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모님 허위진단서' 주치의·남편 구속기소

1만달러 받고 세차례 허위진단서 발급 혐의
회삿돈 87억원 빼돌려 개인 용도 사용 혐의
검찰, 형집행정지 제도 보완 대책 마련키로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3-09-16 04:59 송고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사건' 주범인 윤길자씨(68·여)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남편 류모 영남제분 회장(66)(왼쪽)과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54)가 지난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사건' 주범인 윤길자씨(68·여)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 등을 받는 윤씨의 주치의와 남편이 구속기소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주치의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박모 교수(53)와 윤씨 남편인 류모 영남제분 회장(66)을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교수는 류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고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세차례에 걸쳐 윤씨에게 허위·과장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허위진단서 작성·행사 및 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윤씨에게 "유방암 재발 가능성으로 생명이 위험하다"는 진단서를 발급하는가 하면 "건강상태가 매우 호전됐다"는 진단서를 발급한지 하루 만에 류 회장의 부탁을 받고 정반대 내용의 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작성된 진단서에는 윤씨가 5년간 호소해온 12가지 병명을 모두 기재한 다음 합병증으로 수감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발급해줬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히 박 교수는 2009년 2월 윤씨의 암 재발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34개의 외국문헌까지 인용해 장문의 논문식 소견서을 작성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조사 결과 박 교수는 2007년 이후 윤씨의 38회에 달하는 세브란스병원 입원 중 23회를 돕고 이를 통해 형집행정지와 연장을 각각 15회, 3회 등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교수는 윤씨의 장기입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장기재원환자관리위원회'를 설득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7월 박 교수가 발급한 진단서는 의료윤리 측면에서 행동규범·기준에 현저하게 미달된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류 회장은 영남제분의 본사, 계열사 등에서 빼돌린 회사돈 87억여원 중 일부를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위해 사용한 혐의(횡령·배임증재) 등을 받고 있다.

류 회장은 2005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계열사 두 곳에 사료를 공급한 후 받은 65억여원을 빼돌리고 각 계열사를 폐업시키는 수법으로 영남제분이 이 돈을 회수할 수 없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계열사의 임직원 급여와 공사비를 허위·과대 계상해 5억7000만원을 착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류 회장은 2011년 8월 박 교수에게 1만달러를 건네거나 이중 15억원을 자신이나 가족의 대출이자·보험료·세금 등으로, 또 2억5000만원을 윤씨의 1년5개월간 입원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증상이 없는데도 전신쇠약, 감기 등을 호소하면서 박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즉시 입원했다"며 "윤씨는 박 교수가 아닌 협진의사들의 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장기입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가 윤씨에게 발급한 29통 진단서 중 허위성이 명백한 3통과 계좌추적 결과 객관적으로 드러난 1만달러에 대해서만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같은 형집행정지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전문가 및 2명 이상 의사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심의 ▲형집행정지자에 대한 매월 1회 이상의 불시점검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pej86@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