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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국회는 어떤 의미?

정무위 출석만하면 논란 불씨…후반기 국회 첫 업무보고부터 파행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2014-07-03 09:16 송고
김유대 정치부 기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3일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논란은 박 처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뜬금없이 '나라사랑 교육' 예산 삭감의 원인으로 야당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나라사랑 교육은 지난해 정무위에서 보훈처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사업이다.
박 처장은 업무보고 문건에서 "2013년 국정감사에서 대선 개입 주장으로 보훈처장에 대한 해임 요구 및 고발을 주장했고, 나라사랑교육 예산의 전액 삭감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을 검찰에 2회 고발했고, 고발 이유는 민주당에 반대하는 교육을 했다는 것"이라고 업무보고 내용에 명시했다.

특히 보훈처장에 대한 야당의 해임 요구 및 고발 주장이 국회에서 25회 있었다는 등 본질과 무관한 불필요한 내용을 업무보고에 기재해 논란을 키웠다.

나라사랑 교육 예산 삭감과 관련해 야당에 불만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를 갖고 업무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연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무위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저도 유감을 표할 수 밖에 없다"고 보훈처의 업무보고 내용을 문제삼았다.
정회 끝에 여야 간사들이 업무보고를 정상화하기 위해 가까스로 박 처장의 유감 표명을 전제로 회의를 속개했지만, 박 처장의 태도는 오히려 점입가경이었다.

박 처장이 발언대에 서서 본인에 대한 고발 이유가 "민주당에 반대하는 교육을 했기 때문"이라는 표현에는 유감을 표했지만, "나라사랑 교육은 국가보훈처의 기본 업무보고다. 나라사랑 예산이 업무보고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또다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야당 의원을 자극한 것이다.

박 처장은 이에 앞서서도 의원들의 발언 도중 끼어들거나 "사실이다. 사실이 아닐 경우 책임지겠다"는 등 조목조목 반박하는 답변 태도를 보여 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단 한명도 박 처장의 입장을 두둔하지 않았고, 오히려 박 처장의 이같은 답변을 제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여야 정무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보훈처를 제외키로 했고, 박 처장이 사실상 정무위에서 쫓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박 처장이 정무위 파행의 빌미를 제공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박 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두고 새정치연합 등 야당과 갈등하면서 수 차례 정무위가 파행을 겪었다.

당시에도 기념곡 지정 문제의 찬반을 떠나 박 처장의 답변 태도가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신이 나가신 분이 아닌가 할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도 엄연한 정부 부처 가운데 한 곳이다. 박 처장은 여야의 입장이 어떻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관련 사안을 충실하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수 차례 야당과 대립하며 회의 파행의 원인을 제공하는 모습은 국회를 경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아무리 국회가 정쟁으로 얼룩져있더라도 최소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대하는 박 처장의 태도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y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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