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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장병 유공자 인정' 대법 판결 무시한 보훈처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2013-10-11 00:01 송고 | 2013-10-11 00:51 최종수정

국가보훈처가 '군 복무 중 자살한 장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재심사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군 복무 중 자살한 장 모 상병과 박 모 상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보훈처는 판결 후 열린 직권 재심사에서 이들이 '국가유공자가 아닌 지원순직군경'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두 장병은 2008년과 2009년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도 '군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을 인정받은 바 있다.

지원순직군경은 순직군경 중 자신의 중과실이 인정돼 순직군경에 준하는 지원을 받는 자를 말한다. 지원순직군경은 국립묘지 안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국가유공자와 달리 양로·요양·양육·주택·생업지원 등에서도 제외된다.

2012년 6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9년 공군 복무 중 자살한 장 모 상병의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군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도 직무수행과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며 장 모 상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한다고 판결했다. 자살 장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판결이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대법 판결 후 진행된 직권재심사(2013.01.09)에서 "공무수행 중 사망으로 인정하되, 고인의 적극적인 고충해결 노력을 게을리 한 과실이 경합된 사망으로 판단된다"며 장 모 상병을 국가유공자가 아닌 구(舊)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불가피한 사유없이 본인의 과실이나 본인의 과실이 경합된 사유로 사망 또는 상이를 입은 자'로 판단하고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했다. 위 조항은 현재 삭제됐으며 지금은 2012년 7월1일 이전 발생 건에 대해서만 지원순직군경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후 유가족의 이의 신청에 따라 다시 재심사(2013.04.10)가 열렸지만 장 모 상병은 그럼에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998년 해병대 복무중 가혹행위로 자살한 박 모 상병 역시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2013.01.15)에도 불구하고 국가보훈처의 직권 재심사(2013.02. 27)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장 상병과 박 상병의 유가족은 국가보훈처의 재심사 결과에 크게 반발하며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함께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 의원은 국가보훈처의 처사에 대해 "사회적 여론과 사법부의 판결, 장병의 명예와 유가족의 아픔을 무시하고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은 축소하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뜩이나 고위층 자녀의 병역회피 등이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자살에 이른 사병들조차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신성한 병역의 의무'라는 말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며 국가보훈처의 전향적인 심사를 촉구했다.


k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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