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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앞둔 개시장…상인들 자정노력에도 거리는 '한산'

"경기침체에 보신탕 찾는 마니아도 줄어…매출 반토막"

(경기=뉴스1) 박응진 기자 | 2014-07-11 23:59 송고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News1 박응진 기자


초복을 일주일 앞둔 11일 경기 성남시 성남동의 모란시장.
식용개를 팔고 있는 상인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한 해 중 더위가 심해 개고기가 많이 팔리는 계절인데도 예년과 비교해 매출이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찾은 모란시장에서 개를 구입하러 온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개를 파는 가게는 모란시장 외곽 200여m 거리에 늘어서 있는데 이따금씩 개를 공급하러 온 트럭만 들어설 뿐 거리는 한산했다.
모란시장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여러 마리의 개들이 한 우리 안에서 부대끼는 모습, 더위에 지쳐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헥헥' 거리는 개들의 모습 등에 눈살을 찌푸릴 수 있지만 가게에 있는 개들은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 있었다.

대부분 가게에서는 우리 아래로 쌓이는 분비물을 그때그때 치우고 있었고 개들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대형 선풍기를 틀어 놓는 가게도 있었다. '통말이'(불에 그을린 개)나 잘라 놓은 개 머리 등을 진열해 놓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강춘(58) 모란가축상인회장은 "손님들이 불쾌해하거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상인들이 단합해 환경을 많이 바꿨다"며 "시장이 과거에 비해 많이 깨끗해졌다는 칭찬을 해주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개들의 수용공간이 비좁아 보인다는 질문에는 "이곳에 개들이 머무르는 기간은 최대 3일을 넘지 않는다"며 "가게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인도 일부분을 차지했던 우리를 자체적으로 그어놓은 '노란색 선' 안으로 들이고 호객행위도 자제하기로 하는 등 자정노력을 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인들의 이런 노력에도 매출이 줄어든 데에는 개고기 수요가 줄어든 점에 있다. 모란시장에는 현재 23곳의 식용개 판매가게가 있는데 상인들은 입을 모아 "요즘 식용개는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식용개를 판매하는 가게가 늘어선 거리. 하지만 손님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 News1 박응진 기자


모란시장에서 20여년 동안 장사를 해온 백홍순(50)씨는 "원래 초복이 돌아오는 이맘 때에는 개를 찾는 사람들로 시장이 북적여야 하는데 5년여 전부터 매출이 하락세에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선 30% 가량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평소 개고기를 즐겨 드시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등 마니아들이 줄어들어 매출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잘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모란시장 앞에서 개고기 판매 반대시위를 하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도 최근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회장은 "그 사람들 생각도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시위를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하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요즘은 개고기가 잘 팔리지 않다보니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또 국내 육견협회들의 가격담합으로 개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개고기 불황에 한 몫한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개고기철이니 개값이 오를 수밖에 없지만 육견협회에서 개값을 담합해 올린 부분도 매출이 줄어든 데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고기 불황에 모란시장에 있는 사철탕 가게들도 덩달아 울상이다.

사철탕 집을 운영하는 최길순(77·여)씨는 "지난해에 비해 체감상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그나마 매출이 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복날과 장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했다.

점심시간인데도 이 가게 10여개 테이블에는 손님이 1명 밖에 없었다.

보신탕을 시켜먹은 정모(80)씨는 "건강 때문에 이 가게를 자주 찾는데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예년 같았으면 시장이 북적이고 가게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을 텐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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