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쟁 피로감 쌓여가는 데 길어지는 청와대 침묵

여야 공방 속 박 대통령 현안 언급 안해
靑 "정치권 공방에 개입해 휘둘리는 건 바람직 하지 않아"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박정양 기자, 김유대 기자 | 2013-10-24 08:58 송고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정국은 방향을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의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여러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정황이 포착된 후 나온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은 24일 여의도 정치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화성시 봉담읍 오일용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 참석해 이야기을 나누고 있다.2013.10.24/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김한길 대표는 이날 10·30 재보궐선거 지역인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을 대선불복이라고 얘기하는 사람과 정당은 국가기관의 정치관여를 금지한 헌법을 무시하는 헌법 불복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부정선거 규명 주장을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가두어 놓으려는 여당의 입장이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은 과거 긴급조치를 비판하면 무조건 감옥에 처넣었던 유신시대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지금의 정치 상황을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독재권력의 상징인 '유신'에 빚댄 것이기도 하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진상을 규명하고 대통령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하라고 하는 것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은폐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갑갑하고 답답하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연일 계속되는 야당의 날선 비판에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수사중이거나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되풀이 할 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논리를 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그런 정치권의 주장과 논리에 일일히 대응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일면 신중히 대처하겠다는 얘기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권의 논쟁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신 청와대의 답답한 심정은 여당인 새누리당을 통해 표출되는 듯 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대선불공정 성명'을 낸 것과 관련,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의심의 독 사과, 불신의 독 버섯을 경계해야한다"고 밝혔다. 2013.10.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황우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대선불복의 길을 걸은 예가 없다"고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문 의원을 겨냥해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은 우리 국민이 참으로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대선 불공정 주장과 대선불복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논리다.

여야의 공방에 국민들의 피로감은 커져 가고 있다.

중반전을 넘어 이제 후반전으로 향하는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감사는 시계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 놓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갇혀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민생국감, 정책국감은 실종된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과제로 삼은 '민생현안', '경제살리기' 목표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여권 일각에서도 정치권의 난맥상을 풀기 위해선 결국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열쇠를 쥔 박 대통령이 자물쇠를 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nyhur@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