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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올해는 소자본 '컵닭'이 대세"

(서울=뉴스1) 박선우 기자 | 2012-06-09 03:01 송고
상도동 M컵닭 업체 앞. 닭강정을 사려는 고객들이 줄을 길게 서 있고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도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 News1


"컵닭은 1만6000원하는 치킨 1마리보다 저렴하고 맛도 좋아 자주 먹어요"
지난 8일 오후. 초등학생 자녀들의 간식을 사러 나온 주부 정모씨(44·상도동)의 손에는 5000원 어치의 컵닭이 들려있다.

정씨는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애들 간식값이 장난이 아니다"며 "몇 천원짜리 컵닭은 애들 둘한테 충분한 양이라 주부 입장에서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상도동에 위치한 M컵닭 업체 앞에는 정씨 말고도 6~7명의 주부가 길게 서 있었다.
크기별로 2000~8000원대의 컵닭을 파는 이곳은 콜라와 컵생맥주까지 다양한 메뉴 덕분에 상도동 단골 간식 메뉴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최근 들어 컵닭(닭강정, 닭을 튀겨 소스를 묻힌 것)업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최된 '제27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참여한 업체 중에서 닭강정 업체의 계약률이 가장 높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박람회에 참가했던 닭강정 프랜차이즈 업체 '별난치킨강정' 관계자는 "박람회 2박3일 동안 500~800명이 다녀갔다"며 "그 이후 88명의 창업 희망자와의 계약이 진행 중이다"고 답했다.

'줄줄이꿀닭'의 곽한기 마케팅팀장도 "박람회 직후 약 70건의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신규 정보공개서등록정보' 브랜드 명단을 보면 2011년 9월부터 현재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등록된 닭강정 전문 브랜드는 11곳이다.

닭강정 업체는 사이즈별로 구비된 종이컵에 닭강정과 떡, 감자튀김 등을 함께 담아 판매하며 가격은 1000원~1만5000원까지 다양하다.

또한 일부 닭강정 업체는 맥주, 탄산음료도 판매해 부가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신림동에 위치한 B닭강정 업체 주인은 "2011년부터 컵닭 시장이 상승세"라며 "특히 1~2인 가구가 확산되면서 치킨보다는 닭강정이 인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테이크아웃 형태인 닭강정은 실제로 유동인구가 많은 학교 앞이나 1인 가구가 많은 오피스텔 등지에서 더욱 많이 팔린다는 분석이다.
신림동 B컵닭 © News1

자취를 하고 있는 김씨(31·신림동)은 "치킨을 좋아하는데 혼자 먹기에 양이 부담돼 1000~2000원짜리 닭강정을 먹게 된다"며 "컵 크기별로 메뉴가 돼 있어 골라 먹기 편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씨(24) 또한 "닭강정은 개인적인 생활로 바쁜 대학생들이 혼자 먹기 좋다"며 "그리고 요즘 이 정도 양의 1000원짜리 간식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M컵닭 주인 김씨는 "닭강정은 치킨 판매의 진화 형태"라며 "닭강정은 치킨의 맛을 살리면서 변화된 사회를 반영한 아이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시락 업체가 잘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서림동에 위치한 닭강정 가게도 인근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이 되자 붐비기 시작했다.

이곳은 초등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500원(자판기 커피에 사용되는 종이컵)짜리부터 판매하고 있었다.

5학년인 최양은 "닭강정에는 치킨이랑 떡이 같이 들어있어서 금방 배가 부른다"며 "다른 간식은 비싸고 양도 적다"고 말했다.

인근 보습학원에 근무하는 임씨(29)는 "초등학생들 간식거리로 가격과 양이 적당해 학원 학생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먹고 온다"며 "치킨 싫어하는 애들이 거의 없는데 학교 근처에서 창업 아이템을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컵에 닭강정, 감자튀김, 떡을 담아 소스를 뿌려 먹는 컵닭 (출처=대대에프씨) © News1

닭강정 매장 창업 비용은 지역 상권, 보증금, 인건비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줄줄이 꿀닭이 3000만원 선(33㎡ 기준 점포비 제외한 금액), B업체가 1850만원 선(5평 매장 기준), 꿀삐 닭강정은 1650만원(6~10평 기준) 등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소자본이다.

보통 10평 미만인 닭강정 가게는 테이크아웃 형태라 내부 장식이 필요없고 시설비 정도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점과 달리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없고 직원도 2명 정도면 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적다.

실제로 M컵닭, B컵닭은 주인 1명을 포함해 2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서림동에 위치한 컵닭 가게는 주인 혼자서 운영하고 있었다.

1명이 재료 준비를 하고 닭을 튀기면 다른 1명은 튀겨진 닭고기에 소스를 묻혀 판매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소자본 창업이 인기인 이유는 물가상승과 교육비와 의료·보험비 등은 증가되는 반면 급여수준은 제자리인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또 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집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이다 보니 창업희망자들이 치킨 시장의 틈새 시장인 닭강정 아이템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줄줄이꿀닭'의 곽한기 마케팅 팀장은 "요즘 창업 희망자의 60~70%가 1억 미만의 자본을 갖고 있는 생계형 창업자들"이라며 "경제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적은 투자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인기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의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다.

매장 수가 500개가 넘는 브랜드는 10개에 이르며 현재 4만 개 이상의 치킨전문점이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매출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졌다.

곽한기 팀장은 "매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송내로데오점, 대구상인점, 관문시장점이 하루에 닭 200kg 판매"라며 "매출액으로 따지면 일 400만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별난치킨강정의 경우 일 매출 83만원(가맹점 10곳 기준), 상도동 M컵닭은 일 매출 100만원이며 신림동 B컵닭의 경우 하루에 닭 60~70kg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훈 창업 경제 연구소 상무는 "치킨 시장은 순살 치킨, 레스토랑형 치킨 등으로 계속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포화 상태인 건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치킨 전문점 업주들이 닭강정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안 상무는 "현재 전국 프랜차이즈 닭강정 업체는 20여개 정도로 추산되는데 부산과 대구에서는 호황"이라며 "치킨 전문점과 달리 배달비도 안 들고 부부가 둘이서 해도 돼 인건비 측면에서 절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닭강정 가게는 특히 상권이 중요하니 그 부분만 잘 고려하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lovetos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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