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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 하지 않아" 해석 분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에서 말 바뀌어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 인정해야 하는 상황 감안했을 수도
대선개입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부분에도 여운 남겨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2013-10-31 09:22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13.10.31/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른 의혹 해소와 책임자 처벌'을 거듭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순방 직전인 지난달 30일 이후 한달여 만에 이날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다.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야당 등의 입장 표명 및 사과 요구에도 불구,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약 9분 가량의 모두 발언 가운데 3분 가까이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발언 수위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책임을 물을 것은 책임을 묻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 중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 부분은 이전에 했던 발언과는 다른 표현이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첫 언급은 지난 6월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며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해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의 대선개입 실체 여부와는 관계없이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과의 '3자 회담'에서 김 대표에게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말이냐'는 취지로 물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댓글 등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려 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대선 승리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31일 회의에서는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정하면서도 자신이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전에는 '국정원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해왔으나 이제는 검찰 수사 등 여러 정황으로 볼때 대선개입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대선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될 상황도 상정해서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 한 적 없다'는 표현으로 후퇴한 것 아니냐는 풀이도 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본인은 몰랐고 지시한 바는 더더욱 없으나 자신과 연관된 어떤 조직이나 단위에서 관련 의혹을 살만한 일을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내용 그대로다. 박 대통령 본인이 모르는 일이고 그런 지시를 내린 적도 없기 때문에 그걸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인 것 같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및 그 영향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 공무원 단체, 개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언급하면서 "특히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이런 일련의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대한민국의 선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겠다"며 재발방지를 강조한 것도 '선(先) 인정'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nyhu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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