 움직이게 되면 이길 수 없다. 결국 쌍방울도 꼴찌에서 2등까지 올라갔다.

이기고 싶은 열정,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나는 그 당시 시합을 끝내고 밤 12시에 들어가 책상에 앉아서 그날 시합 분석한 데이터 가지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야구감독 중에 김성근 방이 제일 더럽다'는 얘기가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표를 직접 손으로 적다 보면 느낌이 온다. 그렇게 분석이 끝나면 내일 시합 스타팅 멤버를 짜고 정리하다 날이 밝으면 야구장으로 바로 갔다.

내가 건강이 어떤지 무리하는 건 아닌지 그런 의심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2년째 되던 해에 암에 걸렸다. 하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는 슬프지는 않았다. 수술하고 병실에서 잠실 야구장이 보였는데 '꼭 살겠다' 보다는 '꼭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살아가면서 나의 약점을 절대 남에게 노출하지 마라. 언젠가 경쟁자에게 잡히게 마련이다'

암 수술을 할 때도 우리 가족밖에 사실을 몰랐다. 10년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수술하고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내가 더 이상 뛰기 힘들거라 많이들 생각했다. 여러분들도 인생을 살면서 이런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그때 서운하게 생각하고 좌절하면 이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할 수 없구나 하며 넘어가야 한다.

삶이란 나 스스로 보호해야지 누군가에게 의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합에서 진 날에도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사람들을 보며 진 시합에 대한 동정이나 위로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철저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했다.

'인생살이에서 긴가민가할 때는 어려운 길을 택하라'

쉬운 길을 가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어려운 길이 성장하는 길이고,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이다.

◇ "어려운 길-고양원더스"

솔직히 고양 원더스는 정말 어려운 길이었다.

계약은 1월 1일부터이지만, 12월 12일 창단식에 가 유니폼을 입는 순간 ‘나는 야구만 해야 하는 인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다음(13일) 내 생일에 맞춰 처음으로 계획한 가족여행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과 일본 캠프에 가 아침 6시 기상, 8시부터 해 떨어지기 직전 5시 반까지 연습을 했다. 유일한 휴식은 런치타임 15분 이었다. 이때는 죽도록 훈련하고 나 또한 더 열심히 노력했다.

◇마무리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유언실행'을 하라고 전하고 싶다.

나 같은 경우는 올해 10명을 프로에 보낸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불가능해 보이지만 입 밖으로 한번 뱉은 말이기 때문에 지키고자 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생이란 '어차피'로 끝나면 안되고, 어차피 할 것 '반드시'로 만들라"

그래야 존재가치가 있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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