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상길 기자의 개봉영화]로우리스:나쁜 영웅들 - 악법도 법이다?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 2012-10-20 03:26 송고


소크라테스가 비록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지만 법도 엄연히 '좋은 법'과 '나쁜 법'이 있기 마련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시(詩)나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 저잣거리에서 바로 사형에 처하는 법을 만들어 집행하기도 했는데 그걸 어찌 법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준법정신이란 것도 오용될 경우 가끔 권력자의 통치기구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나쁜 법의 예로는 미국의 '금주법(禁酒法)'도 들 수 있다. 1919년에 제정된 금주법은 당시 미국 국민들이 일체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만든 법인데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물론 술이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술을 마시면 인간은 쉽게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허나 모든 인간이 다 수도사처럼 살 수는 없다.
당연히 금주법으로 인해 당시 미국은 오히려 무법천지로 변하게 된다. 술이 귀하니 밀조·밀매업이 성행하게 됐고, 일상적인 음주행위가 범죄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범죄율도 크게 증가했다.

어디 그 뿐인가. 이른바 밀조와 밀매업을 단속하는 이들은 단속보다는 밀주업자들의 상납금에 눈독을 들이며 자신의 배를 채워갔다.


<로우리스:나쁜 영웅들>에서 주인공인 '본두란가' 삼형제와 특수경찰관 찰리의 관계도 비슷했다.

본두란가 삼형제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가업인 밀주사업을 이어받았을 뿐인데 금주법이 만들어지면서 졸지에 범죄자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소위 '깡'이 있었다.

큰 형 하워드(제이슨 클락)와 둘째 포레스트(톰 하디), 막내 잭(샤이아 라보프)은 살고 있는 프랭클린 카운티에서 이른바 전설의 본두란가 형제들로 불리며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

때문에 그들은 새로 부임한 악랄한 특별수사관 찰리(가이 피어스)에게 상납금을 바치기 보다는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실제 본두란가 삼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로우리스(Lawless)>는 제목이 의미하듯 금주법 탄생 이후 무법천지로 변했던 당시 미국의 모습을 감독 특유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인물들 간의 갈등은 영화적인 재미도 충분히 보장하지만 사회현상과 삶을 바라보는 감독의 철학적인 시선이 특히 돋보인다.

나쁜 놈들이 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올 초 개봉했던 우리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와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등장하는 나쁜 놈들이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얼핏 비슷한 시기의 삼형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가을의 전설>과도 닮은 구석이 있지만 준법정신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가을의 전설>에서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은 밀주업을 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비극을 겪지만 <로우리스>에서 삼형제는 밀주업을 통해 부패한 공권력에 맞선다.

그리고 감독은 그들을 부제에서처럼 "나쁜 놈들이지만 영웅들"이라고 감히 칭한다.


'나쁜 영웅'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까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은 언제나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극악무도한 놈' 세 부류로 쉽게 나눌 수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영웅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선택'을 통해 가끔 만들어질 뿐이다. 그게 현실이다.

법이란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비록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며 준법정신을 강조했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생태주의 작가 에드워드 애비는 "진정한 애국자는 정부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형법은 살인자를 극형에 처하고 있지만 전쟁터에서 수천, 수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8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lucas0213@naver.com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