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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0대인 이동국이 나이를 잊은 클로제에게

역사를 쓰는 1979년생 이동국과 1978년생 클로제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07-10 20:59 송고

전북과 제주의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가 열린 지난 9일 오후 전주 월드컵 경기장. 후반 34분 ‘217’이라는 숫자가 전광판에 떴다. 전북의 간판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개인 통산 공격 포인트(골+도움)였다. K리그 통산 최다 공격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날 이동국은 0-1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카이오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자신이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K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를 217(159골 58도움)로 늘렸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곧 역사다.
이제 2개의 도움만 추가하면 60(골)-60(도움) 클럽 가입이라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게 된다. 지금껏 K리그 역사에 60-60 가입자는 신태용((401경기 99골-68도움)과 에닝요(214경기 80골-64도움) 단 2명뿐이다. 설레는 기록이나 35살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은 덤덤했다.
이동국이 지난 9일 제주전에서 카이오(왼쪽)의 골을 도우면서 통산 공격 포인트를 217로 늘렸다. 2개의 도움을 추가하면 6-60 클럽에도 가입한다. 여전히 20대처럼 왕성한 이동국이다. © News1 DB

그는 “늘 말하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에는 기록을 신경 쓰지 않는다. 축구화를 벗은 뒤에 돌아봐도 늦지 않다”면서 “60-60을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최선을 다하면 기록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뜻을 전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으나 엄청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동국이다. 그의 통산 득점에서 100골을 빼도 조만간 60-60 클럽에 가입할 수 있으니 과연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래서 이동국은 잊을만하면 나오는 ‘나이’에 대한 색안경이 씁쓸하다.
지난해 10월 전북과 2년 연장계약을 체결하던 이동국은 은퇴를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2년 뒤에 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2년 뒤 내가 몇 살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나이일 뿐”이라면서 “내 마음은 아직도 20대다. 스무 살 남짓한 나이로 은퇴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지 않는가”라는 당당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 약속, 잘 지키고 있다.

이동국이 217포인트를 기록했던 9일 오전, 마침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기록이 탄생했다. 독일의 노장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1골을 추가하면서 월드컵 통산 16호 골을 작성했다. ‘황제’ 호나우두의 15골을 넘어서는,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1978년생 클로제가 새 역사를 썼다.

이와 관련해 이동국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나이를 모르고 그냥 클로제라는 선수의 플레이를 봐보자. 활동량이냐 집중력, 결정력 모두 흠 잡을 데가 없다. 그저 좋은 공격수일 뿐인데 괜히 나이를 알고 나서 선입견을 갖는 것”이라는 말로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클로제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어 “K리그 선수들도 클로제 같은 선수들을 보고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충고를 전했다. 이는 “후배들이 나를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로 바꿔도 무방할 조언이다.

이동국은 1979년생이고 클로제는 1978년생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20대이고 클로제는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나이를 정말 숫자에 불과하게 만드는 그들의 행보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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