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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청 파문, EU정상회의 주요 의제 부상

EU정상들, 도청 규탄 한목소리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2013-10-25 00:18 송고
© AFP=News1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해외 도청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유럽국 정상들이 24일(현지시간) 일제히 미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미국의 도청파문을 규탄하는 목소리로 달아올랐다.

미 국가안보국(NSA)은 프랑스 내 전화통화 수천 건을 감청했다는 언론의 폭로에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EU회의에서 "우방 간에 도청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맹국 간에는 신뢰가 필요한데 이같은 신뢰를 다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휴대전화 도청은 '신뢰의 파기'라고 비난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도청 의혹과 관련한 대응 공조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은 NSA의 도청 파문이 불거진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갖고 해명을 요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들어가면서 도청 의혹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현재는 그를 도청하지 않고 있으며 추후에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과거에 도청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올랑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사실관계와 정보수집 활동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역시 "세간에 보도된 특정 의혹들에 대해 다루지 않을 것"이라며 도청 의혹들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애매모호한 태도는 도청 피해를 입은 국가들의 공분을 더욱 키우고 있다.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며 이번 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탈리아 역시 NSA가 자국민의 통화내용과 컴퓨터 통신기록을 수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벨기에, 핀란드, 말타 등 다른 정상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EU가 자국민 보호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집행위원회도 27개국 회원국이 미국의 도청파문에 대한 '단일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비아나 레딩 EU집행위원회 법무위원은 "시민들의 이메일에 관한 것이든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에 관한 것이든 데이터 보호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며 "이제는 EU정상회의에서의 선언뿐만이 아니라 행동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호세 마누엘 EU집행위원장은 "유럽은 사생활의 권리가 근본적인 권리라고 본다"고 우려하면서도 '전체주의'로 기우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EU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미국의 도청의혹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공식 표명할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의 최측근 동맹인 영국이나 스페인 등은 도청행위를 EU 소관 밖의 국가이익 문제로 보고 있다. 영국이 미국의 도청행위에 공조하는 등 EU국가들 간의 도청 사례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EU 외교관은 AFP통신에 "EU위원회가 국가안보 문제를 논의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관도 "간첩행위는 EU 소관이 아니라 국가 주권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번 EU정상회의에서는 취업률 증진, 난민 문제 등의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zyea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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