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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장사에 학력차별까지...막가는 은행 '배불리기'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2-07-23 09:46 송고 | 2012-07-23 18:24 최종수정

저금리 기조가 몇년째 유지되고 있는데 정작 은행 대출이자는 떨어지지 않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자장사'에 눈먼 시중은행들이 지점장 전결 가산금리를 고무줄처럼 늘리면서 3년간 20조원의 가욋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력을 신용평가 잣대로 삼아 고졸이하 고객에게는 높은 이자를 물리거나 아예 문전박대하는 은행도 있었다.

시중은행들이 각종 편법과 반칙으로 곳간을 불리는 동안 금융당국은 수수방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금융권 전체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위에 올랐다.


◇감사원 "은행들 가산금리 인상으로 3년간 20조 챙겨"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금융위기가 터지자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준금리를 5.25%(2008년 8월)에서 2%(2009년 2월)까지 3.25%p 내렸다.

당연히 은행들의 대출 이자 금리도 떨어져야 했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이자수익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한 은행들이 신규와 연장 대출시 가산금리를 신설하거나 인상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표준금리에다 지점장이 재량으로 정할수 있는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감사원에 적발된 은행들의 가산금리 '꼼수' 인상 유형을 보면, A은행은 기존의 항목에서 '유동성 프리미엄'이란 것을 신설해 가산금리를 슬그머니 올렸다.

B은행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5백만원 이하 소액대출에 대해 1%의 가산 금리를 붙였고, C은행은 연체 실적이 있는 대출자에 대해 2%의 벌칙 금리를 새로 물렸다.

기존 상품의 가산금리를 한꺼번에 30% 가깝게 올린 곳도 있었다.

이밖에도 은행들은 아전인수격으로 지점장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국내 은행들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10월부터 3년간 기업과 가계로부터 각각 16조 6000억, 3조 8,000억 등 총 20조 4,000억원의 이자 수입을 올린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은행 이자수익 206조 3,000억 원의 약 9.9%에 해당하는 규모다.


◇ 일부 은행, ‘가방끈’에 따라 대출 차별…17억 더 챙겨

CD금리 담합의혹과 국민은행 대출조작 사건으로 금융권 도덕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는 가운데, 선두권인 S은행은 대출자 학력수준에 따라 금리적용에 차별을 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은행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때 고졸 이하 대출자에 13점, 석ㆍ박사 학위자에는 54점을 줬다. 고졸자 신용평점은 석ㆍ박사의 4분의 1에 그친 셈이다.

신용평점은 대출승인은 물론 대출금리에 직결돼 이 은행이 2008~2011년 동안 개인신용 대출을 거부한 4만4368명 가운데 1만4138명(31.9%)은 ‘못배운 죄'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했다.

거절된 대출규모는 1241억원으로 경기불황에 따른 전형적인 생계형 대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S은행이 이 기간 취급한 15만1648명의 신용대출자 가운데 7만3796명(48.7%)은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로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를 17억원 더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직업이나 급여 등 요인이 이미 평점에 반영됐는데 학력을 따로 보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S은행은 “처음 신용거래를 튼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 학력을 신용평점에 반영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S은행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자 부랴부랴 최근 신용평가 모델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은행의 ‘학력차별 신용평가 모델’은 2008년 4월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감독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닷새만 연체해도 신용등급 '주루룩‘'

은행권이 개인신용평가사들의 단기연체 정보를 악용한 점도 대출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들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 신용평가사로 집중되는 연체정보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매기고 대출금리를 정한다.

신평사들은 통상 원리금이 5영업일만 늦게 들어와도 연체로 잡는다.

감사원이 분석해보니 이들 단기연체자는 대부분 한달안에 돈을 갚았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5영업일 이상 단기연체 정보를 신용등급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해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다.

7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자 3649명 가운데 777명이 단기연체의 신용등급 연동으로 대출금리가 0.1~3.2%p 뛰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실제로 카드대금 41만5000원을 일주일 늦게 갚은 대출자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2%p나 뛰면서 이자를 160만원 더 물게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연체된 원리금을 갚는등 신용등급을 올려줘야 할 사유가 생겼는데도 이를 은행연합회에 늑장보고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사례도 875건이나 적발됐다.

이 때문에 274명의 신용등급이 1등급 이상 낮게 책정돼 대출과정에서 금리 불이익을 받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 카드대출 3분의1이 부실...'카드대란' 우려 '솔솔'

지난해 말 기준 7등급 이하 저신용자가 2개 이상의 카드로 빌린 '카드 돌려막기' 대출금은 8조6000억원에 이른다.

카드 대금 가운데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대출 형태로 전환되는 '리볼빙' 역시 부실 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카드 대출 32조여 원 가운데 3분의 1인 10조6000억원 정도가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0년대 초반 한국 경제를 강타했던 '카드대란'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것은 카드사들의 마구잡이식 영업전략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들이 허용한 1인당 월평균 카드 이용 한도는 1200만원으로 월평균 가처분가구소득의 4배가 넘는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100%를 넘어 수입보다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사람에게도 월 200만원 가까이 카드를 펑펑 긋도록 했다.

카드 신규발급 상황은 더욱 가관이다.

DTI 100%를 넘거나 4개 이상의 카드로 돈을 빌린 사람에게도 지난해에만 29만여장의 카드가 발급됐다.

심지어 숨진 사람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준 경우도 2000건에 달했다.

국내 7개 전업 카드사가 카드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비축한 '대손 충당금'은 감사원이 추정한 부실 대출액의 40% 정도인 4조4000억에 불과하다.

유럽발 경제침체로 수입까지 반토막난 상황에서 여차할 경우 제2의 '카드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andre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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