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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울림 남기고 떠난 프란치스코, 한국에 몰아치는 '교황 후폭풍'

시민들 입 모아 "낮은 자세로 귀기울이는 교황에 감동"
'리더십 부재'…한국 사회 자성의 목소리도 잇따라
"교황 방한, 분열된 사회 하나로 통합하는 계기되길"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박응진 기자, 성도현 기자, 류보람 기자 | 2014-08-18 17:24 송고 | 2014-08-18 19:05 최종수정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나눔의집 제공) 2014.8.18/뉴스1 © News1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나눔의집 제공) 2014.8.18/뉴스1 © News1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 미사' 집전을 끝으로 4박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바티칸으로 떠났지만, 교황의 소탈하고 겸손한 행보가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고 있다.

사람들은 교황이 지나갈 때마다 들뜨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쳤고 교황은 이에 하나하나 화답하며 한국 사회에 '교황앓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교황 후폭풍'이 불고 있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부터 방탄차보다는 경차를 타고 이동하며 시민들을 만났고 헬기보다는 KTX를 이용하는 등 더 많은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위해 노력했다.

이런 진솔한 소통방식은 세월호 참사 이후 리더십 부재로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호'에 큰 가르침을 전해줬고, 정치권과 각계각층에서는 교황 방한을 계기로 자성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이소정(26·여·세례명 릴리안)씨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힘든 일이 많았던 한국에 방문해 가장 어렵고 힘든 위치에 있는 사람들부터 돌보는 교황의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몸소 교리를 실천하는 교황을 보며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교황 집전 미사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언론을 통해 교황의 일정을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대학생 노지원(26·여·세례명 유스티나)씨는 "교황은 빡빡한 일정속에서도 자신을 만나려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쉽게 하지 못하는 행동을 보여준 게 감동"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교황의 행보를 보며 국민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자극을 받았으면 한다"며 "권위있는 사람이 낮은 자세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후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봉행되는 가톨릭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며 잠시 차를 멈추고 한 아이를 축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8.17/뉴스1 © News1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후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봉행되는 가톨릭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며 잠시 차를 멈추고 한 아이를 축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8.17/뉴스1 © News1
윤모(58)씨는 "스스로 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가장 낮은 곳부터 살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인간존중과 생명존중을 강조하고 물질주의 권력에 저항하라는 교황 말씀은 우리 모두가 되새겨볼만한 가치"라고 밝혔다.

비종교인들도 언행일치를 보여준 교황의 모습을 통해 천주교를 다시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종교에 대한 관심이 적은 젊은층 사이에서도 '교황앓이'는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조모(30)씨는 "작은 의전차량을 타고 사회적 약자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교황을 보면서 다른 정상 방한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며 "교황은 단순히 종교계 지도자가 아니라 사람을 위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28·여)씨는 "우리나라 종교지도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낮은 모습이 보였다"며 "종교가 없지만 이런 교황의 행보때문에 성당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인 송지훈(31)씨는 이런 교황 열풍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씨는 "힘든 삶 속에서 사람들이 의지할 데가 없어 교황이라는 한 종교지도자에게 많이 의지한 것 같다"며 "교황이 우리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사회적 이슈의 현장에서 위로자로 자처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교황이 실제 낮은 곳에서 귀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는 것 자체가 큰 메시지"라며 "정부가 경제적 제도와 시스템 개선에만 얽매이지 말고 사회적 치유를 위해 나서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보였다.

김자람(28·여)씨도 역시 "아픈 사람들의 손 한번 잡아주는 건 우리나라 지도자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고(故) 김수환 추기경 이후로 우리 사회에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다는 게 슬프다"고 아쉬워했다.

김씨는 "종교와 국경을 초월해 우리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며 "교황이 짚고 간 사회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김종기(28)씨는 "올해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로 불안과 불신이 이어지고 있는데 교황 방한으로 갈등의 실마리가 풀렸으면 좋겠다"며 "신자와 비신자를 떠나 대화합의 장을 마련해준 교황님께 감사한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끝났지만 교황이 남기고 간 말과 행동들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어려운 성경 이야기와 교리 이론을 꺼내기보다는 몸소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했던 교황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당분간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배웅나온 사제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8.18/뉴스1 © News1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배웅나온 사제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8.1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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