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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지정 '마을기업' 운영자들이 말하는 성공요건은?

정부 지원 단기적, 마을기업 운영 공간마련 시급

(서울=뉴스1) 방혜정 기자 | 2012-08-19 01:02 송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구두 제조업체 '실비콜렉션'을 운영하는 이종천(60) 구두장인. © News1


45년 동안 구두를 제작한 이종천(60) 구두 장인은 어젯밤 갑자기 생각 난 구두 디자인을 다음 날 직접 제작해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성동제화협회 공동매장, 성수 수제화타운 판매대에 진열했다.
'실비콜렉션' 구두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종천(60)씨는 제조업체 이름표가 붙어있는 진열장에 구두를 내 놓고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이 그 신발을 직접 신어보고 구매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내가 직접 디자인 한 구두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구두"라며 "그 구두를 손님들이 사 가는 모습까지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는 350여개 수제화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이종천 장인처럼 수십년간 수제화 제작을 업으로 삼고 있는 구두 만들기의 '달인'들이다.
하지만 워낙 영세하다 보니 속된 말로 입에 풀칠하고 살기 어려울 만큼 삶이 고단하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의 영세 제조업체들은 백화점으로부터 구두 제작을 주문받아 납품날짜에 맞춰 공급하기에 급급했다. 구두 디자인도 백화점 브랜드가 제시하는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야 했다.

백화점과 중간업자가 가져가는 수익금을 제외하고 남는 이익금은 30%에 불과했다. 이렇게 왜곡된 유통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만 했다.

2009년 11월 비영리단체인 '성동제화협회'가 만들어졌고, 작년 6월 꿈에 그리던 '공동매장'이 문을 열었다.

'성수 수제화타운'으로 명명된 공동매장이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3월 성동제화협회가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해삼 성동제화협회 사무국장은 "매장을 여는데 지원금이 큰 보탬이 됐고 컨설팅 교육을 통해 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에는 성수동 내 105개 수제화 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이 중 24개 업체들이 구두를 직접 제작해 공동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 등 유통의 거품을 제거했기 때문에 백화점 가격보다 최대 60% 싸게 구입할 수 있어 공동매장은 늘 많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 "일자리 창출 위해서는 매장 수 늘려야"...비싼 매장 임대료 때문에 추진불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동제화협회 공동매장, 성수 수제화타운. © News1


성동제화협회는 2011년 3월 '마을기업'으로 1차 선정된데 이어 올해 3월 2년 연속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마을기업'이란 지역공동체의 향토, 문화, 자연자원 등 각종 특화자원을 활용하고 주민 주도의 비즈니스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과 지역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을 말한다.

행안부는 올해 3월 전국 501개 마을기업을 선정했고 이 중 서울시내에는 56개의 마을기업이 있다.

하지만 현재 마을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단기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고 마을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 마련' 등 실질적인 도움에는 턱없이 부족해 마을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안부에서 지정한 '마을기업'은 1차년도 선정 시 5000만원, 2차년도 선정 시 3000만원 등 최대 2년까지 운영자금을 지원 받는다.

하지만 이 비용은 대부분 마을기업의 인건비와 재료비, 홍보비 등 말 그대로 운영비로 충당되고 실제 공간을 마련하는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성동제화협회 공동매장의 경우 제1매장과 제2매장 등 2곳의 월매출이 1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가게를 더 늘려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서울시내 공간 임대료가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협회 이해삼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지급해 주는 사업비는 전부 매장 임대료 보증금과 월세, 가게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사용한다"며 "수제화 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 50~60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순수익금은 모두 젊은 인재 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물건을 내다 팔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매출을 올리고 더불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공간을 빌리는 데 드는 비싼 임대료가 가장 큰 문제다"고 설명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종합사회복지관 내 5층에서 마을기업인 커피전문점 '팝콩'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리나(50) 관장도 똑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관장은 "장소만 마련되면 그 외의 기자재 구입이나 가게 운영은 어렵지 않다"면서 "사업비는 2년 동안 나눠 지급되면 끝이지만 그 이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을기업이 되기 위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하고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마을기업의 공간 마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시에서 운영하는 마을기업 공동매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상무(45) 도심 속 목공마을 아임우드 대표는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마을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시나 국가에서 마을기업 공동매장을 마련해 준다면 인지도도 높아지고 수익창출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지역경제과 김동수 사무관은 "예산을 수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마을기업' 지원 정책, 장기·지속적인 관리 필요


서울 금천구 도심 속 목공마을 마을기업 '아임우드'. © News1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마을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한 것은 너무 인색하다고 입을 모은다.

커피전문점 '팝콩'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리나(50) 관장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들은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2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심상무(45) 도심 속 목공마을 아임우드 대표는 "마을기업 지원 2년이 끝날 경우, 컨설팅과 같은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심하면 망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리가 잡힐 때까지 최대 5년 정도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행안부나 서울시, 구청에서 마을 기업으로 지정된 곳의 물건을 구입하는 등 시나 정부 차원에서 마을기업을 지속적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연전 서울시 사회적 기업과 팀장은 "마을기업으로서 정해진 기간 내에 사업비가 지급되고 기한이 끝나면 더 이상 지원해 줄 수 있는 없다"며 "마을 기업 각각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안부 김동수 사무관은 "지원기간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컨설팅 등과 같은 간접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중이다"며 "내년에 새롭게 마련되는 마을기업 사업 지침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수량만 늘리는 마을기업보단 특정 기업에 집중 투자해야"

'마을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량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마을기업 선정보다 특정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상무(45) 아임우드 대표는 "'아임우드'는 현재 지역사회의 아이들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매출적인 부분만 측정하면 안 되고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 마을기업으로 축소시켜 몇 개 기업에만 집중 투자 및 관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경호(40) 희망나무사업단 대표는 "마을기업 10개에 5000만원씩 지원할 것이 아니라 5개 기업에 1억을 투자해 하나의 마을 기업이라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집중 투자와 관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동수 행안부 사무관은 "마을기업 선정 기준에 자부담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며 "한정된 곳에 너무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좋은 아이템을 가진 많은 기업들에게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지금의 사업비 기준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bhj26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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